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2021.08.03.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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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인 현지 식자재에서 감염 의심
환자 늘었지만 서로 격려하며 버텨
군의관, 의무병도 모두 감염될 정도로 최선을 다했던 현장
[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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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이제 집단 감염의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국방부 기자단에 걸린 엠바고가 일부 해제돼 청해부대 34진이 활동했던 지역이 서아프리카 기니만(Gulf of Guinea) 해역이란 사실까진 공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해적들에 의한 납치 사건이 자주 발생한 서아프리카 기니만 부근에선 지난 6월 1일 한국 선원 4명이 납치됐고, 5월 20일에도 한국 선원 1명과 외국인 선원 4명이 납치됐는데 어제 모두 풀려났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앞서 YTN은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계속 해군과 국방부, 합참 등을 통해 장병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군인들은 기본적으로 방송 인터뷰를 하려면 군 당국에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만큼, 당연한 절차였습니다.

물론 군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익명으로 인터뷰를 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색출을 통해 인터뷰 장병이 처벌받을 수도 있어 정식 절차를 거치기로 한 겁니다.

참고로 저희가 7월 16일 박길성 국방부 보건복지관을 생방송 뉴스에 전화로 연결했을 때는 서욱 국방장관, 원인철 합참의장의 승인까지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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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희 말고도 다른 언론사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줄기차게 이어지던 와중에 일부 매체에서 일부 장병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피 가래가 나왔다’, ‘지옥 같았다’는 기사가 나오자 7월 23일 금요일 오후 늦게 국방부에서 기자단에 취재 제안이 왔습니다.

이에 일부 매체에선 ‘관제 인터뷰’라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일단 장병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는 의견이 우세해 취재를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참고로 관제 인터뷰라면 질문과 답변 내용 공개에 있어서 제한이 있어야 했겠지만,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기자가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인터뷰 섭외 과정을 제외하면 이후 과정은 완전히 자율로 진행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국방부에서 의사를 타진해 보니 장교 1명, 부사관 2명, 병사 4명이 인터뷰를 희망했고, 병사 4명은 꼭 함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조건이 좀 까다로웠는데 제가 자원해서 1시간 30분 정도 ‘그룹 콜’ 기능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언론사별로 필요에 따라 일부 병사의 일부 의견만 따서 논란을 키운 면이 있는 듯 하여 저는 테마를 몇가지 정해서 이에 해당하는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려고 합니다.

병사들이 자세한 내용을 가감없이 국민께 전해달라고 제게 부탁했던 만큼, 좀 늦었지만 그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인터뷰 전문은 20페이지 가까이 되는 만큼, 기사를 읽으실 분들이 느끼실 스크롤 압박을 고려해 테마별로 정리했고, 군대인 만큼 계급 순으로 소개해 드린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테마 (1) “코로나19 증세는 심한 감기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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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자고 일어났는데 몸에 열이 나는 것 같고,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서 체온 쟀더니 39도로 높게 나와 상부에 보고하고, 침실에 들어가서 약을 복용하고 계속 자고 쉬었다. 격리됐던 사람들 중에서는 가래가 많이 올라온다는 얘기가 많았다. 기침은 많이 하지 않았다.

B 원사: 바다 위에서 10여 일 정도 아팠던 것 같다. 7월 19일에 배가 현지에 입항하기 직전까지 열이 39도 이상 오르기도 했는데 배에서 버티면서 면역 체계가 생긴 것 같다.

C 중사: 38.2도 정도 발열이 있었고, 코막힘 같은 감기 증상도 있었다. 제가 아는 한에서 가장 발열이 높았던 장병은 39.5도까지 올라갔던 병사가 있었다.

D 병사: 첫 감기 환자 발생 이후 다음 날 입원했다. 7월 3일 저녁쯤 열은 안 났는데 어지러운 증세가 있었다. 두통약을 부탁하고 일찍 잤는데, 다음 날 아침 못 일어나겠더라. 열을 재보니 39.7도가 나와서 바로 의무실에 입실해 병문안은 허락 안 되는 격리 조치를 받았다. 그 이후 하루하루 열도 나고 두통, 식은땀, 근육통이 오고, 장염도 왔다. 중증 상태였던 간부 1명이 심한 증세를 보이다가 침실에서 자면서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해서 급하게 옆에 있던 분이 깨웠는데 피 섞인 가래가 나왔다고 들었다.

