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②] 김혜수 "뱅상 카셀 연기, 전형적이지 않더라"

[Y터뷰②] 김혜수 "뱅상 카셀 연기, 전형적이지 않더라"

2018.11.24.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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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갖춰져 있는 배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배우 김혜수가 프랑스 국민배우 뱅상 카셀과의 호흡에 대해 이같이 돌이켰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작 영화사 집)은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김혜수는 국가 부도의 위기를 예견하고 대책을 세운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아 한국 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 IMF 총재를 연기한 뱅상 카셀과 호흡했다. 뱅상 카셀의 첫 한국 영화 출연으로 그는 압도적인 분위기로 IMF 협상 과정의 긴장감을 완성했다. 김혜수는 뱅상 카셀의 출연 소식에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말 궁금해서 제작사에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보냈고 뱅상 카셀이 흥미를 느껴서 참여했다고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너무 좋은 배우잖아요. 평소에도 좋아했어요. 한국의 상황에 관심 있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영화를 만드는 배우들의 태도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싶었죠. 긴장되더라고요. 사실 한시현은 IMF 총재의 반응에 따라서 대응해요. 미묘한 표정, 포즈 하나 놓치면 안 됐죠. 한시현의 직책상 제가 멀리 떨어졌는데 얼굴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웃음) 눈이 안 좋거든요. 모니터를 정말 뚫어지라 쳐다봤어요. 전형적이지가 않더라고요. 대단했어요. 아무리 훌륭하고 잘하는 배우라도 정서가 다른 영화에 짧게 출연하면서 강렬함을 주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질감이 없었죠. 개인적으로 갖춰져 있는 배우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는 됐습니다.”

경제전문가였던 만큼 김혜수는 입에 잘 붙지 않은 경제 용어는 물론 IMF 총재와의 협상 과정에서 수준급의 영어 실력도 선보인다.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그의 영어 대사에서 김혜수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서 부담됐습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도 있고 심지어 발음도 안 되는 대사도 있더라고요. 진심을 담아내야 하는데 말에 대한 어려움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영어는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고 2주 후부터 바로 준비했어요. 4개월 반 정도 준비했네요. 하루에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시간이 될 때마다 연습했어요."

철저한 자기관리와 준비성. 대중들은 물론 후배 배우들도 김혜수를 롤모델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조우진은 김혜수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며 "그분만이 가지고 있는 포용력, 배려심 덕분에 현장에서 잘 버틸 수 있었다"며 "참 닮고 싶은 배우이자 사람이다"고 했다.

유아인은 역시 김혜수에 대해 "아주 독특한 지점에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10대 때 데뷔했다. 오랜 세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봐왔는데, 성실함으로 관객과 호흡해 왔다. 어린 나이에 시작했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매력을 본인만의 캐릭터로 보여줬다.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혜수는 겸손했다. 여전히 어렵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떤 걸 결정하면 확신이 드는 경우가 없어요. 자신감이 충만하기가 힘들어요. 늘 두렵고요. 제가 어렸을 때는 오래 한 선배님들이 탄탄하고 저랑은 다른 지점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어떤 자리에서 '주연의 책임감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냈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대답을 너무 기다리더라고요. 제가 선배지만 '답은 없다'고 했죠. 솔직하게 말해서 제 것 하기도 바빠요. 선배라고 뭘 더 챙기고 배려하고 책임질 수는 없어요. 물론 보이는 책임은 더 크게 보이죠. 아직도 무서워요. 제 것만 하려고 해도 잘하기가 쉽지 않네요."

겸손하게 말했지만, 김혜수는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앞서 김남주는 '미스티'로 한 시상식서 상을 받은 뒤 공개적으로 김혜수에 대한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는 본인을 격려하고 칭찬해준 선배를 본받고 싶다고 고백했다.

"(여배우들과)같이 일을 하는 것이 기쁘고 뿌듯해요. 선배라서가 아니라 우리라는 연대감이 있어요. 뭔가를 열심히 해내는 배우들을 만날 때 뭉클함이 있어요. 제가 '너무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렵고 조심스럽죠. 그런데 말해주고 싶어요. 해냈다는 것이 감동이거든요. 그럴 때는 말을 걸기가 어려워도 놓치지 않고 하려고 하죠."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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