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24년 만의 자백...집념으로 푼 살인사건 전말

[와이파일] 24년 만의 자백...집념으로 푼 살인사건 전말

2021.08.10.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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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24년 만의 자백...집념으로 푼 살인사건 전말
지난달 전북 김제의 한 공사 현장. 24년 전 살해된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전북경찰청 경찰관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전북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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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던 기다림을 24년 만에 끝맺은 건 한 형사의 집념이었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류창수 경위. 2019년 11월, 그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 사건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지나가는 소리 같았다. 형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쩌다 접하는 뜬소문.

속는 셈 치고 발을 담갔다. 실마리를 잡아당길 때면 이따금 새로운 이야기가 딸려왔다. 처음에는 여성의 이름이, 한참 지나 그다음에는 범행 장소가 나오는 식이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러, 형사는 마침내 범인 중 한 사람과 마주했다. 자포자기한 탓인지, 입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24년 전인 1997년 2월쯤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전북으로 가던 차량 한 대. 그 안에 류 경위가 만난 범인과 그의 친구, 또 선배와 선배의 여자친구, 이렇게 넷이 타고 있었다. 내내 시끄러웠다. 외도를 의심하는 여성과 화가 난 남성의 싸움이 계속됐다.

차는 김제에서 멈춰 섰다. 선배는 후배들을 내리게 한 뒤 여자친구를 수차례 폭행해 살해했다. 시신은 근처 웅덩이에 버려졌고, 사건은 세 사람의 비밀로 굳어졌다.

류 경위는 여성의 신원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같은 이름의 여성을 모두 찾아 주민등록증 사진을 일일이 확인했다. 실종 당시 여성의 나이는 28살. 살아있다면 사진 한 번쯤 바꾸지 않았을 리 없었다.

어렵게 1명을 찾았다. 이 여성은 그동안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만들지도 않았고, 1997년 1월 이후로는 외국 한 번 나간 적도 없었다. 법의학 용어로 '생활반응'이 없는, 사망한 사람이었다.

이제 여성의 시신을 찾을 차례였다. 살인사건의 주범을 꼼짝 못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신 매장 장소로 예상되는 곳이라면 농지든 도로든 갈아엎었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온 거라곤 동물 뼈 수십 조각이 전부였다.

결국, 체포 영장만 들고 대전으로 향했다. 다행히 주범은 류 경위를 보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내려가는 내내 침묵만 지키더니 이윽고 '죄송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모든 범행을 시인했다.

미제 사건으로도 등록돼 있지 않았던 살인의 전말은 그렇게 풀렸다.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은 풀려났지만, 시신 수색은 계속될 예정이다.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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