E 병사: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기침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기침이 멈추지 못할 정도로 하는 증세는 드물었다. 가래에서 피가 나왔다는 사람도 내 옆에서 종종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었고, 피 섞인 침을 뱉는 걸 봤는데 평소 기침을 많이 할 때 목에 상처가 생겨 피가 묻어나오는 느낌 정도였지, 피가 쏟아져 나온 건 아닌 것으로 안다. 그렇게 피 섞인 가래를 뱉은 간부에게 연락해 봤는데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들었다. ‘지옥이었다’든가, ‘피 가래가 나왔다’는 기사는 좀 과장된 듯 하다.

G 병사: 7월 4일 감기 증세를 보였다. 고열과 기침, 가래 증세가 있었는데 감기인 줄 알았다.


테마 (2) “조리병부터 시작된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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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처음에는 조리병들에게 감기 증상이 있다고, 함 내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B 원사: 단순 몸살 감기로 생각하고 빠질 사람은 빠지고 조리를 시작했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조리병 중 많은 인원이 환자로 묶여 있으니 전투 식량으로 이틀 정도 버티고 조리병에게 격려 차원에서 휴식 시간을 줬다.

C 중사: 조리병들이 정말 몸이 안 좋았을 때는 자체적으로 다른 승조원들이 전투 식량으로 이틀간 대체했다.

E 병사: 내가 첫 감기 환자였다. 감염 경로가 절대 없었다고 생각했고, 배 자체를 격리시켰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였다. 처음엔 몸이 안 좋아서 감기가 걸렸다고 생각해서 계속 마스크를 썼다. 타이레놀 하나만 준 게 아니라 수액도 파병 전에 많이 구비했고, 타이레놀 말고도 여러 약들을 복용했고 의무병들이 계속 상태를 확인했다. 7월 2일 37.2도 정도로 체온이 높았다. 몸에 열 조절이 안 되고, 식은 땀이 나고 인후통이 왔다. 몸에 오한도 있었고, 힘들어서 힘을 못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틀 지나니까 몸을 잘 못 가누고 설사, 구토까지 동반돼서 그때는 아예 격리됐다. 이틀 정도 됐을 때 격리돼 하루 종일 의무실에 있었다. 평소 감기 때문에 코막힘이 생긴 적이 있어서 의심 증세가 왔지만 코로나19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테마 (3) “열악했던 현지 상황...식자재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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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외부인 접촉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배가 정박해 있으면, 바로 배 앞에 차를 끌고 와 물건을 내리고, 현지 에이전트들이 물러선 뒤에 우리 측에서 내려가서 부식을 들고 오는 시스템이었다. 외부인이 아예 현문을 통과하지 못하게 통제했고, 만약 업무적으로 접촉이 필요하면, 우리 쪽은 비행 갑판에서, 외부인들은 육상에서 이야기하다가 구체적으로는 서류를 통해서 이야기하되, 서류를 던져놓고 가면, 방호복을 입고 내려가서 서류들은 가져오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오히려 식자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식이 부족하거나 불량 부식들이 있으면 간헐적으로 에이전트를 통해서 새로 받은 적이 있다. 냉동 제품들은 약품으로 소독 처리하고 들어왔다. 해산물이나 야채, 씻어서 먹는 과일류들은 냉동 포장과는 다르게 바구니에 담겨서 랩핑만 되어 있어서 따로 소독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런 부식의 포장 상태도 부실했고, 그걸 통해서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B 원사: 아프리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크레인이 없어서 몇몇 대원이 육상에 방역복을 착용한 상태로 나가 물건을 릴레이식으로 가져왔다. 그 와중에 부식들이 포장이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했다. 현지가 열악한 환경이고 코로나19가 창궐한 곳이어서 소독약을 뿌리고 방역 작업을 했다.

