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2021.08.04.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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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꼴 형태인 다른 군 수감 시설과 달리 국방부 영내 미결 수용 시설, 1자형으로 구성돼 사각지대 존재
軍 관계자 "1시간 단위 순찰을 10~20분 단위 순찰로 강화하면 수용자 스트레스 가중 우려"
국방부 미결 수용 시설에선 경호 붙은 상태에서 군병원 등 진료 가능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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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공군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의 피의자 A 상사가 국방부 영내 근무지원단의 미결 수용 시설에서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제(2일) 성일종·신원식·이채익·한기호 등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의원 4명이 해당 수감 시설을 살펴보고 기자들과도 만났습니다.

당시 이 시설에는 공군 중사 사망 사건 관련 인원 2명과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된 미결수 10여 명이 수용돼 있었습니다.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의원들은 수용자와 접촉하지 않고 시설을 볼 수 있도록 블라인드 설치를 요구해 가림막 등이 설치된 상태에서 점검이 진행됐습니다.

아래 그래픽이 국방부 내 미결 수용 시설을 여러 차례 다녀온 분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해 본 시설의 구조입니다.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좀 더 세밀하게 살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이 있었는지 따져보고 예방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크게 2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와 관련한 군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1) “독방 화장실 문고리 위치가 문제” vs “눈 높이 아래라 문제 없다”

야당 의원들은 “시설물 안에 사고 났을 때 문고리 부분이 있었다. 문고리와 바닥 간 높이 차이가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시설을 설계할 때 이 부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겠지만 수정돼야겠다”고 지적했습니다.

독방의 화장실은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밖에서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가 없게 반투명 유리로 돼 있어 실루엣만 확인이 가능한 수준이라는데 의원들의 말로는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있으면 복도 순찰을 할 때 수용자의 위치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래 그래픽은 자문을 받아 재구성해본 독방 화장실의 구조입니다.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보통 문고리는 통상적으로 눈높이 아래 위치에 달게 되어 있는데 해당 시설의 문고리 위치는 시야 아래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결과적 측면에선 문고리 위치를 낮춘다고 문을 여닫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2) “순찰 간격 1시간에 1번은 너무 길다” vs “수용자 스트레스 고려해야”

야당 의원들은 상주하는 군사경찰이 방 10개를 1시간에 1번씩 순찰을 돈다는데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예방하고 관리 감독 철저하게 하기 위해 순찰 간격을 10분 혹은 20분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국방부 영내 수감 시설의 순찰 주기는 현재 20분에 한 번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군 수감 시설은 복도나 공용 시설만 CCTV가 바라보게 되어 있어 근무자가 육안으로 봐야 하는데 근무자들이 수용실의 복도를 왔다갔다하며 순찰을 자주 돌면 전투화 소리가 나다 보니까 수용자들이 심적인 스트레스를 은근히 많이 받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선하는 방향을 두루두루 살펴 보고 있다는데 일단 당분간은 20분에 한번씩 군사경찰이 독방 화장실까지 살피는 것으로 수칙 변경이 추진될 전망입니다.

평소 군 수감 시설이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곳이 아닌 만큼, 취재를 통해 새로 알게 된 내용을 몇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다른 군 수감 시설은 보통 부채꼴 형태인데 국방부 영내 미결 수용 시설은 ‘사각지대’가 있는 1자형

보통 군 수감 시설은 부채꼴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근무자가 정 가운데에서 수용자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전면에 육안으로 다 볼 수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방부 영내 미결 수용자실은 구조가 달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영 시설 개선 공사를 하면서 미결 수용 시설의 구조가 1자형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사각지대’가 생기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관리 감독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군 입장에선 사각지대 없이 수용자들을 감시하는 입장과 인권 침해를 없애는 입장이 좀 상충되는 부분이 고민이라고 합니다.


●국방부 미결 수용 시설에선 경호 속에 정신과 등 병원 진료 가능

의원들은 “A 상사가 숨진 미결 수용 시설은 군인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돼 처음 들어오는 곳이라 적응이 안 돼서 심리상태가 불안해지니 관리를 더 철저하게 했어야 했다”면서 “A 상사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실도 다 체크했는데 좀 더 세밀한 관리가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미결 수용 시설에선 본인 건강을 매일 체크하도록 되어 있는데 수용자들이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만큼 경호를 붙여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이든 군병원이든 전문 의료인으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상사는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데 우울증을 앓고 있던 상태는 아니었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국방부의 중간 수사 결과 내용을 살펴보면:

A 상사는 3월 3일 수요일 오전 10시쯤 자신의 차 안에서 강제 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냐”고 말하고, 자신이 5인 이상 회식을 주도하여 방역 지침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처벌받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고, 3월 22일 월요일에 피해자의 남자친구(현 남편)에게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합의와 선처를 종용하며 위력을 행사하는 등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 상 보복 협박’, ‘면담 강요’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와이파일] A 상사 사망 이면에 숨어 있던 군 미결 수용 시설 내 '사각지대'

정리해보면

A) 국방부 영내 미결 수용 시설은 다른 군 수감 시설의 부채꼴 구조와 달리 1자형 구조라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맞춤형 감시가 필요하고,

B)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독방 화장실 문고리 위치의 조정도 필요하며,

C) 수용자의 스트레스를 높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 더 빈번하고 세심한 순찰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D) 또 정신과 진료가 이뤄졌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수용자들의 심리를 좀 더 세심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군 수감 시설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인권 보호와 시설 특정을 고려한 운영, 수용자 관리가 최적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과정도 열심히 취재해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YTN 통일외교안보부 차장
국방부 출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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