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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하는 건 내 스타일 아닙니다."
영화 속 차인표의 대사가 배우로 살아온 29년을 말해주는 듯하다. 인기의 높낮이와 흥망이 있었을지언정 진정성으로 대표되는 이 배우의 철학은 여전히 견고하다. 갈 곳 잃은 서사 속에서도 몸을 던진 배우 차인표의 고군분투는 밝게 빛난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 왕년의 대스타였던 차인표가 일련의 사건으로 여고 샤워실에서 샤워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갇히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도 배역도 출연도 모두 '차인표'인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은 남달랐다.
차인표가 맡은 역할은 한물간 왕년의 대스타 차인표 본인이다. 일단 새롭다. 그동안 그를 상징했던 바르고 점잖은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러닝타임 내내 속옷 바람에 흙탕물에 엎어지는 몸개그가 자리했다.
무너진 건물에 알몸으로 갇힌 상황에서도 이미지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코믹하고도 씁쓸하다. 지천명을 넘긴 나이, "얼굴이 멸치가 될 정도"로 혹독하게 운동한 그의 치열함도 돋보인다.
사실 차인표는 이 영화를 5년 전에 제안받았다. 당시에는 고사했다. "흥미롭긴 했지만, 영화 속 차인표가 극심하게 정체된 인물로 나오는 게 걸렸어요. '나는 실제로 안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나와야 하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현실 부정,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차인표는 실제로 극심한 정체기를 경험하며 현실이 영화처럼 돼버리는 상황을 겪었다. "'차인표'라는 매트릭스에 갇힌 기분이었어요. 영화 속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갇힌 것처럼 이미지에 제 자신이 포박당한 느낌이었죠. 저주를 풀려면 이 영화에 출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로서 그는 승승장구했다. 데뷔 2년 만에 맡은 주연작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는 차인표를 단숨에 톱스타로 만들어줬다. 등장 음악에 맞춰 검지 손가락을 흔드는 포즈는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후 '그 여자네 집'(2001)으로 MBC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동시에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 손가락은 저를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시그널이었지만, 그 손가락이 그린 액자에 갇혀 이후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하지 못하게 된 현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과거를 냉정하게 돌아보며 그는 "깨진 유리에 비친 나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 외에도 작품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향으로 재능을 발휘했다. 연출부터 프로듀서, 편집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2019)부터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헤븐 퀘스트'(2020)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 나이가 든 사람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젊고 능력있는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과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죠." 그의 소신은 분명하다.
연기자로서 '하얀거탑'(2007) '크로싱'(2008) '대물'(2010) '타워'(2012) '디데이'(2015)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왔지만 그가 느끼는 아쉬움은 짙었을 테다. "팬들은 변하지 않은 저를 이미 떠났는데 계속 안주하고 있었어요." 이번 작품은 굳어진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던 배우이자 인간 차인표의 또다른 도전이자 돌파구였던 셈이다.
차인표는 영화 공개에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인기가 있든 없든, 흥행이 되든 안 되든,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던 그 모든 시간이 가장 힘든 슬럼프였던 것 같다"며 "요즘은 오늘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바람처럼 이번 작품에서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인표를 만날 수 있다. 엉성하고 단면적인 서사는 다소 아쉽지만, 과감히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깨고 나와 보여준 용기 있는 발걸음은 차인표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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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차인표의 대사가 배우로 살아온 29년을 말해주는 듯하다. 인기의 높낮이와 흥망이 있었을지언정 진정성으로 대표되는 이 배우의 철학은 여전히 견고하다. 갈 곳 잃은 서사 속에서도 몸을 던진 배우 차인표의 고군분투는 밝게 빛난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 왕년의 대스타였던 차인표가 일련의 사건으로 여고 샤워실에서 샤워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갇히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도 배역도 출연도 모두 '차인표'인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은 남달랐다.
차인표가 맡은 역할은 한물간 왕년의 대스타 차인표 본인이다. 일단 새롭다. 그동안 그를 상징했던 바르고 점잖은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러닝타임 내내 속옷 바람에 흙탕물에 엎어지는 몸개그가 자리했다.
무너진 건물에 알몸으로 갇힌 상황에서도 이미지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코믹하고도 씁쓸하다. 지천명을 넘긴 나이, "얼굴이 멸치가 될 정도"로 혹독하게 운동한 그의 치열함도 돋보인다.
사실 차인표는 이 영화를 5년 전에 제안받았다. 당시에는 고사했다. "흥미롭긴 했지만, 영화 속 차인표가 극심하게 정체된 인물로 나오는 게 걸렸어요. '나는 실제로 안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나와야 하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현실 부정,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차인표는 실제로 극심한 정체기를 경험하며 현실이 영화처럼 돼버리는 상황을 겪었다. "'차인표'라는 매트릭스에 갇힌 기분이었어요. 영화 속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갇힌 것처럼 이미지에 제 자신이 포박당한 느낌이었죠. 저주를 풀려면 이 영화에 출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로서 그는 승승장구했다. 데뷔 2년 만에 맡은 주연작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는 차인표를 단숨에 톱스타로 만들어줬다. 등장 음악에 맞춰 검지 손가락을 흔드는 포즈는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후 '그 여자네 집'(2001)으로 MBC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동시에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 손가락은 저를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시그널이었지만, 그 손가락이 그린 액자에 갇혀 이후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하지 못하게 된 현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과거를 냉정하게 돌아보며 그는 "깨진 유리에 비친 나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 외에도 작품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향으로 재능을 발휘했다. 연출부터 프로듀서, 편집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2019)부터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헤븐 퀘스트'(2020)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 나이가 든 사람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젊고 능력있는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과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죠." 그의 소신은 분명하다.
연기자로서 '하얀거탑'(2007) '크로싱'(2008) '대물'(2010) '타워'(2012) '디데이'(2015)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왔지만 그가 느끼는 아쉬움은 짙었을 테다. "팬들은 변하지 않은 저를 이미 떠났는데 계속 안주하고 있었어요." 이번 작품은 굳어진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던 배우이자 인간 차인표의 또다른 도전이자 돌파구였던 셈이다.
차인표는 영화 공개에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인기가 있든 없든, 흥행이 되든 안 되든,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던 그 모든 시간이 가장 힘든 슬럼프였던 것 같다"며 "요즘은 오늘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바람처럼 이번 작품에서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인표를 만날 수 있다. 엉성하고 단면적인 서사는 다소 아쉽지만, 과감히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깨고 나와 보여준 용기 있는 발걸음은 차인표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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