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이제훈 "영화밖에 모른다고? 능가하는 취미 못 찾아"

[Y터뷰①] 이제훈 "영화밖에 모른다고? 능가하는 취미 못 찾아"

2020.11.0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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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 생각하는 사람이라...제가 정말 재미가 없다는 거겠죠.(웃음) 그런데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이 가장 재밌고 행복해요. 이를 능가하는 취미를 아직 못 찾아서요."

"머릿속에 영화밖에 없는 사람." 영화 '도굴'을 연출한 박정배 감독은 이제훈을 두고 "괴물같은 배우"라고 말하며 이같이 덧붙였다. '파수꾼'(2011)을 시작으로 '건축학개론'(2012) '아이 캔 스피크'(2017), 드라마 '시그널'(2018)까지. 이제훈은 다작은 물론 괴물같은 소화력으로 꾸준히 대중과 만나왔다.

그런 그가 내달 4일 개봉을 앞둔 '도굴'을 들고 관객을 두드린다. 제작비만 100억 대로 모처럼 극장가에 등장한 대작이다. 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할 정도로 흥미로운 시나리오였다"라고 돌이켰다.

"신뢰가 가는 부분은 단연 시나리오였어요. 탄탄하면서 재미도 있었죠. 감독님의 첫 장편 연출이지만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을 작업하며 잔뼈 굵으신 분이에요. 제작을 맡은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님, 황동혁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컸죠. 좋은 팀워크가 참여할 수 있는 용기를 줬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이제훈은 작전을 설계하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 역을 맡아 전면에서 극을 이끈다. 능청스럽고도 유쾌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과거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며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말자'를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면이 동구에 참 많았거든요. 대사량이 정말 많은데 연구하고 분석하기보다 시나리오 있는 대로 술술 풀어 나간다는 느낌으로 표현했어요. 촬영장을 가는데 그렇게 즐겁고 신이 났죠."

극 중 능청스럽고 힘 뺀 연기는 단연 눈길을 끈다. 실제 성격과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내적 변화도 경험했다. 바뀐 성격이 그는 꽤 맘에 든다고 했다.

"인간 이제훈은 대화가 없어도 차분해지는 공기를 어색해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사람들이 어색해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야기를 던지는 강동구의 모습이 제게 흥미롭게 다가왔죠. 이번 작품 이후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능청스러워진 부분이 생겼는데, 그런 부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여타 케이퍼 무비와 다른, '도굴'의 차별점은 단연 소재다. 서울 강남 한복판 선릉을 턴다는 기발한 발상과 전문 도굴꾼들의 도굴 작전이 호기심을 더한다.

"빌딩 위에서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선릉, 그 안에 유물이 있고 값어치를 얻어내기 위한 여정을 펼친다는 발상이 기발하잖아요. 다만 현실적으로 촬영이 가능할까 걱정했어요. 다행히 지방에 실제와 거의 흡사한 크기로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선릉 입구 부분과 강남 촬영 부분에서 각각 문화재청, 경찰서의 도움도 있었고요."

새로운 도전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실감 나는 도굴 과정을 그리기 위해 배우들은 제작한 세트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땅굴을 파고 사정없이 쏟아지는 물 속에서 고군분투를 이어갔다.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에서 촬영했거든요. 쉽지 않았지만 제작진이 참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삽질하는 과정에서 잔해물이 떨어지는데 콩가루 혹은 선식으로 대체했습니다. '장면이 잘 나오기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는 정신보다 건강하게 함께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현장이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상의 탈의도 감행했다. 그는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 작품에서 더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며 웃었다.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던 장면이에요. 촬영 당일에 나온 아이디어죠. '땅굴 파는 작업을 하면 거기 있는 인부들은 러닝 셔츠, 민소매 차림일 것 같아요. 조금 민망하기는 했지만 저는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도굴' 개봉 후에도 줄줄이 차기작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촬영을 마친데 이어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안방도 두드린다. 이제훈은 쉼없는 활동을 예고하며 "짙은 멜로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축학개론'을 통해 20대 초반의 풋풋한 첫사랑의 경험했잖아요. 30대 중후반, 현재 나이에 맞는 어른스러운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멜로에 짙게 물들 수 있는 작품의 역할을 기다려요. 구체적으로 마흔이 되기 전에 그런 작품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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