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의병장 묘역에 새겨진 친일파 추모사

항일 의병장 묘역에 새겨진 친일파 추모사

2023.08.15. 오전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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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15 광복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는데요.

이런 곳도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항일 의병장 묘역에 친일 인사 추모사가 새겨져 오랜 기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대한제국 말기, 대표적인 의병장이 있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큰 항일 의병을 이끌며, 일본군과 100여 차례 전투를 치른 민긍호 의병장입니다.

광복절 하루 전 찾은 묘역.

웃자란 잡풀을 깎고 단장하고 있습니다.

전적비가 세워져 있고, 묘역이 있는 원주에서는 매년 묘제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손대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묘소 앞 충혼탑입니다.

1954년 탑 건립에 관여하고 추모사를 새긴 사람은 당시 육군 참모총장 정일권.

일본 육사를 졸업한 만주군 헌병 대장 출신인데, 추후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대표적인 친일파입니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탁연한 / 광복회 원주연합지회장 : 시멘트 구조물인데 군 사령부에서 군인들이 설치한 거예요. 처음에 (건립)할 때부터. 우리 광복회에서는 친일을 배격하니까 좋지 않다고 보죠.]

지역에서는 그간 추모탑 재건립 요구가 계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별도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됐습니다.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섞여 있는 굴곡진 역사', 안내판에 적힌 글귀입니다.

78주년 광복절을 맞아 정부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민긍호 의병장 후손을 공식 초청했습니다.

항일·독립운동에 헌신한 선열과 그 후손에게 정부 차원 감사와 예우를 이어간다는 취지.

하지만 정작 항일 의병장은 친일 인사가 새긴 추모사 아래 수십 년째 누워있습니다.

YTN 지환입니다.

촬영기자 : 박진우


YTN 지환 (haj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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