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김범수는 왜 고음을 버렸나

[Y터뷰] 김범수는 왜 고음을 버렸나

2024.02.22.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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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보컬 내세워 디테일하게 감성 저격
"발라드 장르, '헬곡 경연대회'처럼 자극적으로 변해"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 기뻤던 때로 돌아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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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 씨의 가창력은 따라 하기도 어려운 고음을 수월하게 부르는 기술로 종종 설명된다. 큰 사랑을 받았던 '끝사랑'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김범수 씨가 자신의 장기인 고음을 잠시 내려놨다. "반대도 많았지만 고음을 내려놓자고 내가 밀어붙였다"고 말해 더욱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간 고음을 구사하는 창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 내 플레이리스트를 보니 그런 창법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듣고 있더라고요. 그게 제 감성과 맞닿아 있는 음악이었던 거죠. 미니멀하고, 서정적이고, 시적인 노래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김범수 씨는 정규 9집 앨범 '여행'을 이렇게 소개했다. 동명의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 '나이' '너를 두고' 등에서도 한층 담백해진 그의 창법을 만나볼 수 있다. 고음을 앞세운 강렬함보다는 대화하는 듯한 편안함이 매력이다.

그는 "때론 음압이 높은 고음이 서정적인 가사를 전달할 때 방해요소가 되기도 하더라. 그래서 테크닉적인 요소들을 내려놔야 더 담백하게 이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창법에 변화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내 창법을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창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음이 없어 수월했지만, 에너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며 "이 장르는 감정이 디테일하게 소리에서 티가 나기 때문에, 역시나 내 에너지를 상당히 들여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발라드는 고음에 집중하는 장르가 아니라 슬픈 감성을 전하고 위로하는 노래라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언젠가부터 발라드라는 장르가 '헬곡 경연 대회'처럼 여겨질 때가 있더라. 입지가 좁아지니까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이럴 때일수록 발라드 본연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김범수 씨가 실제 즐겨 듣는 노래를 만들고 부른 아티스트들과 협업했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그는 "다들 흔쾌히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수락해 줬다"며 "모두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라고 밝혔다.

그중 타이틀곡 '여행'은 싱어송라이터 최유리 씨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했다. 가수 김범수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이며,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 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범수 씨는 "여행이라는 게 미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변수가 많지 않나.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내 음악 인생도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은 게 더 많았다"며 "이 가사를 보면서 내가 실패했던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여행'은 그가 데뷔부터 25년간의 시간을 칭찬하게 해준 곡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여기까지 왔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특하더라. 부딪치고 깨지면서도 계속 음악을 해온 나 자신을 칭찬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가사인 '여행을 떠나봐야지'는 김범수 씨가 앞으로 걸어갈 음악 인생을 기대하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그는 "앞만 보면서 가지 않고 여유롭게 가고 싶다.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과 함께 즐기면서,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 않나"라며 "음악이 너무 좋아서 했던,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나머지 여행을 하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창법은 대중이 익히 알고 있던 것과 달라졌지만, 음악을 대하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그는 "내 노래에 대한 애정만큼은 절대 변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자신의 노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중에게 내 노래를 들어달라 할 수 있겠나"라며, 새 앨범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발라드가 비주류로 밀려나는 이 상황에서도 그는 "발라드가 영광을 누렸던 시대도 있었으니 지금의 상황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긴 하지만, 이것이 이 흐름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행이 돌고 돌아서 우리가 하고 있는 장르가 주류가 되는 시대가 또 올텐데 그때까지 잘 기다릴 것"이라며 의지를 표했다.

한편 김범수 씨의 정규 9집 '여행'은 오늘(2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사진제공 = 영엔터테인먼트]

YTN star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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