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안암산 바위에 5m 높이로 새겨져 700년 이상을 지켜왔습니다.
지난 2014년 국가 보물로 승격된 보타사 마애보살좌상입니다.
그런데 곳곳에 흉진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석불 턱선과 목을 비롯해 수십 군데에 금이 가 얼룩덜룩 보수한 모습입니다.
계속 생겨나는 균열에 문화재 전문가들이 직접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주범으로 지목된 건 마애불 뒤편에 8m 정도 거리에 있는 2차선 도로.
문화재청과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전문가 10여 명이 조사한 보고서에서는 지난 1999년 해당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를 한 뒤 석불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거로 분석했습니다.
예전엔 도로가 마애불이 새겨진 암반 위를 지났는데 점차 바위를 파고들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도로 확장 공사 뒤 암반에 균열이 생겨 차량이 지날 때마다 마애불이 충격을 받는다는 겁니다.
[박상균 / 보타사 성보문화재 위원 : 여기서 아카시아 꽃도 따 먹고 뭐 등등 친구들하고 좋은 추억이 있는 (동산입니다). 도로에 잘리면서 그 추억도 함께 없어진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당시 서울시가 도로 공사를 진행한 게 문화재 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사 지역이 문화재 보호구역인데도 문화재 위원들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문명대 /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 얼굴 전체가 다 지금 갈라졌고 목까지도 갈라져 있습니다. 이런 것은 시 유형문화재 지정 당시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손상은) 있을 수가 없는 사실이다. 다른 불상에는 거의 없습니다.]
문화재 보호법은 서울시 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는 시장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로공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2001년에야 제정돼 당시엔 위법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1960년대부터 비포장도로가 존재했고, 항공 사진이나 공사 기록을 봐도 지난 1999년 암반을 절단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당시에는 서울특별시 문화재보호조례에) 건설공사 시 문화재 보호 조항이 없었습니다. 저희 심의 안 거치고 가능했던 거로 알고 있고요.]
책임 공방을 거치는 동안에도 금이 가고 균열이 커지는 보물을 보면서 매일 예불을 드리는 보타사 측은 애가 타는 상황.
[지은 스님 / 서울 보타사 주지 : 울림이 크게 올 때마다 내 가슴이 울리는 것 같은 거에요. 천 년 동안 내려온 보물 부처님을 후손으로서 잘 못 지킨 그런 죄송함이 너무 크고.]
지난해 문화재 보수를 위한 예산이 신청돼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심사 중인 가운데 본격적인 보수 작업이 진행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촬영기자 : 유준석
그래픽 : 우희석
자막뉴스 :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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