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슈] "정의 택한 지진희"...종영 '지정생존자' 결말의 의미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을 만듭시다."

'60일, 지정생존자'의 지진희가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남기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장정을 마쳤다. 시청률 역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6.2%, 최고 7.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테러범들과 내통했던 청와대 내부 공모자가 한주승(허준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생을 바쳐 꿈꿨던 새로운 정치는 처참한 지지율과 비난만 받으며 실패했고, 이 나라엔 '좋은 사람'을 리더로 가질 자격이 없다는 왜곡된 교훈만을 얻었다는 그는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정치적 괴물이 되고 말았다.

VIP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에 갇혔다. 하지만 드라마는 한나경(강한나)의 말을 빌어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모든 세력이 VIP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암시했다.

박무진(지진희)은 정의를 선택했다. 국민들 앞에서 청와대에 테러 공모자가 있음을 밝혔다. 행정부 권한대행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60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책무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이는 '마지막 선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뿔뿔이 흩어졌던 차영진(손석구), 정수정(최윤영), 김남욱(이무생), 박수교(박근록)가 다시 뭉쳤고, 박무진을 찾아가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이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했고 박무진이 미소 지으며 드라마는 열린 결말을 맞이했다.

◇ 리메이크 通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배경과 다른 정치 제도, 외교적 환경, 국민 정서 등 한국 실정을 꼼꼼하게 반영하며 호평 받았다.

박무진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마치고 다음 대통령 선거를 바라본다는 점, 테러 공모자들의 목표가 한반도의 새로운 냉전이었다는 점, 한주승이 청와대 내부 공모자였다는 점, 여야의 정치적 공세가 뉴스를 보는 것처럼 리얼했다는 점 등은 원작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 명품 연기의 향연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높였다. '박대행'에 녹아든 지진희, 소름 돋는 두 얼굴을 표현한 이준혁, 일그러진 욕망을 감춘 허준호를 비롯해 강한나, 배종옥, 안내상, 최재성, 손석구, 김규리 등 빛나는 연기로 각자의 자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 정의 택한 박무진
상대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약점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보단, 포용하고 손잡는 상생의 정치를 보여준 박무진은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을 꿈꾸게 했다. 차영진의 말대로 좋은 사람의 정직한 신념은 정치의 세계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한주승의 마지막 예견처럼 결국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무진은 “시행착오는 겪게 되겠죠. 그 모든 과정을 우린 역사라고 부르지 않나요?”라고 답했고, 지난 60일이 이를 보여줬다. 목표를 위해 과정을 생략하기 보다는 돌아가더라도 올바른 과정을 거친 그의 선택이 남긴 질문이 적지 않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