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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 첫 대면 이후 '리버풀 미스터리'...외교부의 ‘우왕좌왕' 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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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비틀즈의 고향' 영국 리버풀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렸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 장관회의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미국 등 해외 언론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서방 국가들의 연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국내 언론의 시선은 일본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사실상 한일 고위급의 첫 대면 회동 성사 여부에 모아졌다. 통화조차 나누지 못한 한일 외교장관이 함께 참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으로 워싱턴에서 예정된 한미일 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됐고, 일본 자민당 내 강경 발언이 높아지는 등 일본 내 기류가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부도 한일 장관의 첫 회동 성사 전망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를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日,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 강력 요구

한일 외교장관 첫 대면 이후 '리버풀 미스터리'...외교부의 ‘우왕좌왕' 공보

결국 회담 일정은 잡지 못했지만 대면은 이뤄졌다. 정의용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1일(현지 시각) 저녁 리셉션에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난달 10일 하야시 외무상 취임 이후 첫 대면이다. 우리 시각으로 12일 오전 11시 넘어 일본 언론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한일 두 장관이 정식 회담 대신 선 채로 담소를 나눴고, 하야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 등 양국의 현안에 대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설명하며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NHK는 이번 만남이 한국 측의 요청으로 짧은 시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한결같이 일본 외무성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보도였다.

한일 외교장관 첫 대면 이후 '리버풀 미스터리'...외교부의 ‘우왕좌왕' 공보



한일 외교장관 첫 대면 이후 우리 외교부 '갈지자' 대응

한일 외교장관 첫 대면 이후 '리버풀 미스터리'...외교부의 ‘우왕좌왕' 공보

반면 우리 외교부의 대응은 의외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후 3시쯤 “현장에서 두 장관의 자연스러운 조우가 있었다. 한 장소에서 만나 양국 간 현안을 포함해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봤을텐데 하야시 외무상이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한일 현안과 관련해 정 장관에게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한 데 대해선 아무런 입장도 담기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G7 장관들이 함께 한 리셉션장에서 일본 외무상의 불편한 주장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단 말인가? 외교부의 입장은 4시간 넘게 지난 뒤에야 바뀌었다. 저녁 7시 27분 외교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내진 SMS 문자에 처음으로 한일 간 첨예한 과거사 현안에 대한 정 장관의 대응이 담겼다. ”정 장관은 강제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현안들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리버풀 미스터리' 배경은?

한일 외교장관 첫 대면 이후 '리버풀 미스터리'...외교부의 ‘우왕좌왕' 공보

외교부의 입장이 4시간여 만에 바뀐 ’리버풀 미스터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몇 가지 추측을 해본다. 첫째, 한일 접촉 관련 P.G.(Press Guidance : 언론대응자료)를 내기 전에 고위급의 재가를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둘째, 영국 리버풀 현지와 외교부 대변인실 간 소통 문제. 셋째, 한국과 영국의 시차. 넷째, 우리 정부 나름의 고도의 외교 전략 등등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 외무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일 장관의 첫 대면 회동에 대비해 일본 국내 여론 반발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일본 기자들에게 배포할 P.G.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을까? 사실 외교부 출입 기자들은 외교부의 공식 P.G가 아니라 일본 언론 보도를 본 뒤 한일 당국 간 회동을 뒤늦게 알게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외교부의 이 같은 ’뒷북‘ 행태는 '실세' 장관인 정의용 장관 취임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은 G7 정상회의와 장관회의에 초청될 정도로 외교적 위상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한일 외교 관련 공보에 있어 치밀한 준비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G7 초청국에 어울리지 않는 아마추어 수준이다.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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