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세종 가서 수술...'필수의료 인력난'

대전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세종 가서 수술...'필수의료 인력난'

2023.08.07. 오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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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전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초등학생이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세종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도시인 대전에서조차 심뇌혈관 전문의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비슷한 사례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양동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6월 말 대전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A 양.

받아줄 병원을 찾느라 40분 넘게 구급차에서 기다렸고, 뒤늦게 세종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2주 만에 숨졌습니다.

A 양이 이곳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건 119에 신고한 지 1시간 10분이 넘게 지난 뒤였습니다.

뇌출혈은 병원에 빨리 갈수록 생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절박한 시점에 A 양은 왜 세종까지 가야 했을까.

병원들의 해명을 종합해 보면 대전에 뇌수술 전문의가 넉넉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습니다.

100회 이상 뇌수술을 집도한 '숙련된 개두술 전문의'는 전국 수련병원 전체에 133명이 근무 중인데, 이 중 3분의 2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대전 내 대학병원 4곳에 있는 숙련된 개두술 전문의는 모두 합쳐 5명뿐입니다.

[박익성 /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회장 : 다 수도권에 집중이 돼 있거든요. (대학병원) 3분의 2가. 수도권 지역에서 트레이닝 받은 분들은 지방으로 잘 안 내려가려고 해요. 지방에서 트레이닝 받은 분들 중에 3분의 1은 또 수도권으로 오니까….]

고질적인 문제인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도 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실제로 당시 한 대학병원은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있었는데도, 딱 한 명뿐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다른 응급환자를 진료하느라 A 양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병원마다 인력 충원에 애쓰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대학병원 관계자 : 올해 초에 전공의 모집 공고가 나갔는데 안타깝게도 소아청소년과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어요. 대전 지역에 있는 모든 대학병원이 한 명도 못 뽑은 것은 다 동일한 사실이고요.]

이런 현실에, 시민들은 내 아이 역시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김선우 / 대전 월평동 : (A 양이) 타 지역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깝고 깜짝 놀랐고요. 혹시나 우리 아이들이 다치게 되면 바로 치료가 어려울까 봐 그 부분도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심뇌혈관 전문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빠르게 찾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한 환자들에게는 적용이 어렵습니다.

어린이들을 24시간 치료할 수 있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도 2016년부터 지정해왔지만, 대전을 포함해 전국 10개 시·도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촬영기자:장영한

그래픽:김진호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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