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시한폭탄 되나?

[와이파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시한폭탄 되나?

2021.08.14.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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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 15조 급증
"부동산 가격 상승·공모주 열풍으로 대출 증가"
"가계대출 늘면 경제 전반에 부담…잠재적 위험↑"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장 큰 원인…"대책 고심해야"
[와이파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시한폭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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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뉴스에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가계대출'인데요, 뉴스에 자주 보인다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조짐이 있다는 것이겠죠. 맞습니다. 가계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번 주에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죠.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 2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 전보다 9조 7천억 원이나 늘었네요. 전달 6조 3천억 원 증가보다 확대 폭이 늘었습니다. 7월 기준으론 역대 최대입니다.

매달 같은 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가계대출 동향' 자료를 내놓습니다. 한국은행 자료에는 은행권만 포함되는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 금융권을 다루는 자료죠. 지난달 상황을 볼까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5조 2천억 원 늘었네요. 이렇게만 보면 감이 잘 안 잡힐 텐데요, 일단 지난달 증가 폭인 10조 3천억 원보다 훨씬 많이 늘었고요,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증가율이 무려 10%입니다. 정부가 목표로 삼는 5~6%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 집값·전셋값 급등에 '영끌' 추세 여전

지금까진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는데요, 그럼 이번에는 '왜'를 알아봐야겠죠.

한국은행은 주택과 관련한 자금 수요가 늘었고, 카카오뱅크,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공모주 청약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설명도 비슷한데요, 공모주 청약 일정과 전세자금의 수요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는 건데요, 첫 번째는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돈이 필요해진 사람이 늘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한 뒤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등한 전셋값은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쳐서, 집값과 전셋값이 서로를 끌고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공모주 열풍…'빚투'도 영향

두 번째 이유는 공모주 청약입니다. 요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도 커진 분위기인데요, 첫 거래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오른 걸 말하는 신조어 '따상'만 봐도 높은 관심도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이 공모주 청약이 세 건 있었습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카카오뱅크, HK이노엔인데요, 카카오뱅크에는 무려 58조 원이 몰렸고요, 에스디바이오센서에는 32조 원, HK이노엔에는 29조 원이 들어갔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이 신용대출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끌'과 '빚투'가 금융 안정을 해친 셈인데요, 다만 7월 말에 집중됐던 공모주 청약 증거금이 환불되면서(주식이 배정되지 않은 만큼의 증거금은 돌려받으니까요) 이번 달 첫 번째 주에 가계대출 잔액이 대폭 줄었다고 합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크게 늘긴 했지만, 특수성이 있었던 만큼, 상반기 평균 수준 범위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죠.

◆ "가계부채 급증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

이렇게 빠르게 가계대출이 늘면 항상 같이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시한폭탄'이죠. 대출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폭탄 취급을 받는 걸까요?

예를 들어보죠. 직장인 A 씨가 신용대출로 은행에서 천만 원을 빌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당장은 돈이 생겼으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오랜만에 기분 좋게 외식도 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빌렸으면 이자를 내야겠죠? 다달이 돈이 빠져나가는 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자만 내나요? 원금도 갚아야겠죠? 압박이 심해지네요. 돈 쓰는 게 무서워집니다. 결국 소비를 줄이게 되겠죠. 가계부채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만약 사정이 나빠져서 해당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면? 한 두 건이라면 금융권이 쌓아놓은 충당금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사례가 많아지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타격이 불가피하겠죠. 금융회사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으면 당연히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고요. 민간 부채를 국가가 떠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역시 지난 2008년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죠. 신용 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subprime) 등급에 돈을 마구잡이로 빌려줬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돈을 빌린 사람들이 대거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발생한 사태입니다. 이 여파로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세계적인 불황이 시작됐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와이파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시한폭탄 되나?



◆ 결국 문제는 부동산…"시장 방치하면 백약이 무효"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역시 부동산입니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면, 은행의 가계대출 1,070조 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759조 원입니다. 나머지 기타대출이 281조 원이고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빚을 갚느라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인 거죠.

정부도 당연히 위험성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은행권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늘리고, 비주택 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했죠. 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인 겁니다.

당장 살 곳이 필요한데,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고 해서 거주 공간을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실수요자 입장에선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른 만큼의 대부분은 빚으로 메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강력한 억제 의지를 밝혀서 통제 불능 수준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가장 큰 배경인 셈입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직전인 2017년 4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4억 원이 조금 넘었는데요, 지난달에는 7억 2천만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죠. 가계대출이 늘어나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26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유효성도, 일관성도, 효율성도 모두 잃으면서 최악의 실패를 현재 진행형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최근 들어선 정부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청와대도 혼선을 거듭하거나, 아예 시장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죠. 요즘은 청와대와 여당이 부동산 문제는 아예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뇌관을 제거하려면, 강력한 억제책을 내놓기에 앞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묘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YTN 조태현 (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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