D 병사: 의외로 현지 항이 중동 오만 항구보단 좀 더 깨끗해 보였고 덜 더웠다. 다만 저희 앞 부두를 어느 정도 일정 구역 못 접근하게 평소엔 가이드라인을 쳐놓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6월 말까지 군수 물자 적재는 코로나19 때문에 현지인 접촉 없이 크레인으로 진행됐다. 방역 담당이 방역을 실시하고, 승조원들은 조리병들이 관리하는 냉동 창고로 물자를 이동시켜서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양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부식 중 상자가 훼손되거나 녹은 것도 있었다. 이렇게 훼손된 건 개별 포장하고 녹은 건 따로 정리했다. 초반에 조리병들이 대부분 감기 환자가 된 걸 봤을 때 상자 겉부분은 방역이 됐지만 내용물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E 병사: 현지 항구에 사람이 많았지만, 가이드라인을 쳐놓아서 5~10미터 정도는 사람들이 못 오게 조치는 이뤄졌다. 현지 작업자들은 마스크를 다 쓰지 않았다. 현지 계란 품질이 그리스나 다른 곳에 비해 좀 더 더러웠다. 깃털, 흙이 좀 묻어 세척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육류를 통한 감염이라고 단정짓기엔 상자에 포장된 채소류가 의심스럽다. 고기 안에 바이러스가 침투되기 어려운 이유는 조리병들이 고기를 손질하고 재료를 꺼내 익혀서 내보냈기 때문이다. 포장을 까서 재료를 옮겼던 그때가 의심스럽다.

G 병사: 항상 받는 승조원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 쇠고기, 고등어, 오징어를 현지에서 공수 받았다. 현지에서 공급 받은 채소와 과일 중엔 양파, 파프리카, 상추, 양배추, 적채, 사과, 방울 토마토, 파인애플, 오렌지, 자몽 등이 있었다.


테마 (4) “침실, 식당, 화장실 등 배 곳곳에서 이뤄진 방역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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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감기 증상자들은 잘 때도 마스크를 착용시켰고, 손 씻기 등 방역 조치를 실시했다. 확진자들과 비확진자들의 침실을 격리해 확진자들끼리 몰아서 쓰게 했고, 비확진자를 격리했다. 개인별로 침실을 바꾸기 전에 소독약으로 닦은 뒤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확진자들은 비확진자들이 다 먹고 나서 식사를 했다. 하루에 2번 정도 의무병들이 공용으로 쓰는 얼음 제조기 등을 주기적으로 알코올을 뿌리고 걸레로 문질러서 소독하곤 했다. 의무 참모가 판단해 의무실을 방문하지 않았거나 약을 안 먹은 사람들은 확진자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비확진자들은 화생방 구역으로 완전히 격리시켜 못 나오게 했다. 표면 청소나 당직 근무는 증상을 앓고 회복한 확진자들이 주로 임무를 맡았다. 비확진자는 의무 참모 주관으로 격리실 밖으로 나올 때 방호복을 입혀서 나왔다.

C 중사: 방역을 위해 운동이라든지 위생적인 부분에 있어서 조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체력 단련실은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D 병사: 마스크는 당연히 경남 진해항에서부터 썼고 2월 8일 떠났는데 그 전에도 2주 전부터 한국인도, 심지어 가족도 접촉하지 않고 배에서만 격리하고 출항했다. 출항하고 2주간 무증상 감염이 있을 수 있어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휘부는 초반부터 방송을 통해 건강 관리에 유의하라고 했다. 환자 배식 시간을 따로 뒀다. 환자 리스트를 정리해서 당직에서 열외시켜줬는데 코로나19 증상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 가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 자기 당직 순서 때 맡은 일을 안 하면 다른 누군가가 더 해야 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면 남은 사람도 힘들고, 환자는 매일 급증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나으면 자발적으로 “괜찮아. 내가 할게” 이랬다. 환자들한테 열 좀 내렸다고 억지로 일을 시킨 건 없었다.

E 병사: 현지에서 추가 부식이 들어오는 게 있을 때는 조리병들이 직접 운반했는데 운반 전 부식을 갖고 온 현지 트럭 기사와 에이전트들은 멀리 떨어져서 방역 조치하는 사이, 우리가 손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육상에서 가져오는 게 위험하다고 해서 방역하시는 분은 방호복을 입고, 조리병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예민하게 작업했다. 마스크는 함 내에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서 부족하지 않았고, 함 내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과실 처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수칙이 지켜졌다.

