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강하늘·천우희 ‘비와 당신의 이야기’… 낡고 오래된 사랑 노래처럼

[Y리뷰] 강하늘·천우희 ‘비와 당신의 이야기’… 낡고 오래된 사랑 노래처럼

2021.04.21.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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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강하늘과 천우희의 만남만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삼수 생활을 하며 초등학교 동창생을 찾아 나선 영호(강하늘)와 그가 보낸 편지로 뜻밖의 인연을 이어가는 소희(천우희)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희는 아픈 언니 앞으로 온 편지를 발견하고 호기심 어린 마음에 대신 답장을 보내고, 영호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소한 즐거움과 위로를 얻게 된다.

편지를 주고받던 이들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게 되고, 그렇게 기다림은 시작된다.

영화는 사랑을 시작한 이후의 이야기가 아닌, 사랑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영호와 수진(강소라)이 서로의 이름을 두고 ‘흔한 이름’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감독은 보통의 우리들이 겪는 익숙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이러한 이야기는 익숙한 기시감으로 가득 채워져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특히 작중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들은 다소 작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흥미로움을 반감시킨다.

“운명적인 우연을 믿어야 삶이 짜릿해진다.”
“별 게 다 기적이다.”
“평범한 사람도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맑은 날이 좋은 날이고, 비 오는 날이 나쁜 날은 아니다.”


간지러울 정도로 설레야 하는 순간이 연속되지만, 실상 관객이 설렘을 갖기 어렵다. 꿈과 사랑, 기다림과 희망, 붙잡은 것과 떠나버린 것들 등 젊은 시절 누구나 겪어보았던 혹은 지금도 겪고 있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2003년과 2011년, 서울과 부산 등 시공간을 오고 가며 단조로움을 탈피하고자 하나, 전반적으로 느긋한 영화 분위기 탓에 레려 전개 역시 산만하게 느껴진다.

연출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유려하다. 극 중 수진의 말처럼 웃고 있어도 슬픔을 간직한 듯한 강하늘의 얼굴은 어리숙하지만 설렘 가득한 청춘의 얼굴을 편안하게 그려낸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색채로 빛났던 천우희는 이번 작품에서 힘을 빼고 생활 연기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사한다. 극적인 특징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소화하는 천우희의 능력은 새삼 놀랍다.

또한 특별출연임에도 큰 비중으로 극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낸 강소라 역시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한다. 그가 내뱉는 대사가 다소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만큼은 제 것으로 만들어 혼연일체 된 모습을 보인다.

영호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 ‘자기 앞의 생’의 마지막 부분을 ‘사랑해야 한다’라고 채워 넣는 수진의 한 마디는 결국 영화가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소희 어머니가 자신의 헌책방을 두고 ‘낡고 오래됐다’라고 자조적으로 읊조리듯, 영화 자체도 그러한 분위기를 지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YTN star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사진 제공 = 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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