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 '썸바디' 제작사 대표 "'은교' 감독 만나 미묘한 스릴러 탄생"②

[Y메이커] '썸바디' 제작사 대표 "'은교' 감독 만나 미묘한 스릴러 탄생"②

2022.12.13. 오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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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 '썸바디' 제작사 대표 "'은교' 감독 만나 미묘한 스릴러 탄생"②
정아름 대표 (비욘드제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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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욘드제이(Beyond J)에서 제작해 주면 안 되나요?"

드라마 제작사 비욘드제이의 정아름 대표가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다. 대체로 마이너한 감성의 웹툰이라든지, 누가 봐도 앞서가는 독특한 소재의 시나리오 등이다. 시청자가 바라보는 비욘드제이의 이미지를 얼핏 엿보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비욘드제이는 2017년 설립 후 KBS2 ‘오늘의 탐정’,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 '원티드' 등 특색 있는 장르물로 업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KBS2 ‘안녕? 나야!’, JTBC ‘알고있지만’,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등으로 다채로운 색깔을 더하면서 제작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는 데이팅앱을 활용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썸바디', 시한부 아내를 위한 남편의 레시피를 담백하게 담아낸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로 또 한 번 비욘드제이의 저력을 어필했다.

내년에도 이색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19금 로맨스 사극 '춘화', 스포츠 드라마 '중계',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파가 필요해' 등 5개 작품을 준비 중. 비욘드제이가 여느 제작사와 조금 다른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가고 있는 비결은 입봉을 앞둔 신인 작가들과 젊은 PD들을 두루 보유한 덕분이다. 정대표는 내년 선보일 작품도 모두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새로움', '남다름' 이란 표현 말고는 아직 비욘드제이의 색깔을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유다.

Q. 최근 비욘드제이는 넷플릭스 ‘썸바디’,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선보였는데, 두 작품 색깔이 굉장히 달라요.
'썸바디' 같은 경우는 데이팅앱이 유행할 때 저랑 작가가 ‘이거 너무 위험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면서 기획하게 됐어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원작 에세이를 읽으면서 너무 감정 이입이 돼서 제작하게 됐고요. 두 작품이 부산영화제에 모두 출품됐는데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OTT 드라마 중에서 동시에 출품된 경우도 처음이고, 또 온도차가 많이 나는 드라마라는 점도 그렇고요. 한 홍콩 기자분이 "너무 이색적으로 봤다, 어떤 계기로 이렇게 작품을 색다르게 준비할 생각을 했느냐"라고 질문을 하셨던 게 기억이 나요. 저희 기획팀이 공교롭게 다 20대예요. 그 친구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데, 폭이 아주 넓어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솔직히 좀 반대할 줄 알았거든요. 40-50대 부부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이들한테 과연 재밌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다들 찬성을 했어요.

Q. 제작으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는요?
저는 작품을 본 다음 날 저를 좀 흥분시키거나 움직이게 만들거나 변화시키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썸바디’의 경우 '데이팅앱을 무분별하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깨닫게 된다거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보면 ‘건강에 신경을 써야 되겠구나’라는 식으로. 아니면 단순하게 ‘거짓말 하지 말아야지’, ‘끝나면 엄마한테 안부 전화해야지’, ‘오늘은 짜장면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좋아요. 뭔가 조금씩 변화하게 만들고 나를 움직이는 이야기. 그게 나한테 재밌는 거라는 기준이 되는 거 같아요.

Q. '썸바디'도 그렇고 이전에 '오늘의 탐정', '선암여고 탐정' 등도 파격적이라는 반응이었어요. 비욘드제이하면 장르물이 떠오르는데, 한지완 작가님의 영향인 듯도 하고요.
한지완 작가랑은 스릴러 코드나 이런 부분 취향이 좀 맞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꼭 스릴러만 잘 쓰는 작가는 아니거든요. 당시엔 블루오션이었고 어린 여자 작가가 스릴러를 쓴다는 게 좀 파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원티드'라는 드라마가 입봉하기에 용이했고 방송국에서도 많이 찾으셨고요. 어린 여자 작가와 제작자가 만났으니 당연히 로맨틱 코미디가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셨을텐데, 저희가 하드한 스릴러를 가지고 갔을 때의 의외성이 있었나봐요. 물론 로코도 준비했었어요. 근데 방송국에서 별로 재밌어하시지 않더라고요.(웃음)

Q. ‘썸바디’에서 데이팅앱 활용한 강간 범죄 에피소드가 있는데, 실제 유사한 사건이 있었어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지만, 자극을 받기는 했어요. 그런 사건들이 있다는 걸 접하고 우리가 우려하는 일이 진짜 일어날 수 있구나 깨달았죠. '이걸 드라마로 빨리 만들어서 사람들에 경각심을 줘야 되는구나' 싶었죠. 데이팅 앱을 그냥 '친구를 만드는 앱'이라고 너무나 쉽게 표현을 해버리잖아요. 친구도 물론 만들 수 있지만 사실은 그런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되지 않을까라는 게 시작점이 됐죠.