F 병사: 현지 물자 선적 뒤 10일이 지나고 환자가 확산됐을 땐 침실에 커튼을 설치해 환자 침실과 비환자 침실을 나누기도 했다. 환자, 비환자가 따로 이용할 화장실이 부족해서 환자의 화장실 이용 시간, 비환자의 이용 시간을 나눠서 운영하기도 했다.


테마 (5) “우리가 백신 접종 못하면 대신 다른 국민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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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백신은 파병에서 복귀하면, 접종해 준다고만 들었다.

B 원사: 이렇게까지 코로나19가 번질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서아프리카 기니만에서 작전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코로나19 음성인 걸 확인하고 출항했으니까 걱정을 안했다. 무조건 정박하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처음에는 항해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정박했을 때는 100%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박 이후 일주일간 마스크를 100% 착용했다. 이후 일주일 지나서는 항해 중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첫 감기 증상 환자 발생 이후 감기는 전염성이 있으니까 다들 100% 마스크를 착용했다.

C 중사: ‘왜 한국을 떠나기 전에 백신을 놓아주지 않느냐’는 마음보다는 그 당시 백신이 물량 부족했다는 상황도 있어서 “우리가 백신을 맞지 못하면, 국민 중 다른 누구라도 대신 백신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파병을 나왔다.

E 병사: 전대장과 함장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분들과 회의를 했는데 백신을 받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백신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테마 (6) “모두 음성 나온 신속 항체 키트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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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신속 항체 키트에서 총원 음성으로 떠서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적다고 판단했다.

D 병사: 코로나19 검사 키트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승조원들이 신속 항체 검사 키트를 5번인가 이용하고 피도 뽑고 검사했는데 다 음성이 나왔다.

E 병사: 상황이 악화돼서 의무 쪽에 있는 코로나19 신속 항체 체크 키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피 검사를 통해서 임시적으로 체크했을 때 음성이 나왔다. 모두가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신속 항체 키트 검사를 해보니 다른 사람도 음성이 나와서 코로나가19 아니라고 생각했다.


테마 (7) “어쩔 수 없는 3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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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침실이 적으면 16명이 같이 쓰고, 많으면 36명까지도 같이 쓰도록 설계가 돼있는 데다 3층 침대에 마주 보고 살아야 하는 환경이다. 화장실도 시간을 나눠 쓰지만 그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상황이 아니니까... 이용 시간은 분리했지만,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면서 확진자가 늘지 않았나 생각한다. 화장실 손잡이와 식당, 침실 등은 같이 사용하니깐 거기서 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D 병사: 함정 환경 자체가 샤워실도 좁고, 얼마 안 되는 대변기, 소변기도 여럿이 함께 사용했다. 휴게실에 5~6명이 들어가면 더 못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좁았으니 거리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함 내 공기를 같이 마신다는 건 통풍관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FCU(천장형 에어컨)가 작동 잘 안 하는 격실을 쓰는 장교 중엔 감염이 되지 않은 분이 있었다. 문무대왕함은 1명이 지나가면 벽에 옆으로 붙어서 인사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 배는 300명이 다니기에 통로가 좁았다. 2명이 함께 지나가는 게 최대일 정도였다. (※군함에서 무기 체계 등 기계의 성능 유지를 위해 에어컨을 세게 틀어 평소 감기 환자가 많이 발생했는지 점검이 필요해서 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함이 좀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FCU(천장형 에어컨)가 안 좋아 땀을 흘리며 잤고, 쿨 매트를 깔고 잤다. 오히려 현지가 중동인 오만보다 덜 더웠다. 오히려 더워서 FCU(천장형 에어컨)를 시원하게 틀면 안 되냐고 건의할 정도였다.

