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징병 못할 이유 없지만… 軍은 남녀평등 실현 도구 아니다" [포스트잇+]

"여성도 징병 못할 이유 없지만… 軍은 남녀평등 실현 도구 아니다" [포스트잇+]

2021.05.14.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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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여성 징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지체없이 여성들을 군에 보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징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군 복무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요. 어떤 나라가 전투 준비와 전쟁을 사회적 합의로 합니까?"
<육군 소령 출신 이지훈 변호사>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면 여성도 징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최근 이슈가 된 여성 징병제에 대해 이지훈 변호사는 명쾌한 논리로 말했습니다. 지난 2004년 입대해 14년간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소령 출신 예비역이라 소신을 밝히는 데 거침이 없었습니다.

"군은 전쟁에 대비해 존재하는 만큼 태생적으로 남성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군대를 남녀평등 실현의 장으로 만들거나 사회 문제가 된 이슈들을 군에 접목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여성 징병제에 관해 국방부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문제를 방관하는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또 "병역 의무처럼 특별하고 완벽한 희생은 없다"며 "국가가 개인의 소중한 시간과 노동력을 사용한 만큼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가에서 다시 나를 부른다면 당연히 군에 가야 하겠지만, 지금 재입대하는 꿈을 꾼다면 아마 잠에서 깨서 소리를 지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누구보다 군을 잘 아는 이지훈 변호사가 말하는 여성 징병제에 대한 주요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여성 징병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이 문제가 군사적 필요성 때문에 제기된 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성 징병제는 남녀평등 차원이나 충동적 감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 면밀히 판단해야 합니다.

- 국방부가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 여성 징병을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지금 사회적 합의가 없다고 군 복무를 안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국방부가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당연히 여성도 군에 가야 합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도 여성을 징병할 필요는 없는 거고요. 군의 존재 이유는 전쟁이고, 전쟁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안보 상황에 비춰 여성이 군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국방부가 책임 부서로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건 사태를 방관하는 겁니다.

-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 50% 이상이 징병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 놀라운 수치인데, 저한테 만약 질문했다면 징집에 동의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9주간 군사 훈련을 받았고, 14년 동안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했습니다. 군에서 자유가 억압되고 집단으로 살아야 하는 그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큰 고통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신체적 차이가 있습니다. 군대는 태생적으로 남성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이며, 그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군대를 남녀 평등을 실현하는 장으로 만들거나 사회에서 문제가 된 이슈들을 군에 접목하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 군 복무는 의무이지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 굉장히 위험한 국가주의적 발상입니다. 헌법에 따라 국방 의무는 모든 국민에게 부여되지만, 징집은 병역법에 따라 남성에게만 부과되는, 특별하고 완벽한 희생입니다. 그럼 당연히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겠죠. 국가가 공공 이익을 위해 개인의 소중한 시간과 노동력을 사용한 거니까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가치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월급을 인상하거나 전역 시 일시금을 주는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 YTN 권민석 기자(minseok20@ytn.co.kr)
YTN PLUS 정원호PD(gardenho@ytnplus.co.kr)
YTN PLUS 함초롱PD(jinchor@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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