Q. '원티드' 때 가습기 살균 문제, '오늘의 탐정'에서 분노 범죄, 아동 학대, 성희롱 등을 다루기도 했어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신조와 연관이 있을까요?
그런 것들이 제가 관심을 갖는 부분이에요. 드라마가 그냥 드라마로 휘발되지 않고, 보고 났을 때 사회 문제하고 접목 돼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게 드라마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들한테 그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기획 의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요. 작가를 울렸던 한 마디, 마음을 울렸던 한 마디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야 진심으로 글이 써진다. 가짜의 글을 쓰지 말라고 계속 얘기하죠.
정아름 대표 (비욘드제이 제공)

Q. '썸바디'를 이끄는 주인공들이 무속인, 장애인, 아스퍼거증후군, 레즈비언 등 우리 사회가 흔히 말하는 소수자들이에요.
공감받지 못하는 사람들,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사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부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난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어’라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이들이 소수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냥 이들로 표현했던 것 뿐이지, 우리 모두 소수자들인 거 같아요. 사회가 더 발달되고, 핸드폰에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인간은 더 소통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더 소수자가 되겠죠. 그랬을 때 그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진짜 나하고 소통되는 단 한 사람을 찾았을 때, '썸바디' 윤오처럼 굉장히 리스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얘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죠.

Q. 김영광 씨가 ‘썸바디’에서 연쇄살인마 역으로 새로운 모습 보여줬어요. 그 전에도 여러 작품을 같이 하셨고요.
저희가 김영광 씨를 '초면에 사랑합니다'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그 친구도 어렸고 해맑았어요. 그리고 '안녕? 나야!'를 하면서 배우로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 정지우 감독님과 극 중 성윤오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던 중에 저한테 '영광 씨 얘기는 왜 안 하세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부담스러우실까 봐 말씀을 못 드렸다'라면서 '그렇지만 지금 이 작품을 만나면 정말 잘 할 거고 잠재력이 터질 것 같다'라고 했더니 한 번 보고 싶어 하시더군요. 그래서 영광 씨한테 시나리오를 보여줬더니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하는 거예요. 미팅을 잡았는데 그 자리에서 감독님과 둘이 사랑에 빠진 거죠. 어찌 보면 김영광이란 배우한테도 제2의 인생이 열리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Q. 여주인공 강해림 씨는 뉴페이스인데요. 캐스팅 과정이 궁금해요.
정지우 감독님이 '은교' 때 김고은 씨를 거의 마지막에 발견했다고 해요. 근데 해림 씨도 그랬어요. 촬영 직전에 연기 선생님이 ‘한 명만 더 볼 수 있냐’고 해서 보게 됐죠. 감독님이 보시곤 바로 저한테 연락을 하신 거죠. 아스퍼거증훈군 역할에 딱 인 배우 같다고.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정말 독특했고, 섬이랑 굉장히 유사한 부분이 많았어요. 대화를 나누고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아, 이 친구가 섬이다'라고, 저도 감독님도 깨닫게 된 거죠. 거의 모든 섬의 대사 톤을 해림 씨한테 맞췄어요.

Q. 시즌2는 없을 듯한 결말이었어요.
원래는 시즌3까지 예상했어요. 매 시즌마다 빌런들은 죽는 결말로요. 기획 단계에서는 섬의 세계관이 되게 중요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감독님이 윤호에게 많이 이입이 되셨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말이 다음 시즌으로 가기엔 조금 닫혀 있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는 해요. 다만 새 시즌 제작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논의된 것은 없어요.

Q.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이호재 감독님께 직접 연출 제안을 하셨다고요?
제가 원작을 읽었을 때 신파로 풀릴 수 있는 포인트가 여럿 있었어요. 근데 그걸 아주 담백하게 가시는 거예요. 원작의 그런 점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게 이호재 감독님과 매치가 됐어요. 이 감정을 잘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한번 읽어봐 달라고 말씀을 드렸죠. 감독님이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잘 해석할 자신이 있는데, 이 책을 넘어서서 감정을 표현하라고 하면 그건 못할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여기서 조금이라도 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Q. ‘썸바디’도 정지우 감독님을 바로 떠올리셨나요?
정지우 감독님은 사실 선뜻 떠올리지는 못했어요. 초기 시나리오는 조금 더 스릴러가 강했고 액션신도 더 많았거든요. 그래서 바로 떠올리지는 못했는데, 넷플릭스랑 한지완 작가가 ‘정지우 감독님은 어떨까요’하고 제안을 했을 때 ‘아, 이게 잘 맞아떨어지면 굉장히 미묘한 장르 드라마가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정 감독님이 맡으시면서 심리적인 부분이나 인간 관계 면이 좀 더 부각되는 결과물이 나왔죠. 특히 주인공 여자 셋의 연대는 작가님도 그렇고 감독님도 이 작품만의 독특한 요소라고 보셨어요.

Q.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는 한석규 씨와 김서형 씨가 부부로 호흡했죠. 신선한 조합이란 반응인데요?
저는 처음부터 한석규 배우를 떠올렸어요. 제가 영화를 하는 사람이었으면 몰랐을텐데 '드라마를 하면서 한석규 씨와 작품을 하고 은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배우죠. 그래서 안 하셔도 좋으니까 한 번만 읽어보셨으면 하는 생각에 드렸는데 하루 만에 연락을 주셨어요. 운명처럼 답이 와서, 저는 이 작품으로 소원을 이뤘죠. 그리고 김서형 씨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여자 배우예요. 공채 출신에서 조연, 주연을 거쳐 최고의 위치에 자리를 잡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으로서도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닮고 싶은 분이죠. 그래서 꼭 함께 하고 싶었고, 이번 역할에서도 정말 잘 맞았어요. 원작자께서 부산영화제 와서 보시고 생전 아내 분이랑 똑같다고 펑펑 우시기도 했죠.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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