우크라전 관장한 '뜻밖의 권력'...'절대권력' 꿈꾸는 머스크의 우주패권 프로젝트 [한방이슈]

우크라전 관장한 '뜻밖의 권력'...'절대권력' 꿈꾸는 머스크의 우주패권 프로젝트 [한방이슈]

2023.08.13. 오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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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외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입니다.

머스크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앞세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머스크가 결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연결하는 스타링크, 지구를 벗어난 우주 공간에서 머스크의 지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밤하늘의 풍경을 바꿔 놓은 일론 머스크의 우주 지배권,

'한방이슈'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살린 스타링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통신 시설을 최우선 순위로 공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초고속 통신회사의 위성 시스템을 사이버 공격으로 다운시켰습니다.

통신 시스템에 대한 공격은 전쟁 전술의 기본 중 기본.

거의 모든 군사 장비가 디지털로 연결된 현대 전쟁에선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군대와 지휘관이 오프라인 상태가 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우크라이나 정부는 곧바로 일론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도움을 요청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가 활성화됐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위성 인터넷 신호를 수신하는 지상용 스타링크 단말기가 도착했습니다.

숲, 산, 들판 등 지형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통해 최대 100메가비피에스(Mbps) 초고속 통신이 가능해지자 우크라이나군은 정찰 드론 등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러시아군을 효율적으로 타격했습니다.

포병, 지휘관, 조종사가 온라인 채팅을 하면서 동시에 드론 영상을 볼 수 있게 됐고 목표 발견부터 타격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20분에서 1분으로 단축됐습니다.

기동성이 극대화되며 이른바 '치고 빠지는' 전략이 가능해졌습니다.

반면, 재래식 무기에 의존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기동성에 고전했습니다.

침공 초기 수일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던 러시아의 호언장담이 허세가 되어버린 이유입니다.

스타링크의 위력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장군 : 우크라이나 전장 결정은 스타링크의 지속적인 사용에 달려 있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부사령관 : 스타링크가 없으면 비행도 할 수 없고 통신도 할 수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독보적 강점

위성 인터넷 업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말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왜 머스크에게만 도움을 요청했을까요?

그럴만한 확실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먼저 스페이스X는 규모에서 경쟁사를 압도합니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은 4천5백여 개, 전체 활성 위성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머스크는 향후 몇 년 안에 위성을 4만 2천 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여기에 품질도 압도적입니다.

스타링크는 모두 소형 저궤도 위성입니다.

지구 상공 약 480km에서 작동하는데 이는 기존 위성 인터넷 서비스보다 지구와 60배 이상 가까운 거리입니다.

지구와 거리가 가까울수록 지상에서 수신하는 인터넷 신호의 세기가 강해지기 때문에 초고속 인터넷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스타링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약 100메가비피에스(Mbps)로 기존 서비스보다 10배 이상 빠릅니다.

지연 시간 역시 10배 이상 짧습니다.

다만 지구와 거리가 가깝고, 크기가 작은, 소형이다 보니 커버하는 영역이 작습니다.

그래서 많은 양의 소형 위성이 필요합니다.

지구 궤도를 촘촘하게 채운 스타링크 위성은 레이저를 사용해 가장 가깝게 떨어진 위성과 인터넷 신호를 서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작은 커버 지역을 보완합니다.

사용자는 지상에 디시(dish)로 불리는 스타링크 단말기만 있으면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 초고속 인터넷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스타링크는 어떻게 올렸을까?

머스크는 2019년 처음으로 스타링크 위성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렸습니다.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려면 위성을 실은 로켓을 우주로 쏴야 합니다.

머스크의 도전이 시작된 2019년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로켓 발사 문제 때문에 위성 인터넷은 사업성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에게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술력이 있었습니다.

스페이스X의 로켓은 팰컨9은 우주여행 후 스스로 지구로 귀환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재사용이 가능한 겁니다.

