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김태리 "'아가씨' 이후? 허탈한 기분.. 계속해서 고민"

[Y터뷰] 김태리 "'아가씨' 이후? 허탈한 기분.. 계속해서 고민"

2017.12.27. 오전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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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가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를 선보인 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숙희 역으로 범상치 않은 연기력을 뽐낸 그는 그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김태리의 다음 행보는 작품이었다. 차기작으로 '리틀 포레스트'와 '1987'를 찍었고, 현재 tvN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 중이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은 '아가씨' 이후 김태리가 내놓는 첫 작품이다. "부족한 게 당연해서 부담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순간순간 찾아오는 불안과 공포감은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1987'에서 김태리는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를 연기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교도관인 외삼촌(유해진)의 부탁으로 옥중서신을 대신 전달해주지만 그런 삼촌이 걱정되고 마땅찮은 인물이다. 극중 연희만큼은 아니지만 김태리 역시 장미대선 이전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안 좋은 길로만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중 디스토피아로 쪽으로 갈 거 같았다. 촛불집회에 나가면서도 '이뤄지는 건 없을 거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언젠가 또 바뀔 거야'라는 부정적인 느낌도 받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작은 믿음이 생겨났다. 나라가 엉망이 되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우리에게 있다는, 그런 믿음이 생겼다."

장준환 감독은 김태리와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장 감독은 연희가 표현해줄 강한 정신력과 단단함을 김태리에게서 찾았다. 김태리는 "나에 대해 많이 물어보셨다. 참고할 작품이 '아가씨' 밖에 없어서 나에 대해 아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며 "감독님이 생각한 연희의 이미지를 찾았고, 그걸 강조하거나 구체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1987년을 살았던 다양한 인물군상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연희에게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데모를 이어가는 동기와 선배 그리고 삼촌에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라고 묻는 연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광장에 서 있는 우리들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김태리 역시 "엔딩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덮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영화로 봤을 때 궁금했다"면서 "87년도는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때이지만 공감이 되고 가슴이 울렸다"고 이야기했다.

"촛불시위 때 보면 어른들만 연설을 하지 않았다. 중학생, 초등학생도 나왔다.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부모들도 있었다.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그 당시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어떤 벽처럼 느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는 김태리와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강동원과의 풋풋한 로맨스도 볼 수 있다. 그는 강동원에 대해 "처음에 봤을 때는 '어려운 분인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전혀 아니더라. 편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또 "선배님이 공부를 진짜 많이 했다. 이한열 열사 가족분들도 직접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고 하더라. 그만큼 부담도 되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모습에 배우로서 존경스러웠다"고 강조했다.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김태리.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그의 삶은 확연히 달려져 있었다. '연예계 신데렐라'라 불렸고, 수많은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김태리는 "허탈한 기분"라고 의외의 말을 이어갔다.

"'1987'에 선택받았을 때 '이렇게 쉽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치열한 것 없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캐스팅이 이뤄졌다. 물론 큰 복이지만 약간 어색했다. 그 순간에 나를 너무 쉽게 선택한 건 아닐까, 너무 쉽게 선택받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김태리가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이었다. "준비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는 "뭔가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는 지점이 있다.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고 하고 계속 고민을 한다. 그게 없어질 때가 제일 무섭다"고 고백했다.

'리틀 포레스트' 촬영은 이미 끝마쳤다. 김태리는 "원작이 두 편으로 사계절을 담아냈다면, 우리 영화에서는 사계절의 흐름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그것이 또 다른 매력이 되지 않을까한다"면서 "재밌는 현장을 많이 만나고 싶은데, 이번에 류준열 진기주 배우와 친해져서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게 된 '미스터 션샤인'에 대해서는 "아직 대본이 끝까지 나오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 나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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