E 병사: 함 내 통풍이 그리 잘 되진 않았다. 굳이 예를 들자면, 아파트 단지 내 어떤 집에서 카레를 요리했는데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그 집 현관 문을 열기 전에 희미하게 느껴지는 카레 냄새 수준보다는 약간 덜 냄새가 느껴지는 수준이랄까? 이지스함은 장비가 많아서 함 내 온도가 낮다. 밖에 나가면 덥고, 안은 시원한 수준인데 문무대왕함은 FCU(천장형 에어컨)가 시원하지 않아 감기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춥지 않았다.

F 병사: 함정 특성상 문무대왕함 정도 되면 200~250명이 정원이다. 그런데 저희가 파병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300명까지 인원이 늘어나 파병을 온 상황이었다. 배가 커도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니 침실에도 20명 들어가서 생활하는 곳도 있었다. 밀접 접촉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테마 (8) “당시 최선을 다했던 군의관과 의무병도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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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위: 감기 증상이 있어서, 감기약 위주로 가글 같은 거담제 1병을 받았고, 체온이 많이 올라간 이후엔 근육 주사를 맞았다.

B 원사: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고 군의관 2명과 의무병이 잠도 못자고 수액을 맞아가면서 대원들을 챙기곤 했다. 의무실에 침대가 4개 밖에 없어서 나중에 환자가 급증하자 침실 이동이 이뤄졌다.

D 병사: 수액이 충분했는데 줄이 부족했다. 수액을 맞을 환자를 수용하기에 의무실이 좁았다. 환자가 늘어 기침약 등을 처방하다 보니 나중엔 해열제 등 약이 부족하게 돼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구매했다. 거의 모든 약을 꺼내놓고 처방했다. 열이 38도 이상이면 주사 처방을 했지만 후반엔 타이레놀 뿐이었다. 군의관도 잠을 못자고 상태를 체크하느라 고생했다. 정확하지 못한 정보로 그들을 욕하면 안 된다. 결국 의무병과 군의관도 감염됐다.

E 병사: 의무병, 의무장은 조금이라도 아프면 무조건 오라고 얘기하고 우리가 방문하면 항상 약을 많이 챙겨줬다. 수액 주사를 맞히면서 하루 쉬게 하고, 건강도 잘 챙겨줬다. 제가 7월 2일 감기 증세가 왔을 때 의무실에 가니까 소염 진통제와 진해거담제, 물약 등을 받았고 나중엔 주사를 놔줬다. 쉬었는데도 상태가 악화되니까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서 폐렴 증상인지 확인하기도 하고, 의료 기구로 검사를 최대한 많이 실시했다. 감염병 관련 전공 의사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F 병사: 일부 언론에선 군 의료진이 기관지 문제를 잘 몰라서 조치가 제대로 안 된 거 아니냐고 지적하는데 제 동료가 두통이 심하거나 부비동염 증세를 보였는데 그때마다 군의관이 외부 전문의와 소통하면서 증상에 대해 물어보고 저에게 처방도 해줬다.

G 병사: 타이레놀과 위를 보호하는 약, 진해거담제 위주로 약을 받고 나서 의무실에서 링거, 해열제를 지원해줬고, 환자가 많아지면서 의무진들은 승조원 중 아픈 사람의 체온 측정을 새벽까지 진행했다.


테마 (9) “일탈 행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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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원사: 현지에 상륙하거나, 외출할 기회는 전혀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타국의 군함에 탄 수병들이 외출 나오는 것을 허가하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E 병사: 함 내에선 바다에 빠지거나 한 명이라도 사라질 우려 때문에 지문 인식을 통한 인원 보고를 항상 한다. 저녁에도 지문을 찍어 배 안에 있는지 확인하고, 항상 배에 승조원 총원이 다 있는지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다. 현문이라고 배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에 당직 서는 분이 있어서 정박해 있을 때는 24시간 지키고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테마 (10) “현지 항구에서 입항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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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원사: 원래는 부식 적재 작업도 하고 피로도도 낮출 수 있게 14일 단위로 입항했다. 그런데 원래 7월 14일쯤, 늦어도 16일쯤 입항했어야 했는데 현지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이유로입항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류도 부족해져서 저속으로 항해해야 했다. 그런 악조건이다 보니 의료약을 다 써서 타이레놀만 복용했다.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서 수액 세트와 타이레놀 5천 정을 공수 받았다. 이런 상황을 상부에 보고했고, 상부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입항을 거부 당하다가 7월 19일 새벽 3시에 입항 허가가 떨어져 새벽 4시쯤 입항하게 됐다. 다음 35진이 오기 전에 짐을 싸야 하는데 침구 정리를 해야 했다. 기본 청소가 끝난 시간이 밤 12시쯤이라 날을 새고 소독하는 작업은 없었다. 7월 19일 배에서 내리기 직전 12시간 안에 모든 걸 해결하고 내리고 특수 임무단이 타는 걸로 해서 모든 게 하루 만에 해결됐다.