가장 최신 모델인 팰컨9 블록5의 경우 별도의 분해나 부품 교체 없이 연속으로 10회까지 발사할 수 있으며 10회 이후부터 일부 부품을 교체해가며 최대 100회까지 재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켓 재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발사 비용은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덕분에 머스크는 한 번에 수십 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 로켓을 지속해서 우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매주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 로켓이 발사됩니다.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이 너무 많다 보니 유성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입니다.

지구 궤도를 빠른 속도로 점령한 스타링크는 2021년, 일부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미국, 일본, 유럽, 남미 등 50개국 이상에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이 낙후한 아프리카 역시 이용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내년까지 12개 이상 국가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군, 통신사, 항공사, 해상 운송 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가입자 15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입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 임무나 군사 감시 위성을 발사할 때 모두 스페이스X 로켓을 사용합니다.

이와 관련 일론 머스크는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고대역폭, 저지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의존도에 대한 우려

스타링크는 전쟁이나 재난 지역, 또는 산간이나 도서 지역 등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설명한 우크라이나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군대, 병원, 기업, 구호 단체에서 42,000대 이상의 스타링크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 폭격으로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했을 때도 공공 기관이 온라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스타링크였습니다.

"스타링크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체 통신 인프라의 혈액과도 같다."라는 우크라이나 디지털 혁신부 장관 미하일로 페드로프의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스타링크의 필요성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절대적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타격한 드론 공격 등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독점 구조인 스타링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위성 인터넷 기술에 대한 규제와 감독 기능도 거의 없는 상황.

한 국가의 운명이 스타링크 접속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칫 일론 머스크가 충동적으로 스타링크 접속을 차단할 수도 있고 스타링크를 통해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 권력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현재 스타링크를 따라잡을 만한 기업이나 정부가 없기에 이런 우려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선 우려가 현실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통제하는 크림반도 인근에서 스타링크 접속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일론 머스크가 거부한 것입니다.

폭발물을 장착한 해상 드론이 흑해에 정박 중인 러시아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머스크는 스타링크가 장거리 드론 공격에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링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에서 다른 업체 등 대안을 찾아봤지만, 지금까지 스타링크의 성능에 필적할 업체는 없는 상황입니다.


더 무서운 건 머스크의 변덕

위성 인터넷에 대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우려하는 건 일론 머스크이 예측할 수 없는 성격입니다.

지난해 9월 머스크는 미국에서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하는 내용을 담은 '평화 계획'을 불쑥 제안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자칫 머스크가 스타링크 접속을 차단하는 건 아닌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위성 인터넷의 힘을 아는 각국 정부는 머스크와 협력이 필수인 걸 알면서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국가로 대만을 들 수 있습니다.

대만은 스타링크 이용과 관련해 스페이스X와 대화를 나눴지만, 머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화 속도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 신차의 약 50%가 상하이에서 생산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엄청난 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머스크가 전쟁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중국 편을 들며 대만의 스타링크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는 걱정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런 정서 때문에 대만 정가에선 스타링크는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조금 결은 다르지만, 중국 역시 스타링크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란, 터키 등 권위주의(전체주의)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이들 국가는 국민들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반정부 게시물 등에 대한 인터넷 통제가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우주 환경 사이의 균형

스타링크 위성의 사용 주기는 대략 3년, 머스크는 매주 수십 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 안에 지구 저궤도에는 약 7만 개의 위성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만 2천여 개가 머스크 소유 스타링크 위성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밤하늘에서 본 유성은, 알고 보면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스타링크 위성의 밀집은 천체 관측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위성 폐기물 관리와 우주 쓰레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적인 우려도 있습니다.

결국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기술적 혁신과 그로 인한 사회적 이익, 그리고 우주 환경에 대한 지속 가능한 관리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도전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일론 머스크나 스페이스X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협력과 규제가 필요한 글로벌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조명 : YTN제작기술부
참고 기사 : 뉴욕타임스 'Elon Musk's Unmatched Power in the Stars'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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