D 병사: 7월 10일 이후엔 의무실 집계상 환자가 100명이 넘었던 것으로 안다. 작전을 중단하고 현지에 치료를 위해 입항한다고 방송했지만, 바로 입항하지 못하고 현지 앞바다에 둥둥 떠다녔다. 저희가 간다고 연락했지만, 현지에서 주말이라 부두 자리가 없다고 기다리게 했다. 지휘부에서도 계속 자리를 알아본다고 전화를 했다. 그 사이에도 환자는 하루에도 20명씩 늘고 그랬다.


테마 (11) “서로 도우며 버텼다”

[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B 원사: 원사와 상사 등 고참들은 하사나 병사들이 자꾸 쓰러지니까 당직을 대신 섰다. 그러다 보니 타이레놀을 복용할 정도로 진료를 받으면 기록이 남고 당직을 못서게 되니 서로 격려하며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다. 함장은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버텼다. 환자들이 배에서 내릴 때 현지에 부탁해서 통선을 불렀는데 파고가 1.5m 이상인데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래서 5명이 내리는데 30분 이상 걸렸다. 고속단정은 파고가 1.5~2m면 운항 제한인데 너울이 치는데도 환자를 이송해야 하니까 고속단정을 내렸다. 수병들도 아파서 약을 먹고 있는 상태였는데 아픈 동료들을 3~4번씩 내려 보내는 고충을 감수했다. 배를 두고 내려야 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병사들과 간부들끼리 “음성자들만 한국에 비행기를 태워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 체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울기도 했다.

C 중사: 서로가 서로를 다 걱정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증상이 호전된 인원들은 시간을 분리해서 외부 갑판에 바람을 쐴 수 있게끔 지휘부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환자 특성상 증상이 경미한 인원들이 통로 등에서 마주치는 상황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지나치면서 “몸은 좀 괜찮냐?” 말 한마디를 건네는 그런 상황이었다.

G 병사: 답답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현지 날씨도 덥고, 뜨거운 기름을 만지면 땀이 나서 힘이 든다. 그래도 합심해서 이겨내 보자는 마인드로 마스크 쓰고 일하고 버텼다.


테마 (12) “급박했던 인수인계 마치고 귀국했는데 답답하고 억울하다”

[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B 원사: 참담하고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상부 지시에 의해 서아프리카 기지만으로 갑자기 출동하게 됐는데 현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었다.

C 중사: 저희가 상부에서 명령을 받고 작전 해역이 변경되는 시점부터 계속 합참에 1일 상황 보고가 이뤄졌던 걸로 안다. 8일 동안 매일매일 화상 회의를 했는데 보고가 8일 늦어졌다는 게 나는 잘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 부분 확실히 확인해줬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현재 국방부에서 집중적으로 감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른 장병에게 제가 이와 관련해 추가 질문을 했을 때는 C 중사처럼 “7월 10일 전에 감기 환자 발생과 관련한 일일 보고가 분명히 이뤄졌다”고 얘기했는데 이후 제가 재차 언제쯤 감기 환자 발생 보고가 이뤄졌는지 물어보자 “다시 생각해보니 10일에 첫 보고가 이뤄졌다”고 해당 발언을 번복해서 이와 관련한 리포트를 제작해놓고도 방송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26일 국회 국방위에서 신원식 의원이 이와 관련해 국방부에 답변을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저희 부대에 대해 조금 부정적으로 기사화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조금 안타깝다. 과연 그런 기사들이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게 맞는가? 제보를 한 몇몇 인원의 이야기만 듣고 기사화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명예를 생각하고 임무를 수행해왔는데, 이런 헌신이 왜곡되고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D 병사: 귀국 직전 조리병 업무와 관련해 인수인계 할 게 쌓였다. 조리 도구 위치와 각종 비밀번호도 전달해줘야 했다. 조리병들이 다 감염된 만큼 식기류가 다 오염됐을 수 있어서 밥 하고 소독하고 랩핑 작업도 하고 나선 육류 등 식자재 감염이 의심되니까 창고 안의 모든 걸 폐기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리병들은 감기 증세가 모두 있었고 다 확진자가 됐다고 봐도 무방한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상태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맡아 한 것이다. 그런데 확진자가 한 일은 의미가 없다는 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 그러면서 우리가 밤을 새서 작업했다고 기사가 나왔는데 밤을 샌 건 아니고, 좀 덜 자긴 했다. 할 게 너무 많았고 환자도 많았다. 밤 12시 취침 지시가 나왔는데 마른 걸레랑 알코올로 격벽을 다 닦고, 인수인계를 위해 저희가 해야 할 것을 다 했다. 비판적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거나, 비난을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분이 안 좋았다. 청해부대 34진이 귀국하는 게 계획된 게 아니라 작전 수행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라 허무한 감정이 있다. 패잔병이란 느낌이 든다. ‘지옥 같았다’는 등 심한 표현이 담긴 기사를 봤는데 제가 감히 말씀드리면 아무도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34진 모두 자랑스럽다. 함장이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다. 평소에도 함장이 장병을 위하는 마음은 느꼈지만, 본인도 확진돼서 몸이 아파도 한국과 시차가 있어 보고를 하느라 날밤을 새고 목이 갈라지고 눈이 충열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으로 올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국민도 34진의 건강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E 병사: 배를 다른 사람에게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선 암울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겠다. 잘 해야겠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마음으로 해서 너무 힘들진 않았다. 자발적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일과여서 기분 나쁘지 않게 일했다. 우리가 증거를 인멸하려고 소독을 했다는 언론 보도는 터무니 없다. 환자가 소독을 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장갑을 끼고 최대한 손 닿는 부분은 35진을 위해 방역 조치를 하고 나오게 됐다. 당시 ‘배 안에서 지옥 같았다’는 식의 부정적인 기사를 보고 너무 마음 안 좋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좋은 모습으로 다 이겨내려고 함장은 격려하고 우리도 보기 좋게 열심히 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함장을 질타한 댓글 의견에 마음이 아프다. 65기 병사들이 절반 정도인데 이번 파병이 끝나면 제대하고 사회에 나간다. 하지만 부사관이나 장교, 함장은 계속 해군에 남아서 이번 일로 인한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분들이다. 우린 제대하면 괜찮아지겠지만, 장교나 부사관, 함장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셨는데도 힘든 파병 끝에 마무리가 안 좋아서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 같은 느낌이라 너무 죄송하다. 국민이 장교와 부사관들을 너무 질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F 병사: 비난 글도 접하게 되다 보니 마음이 많이 안 좋다. 국민께 전하고 싶은 말은 과장된 기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겠지만, 너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진 않았으면 좋겠다. 35진이 저희가 해야 할 임무를 대신 해주는 거니까 미안한 마음도 크고, 힘든 상황을 넘겨주고 오는 상황이라 35진이 힘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G 병사: 힘든 상황에서도 한마음 한 뜻으로 임무를 타지에서 수행해왔는데 과장된 표현이 담긴 기사로 그동안 노력한 명예가 실추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

[와이파일] 청해부대 장병 7인 인터뷰의 재구성: 기니만 해역 작전 중 집단 감염 총정리

265명의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은 이제 완치 판정을 받고 나왔고, 나머지 장병들도 곧 격리에서 풀려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방부 감사는 진행 중입니다. 물론 처음 감기 환자가 발생했을 때 합참에 보고가 바로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백신을 맞히지 못하고 보낼 수밖에 없었고, 신속 항원 키트 대신 신속 항체 키트를 챙겨 출항을 시켰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역만리에서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는 문책, 질책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승윤[risungyoon@ytn.co.kr]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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