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집안 싸움으로 번진 댐 방류 '공방'

환경부 집안 싸움으로 번진 댐 방류 '공방'

2020.08.13. 오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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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부지방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가 댐 관리 실패로 인한 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강과 섬진강 수계 하류 지역 주민들은 대비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많은 물이 내려왔다며 댐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를 정조준했습니다.

수자원공사는 기록적인 폭우 탓에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댐 수위를 미리 조절할 수 없었던 건 기상청 오보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해 짚어보겠습니다. 김민성 기자!

전례 없이 긴 장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남부지방 피해가 손쓸 수 없을 만큼 컸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폭우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11개 시·도에서 8천 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남부지역 피해가 특히 막대했습니다.

섬진강 하류인 전남 구례군은 읍내 시가지 40%가 물에 잠겼고, 전북 남원에서는 강 제방 120m가 붕괴해 피해 추산액만 천억 원에 달합니다.

금강 하류인 충남 금산과 충북 영동, 옥천, 전북 무주 등 4개 군에서는 주택 220여 가구와 농경지 670여 ha가 물에 잠겼는데요.

특히 대표적인 인삼 재배지인 금산에서는 인삼밭 200ha가 물에 잠겨 3백억 원이 넘는 피해를 봤습니다.

[앵커]
공교롭게도 강을 끼고 있거나 하류 쪽에 있는 지역에서 더 큰 물난리가 났군요. 댐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본부는 물론이고 지사, 그리고 상부 기관인 환경부에도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어제 취재진이 수자원공사 섬진강지사를 방문했는데요.

수해 복구작업도 포기한 채 항의 방문한 주민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피해 주민 목소리 들어보겠습니다.

[박향선 / 전북 순창군 석산리 : 미리 물을 좀 터줬으면 이러지는 않았을 거예요. 근데 한꺼번에 문을 확 여냐고요, 왜. 미리 빼지. 기상청 예보는 왜 있어요. 미리 대비하라고 있는 거잖아요." "매뉴얼대로? 그게 매뉴얼이 도대체 어떤 매뉴얼이냐고요. 누구를 위한 매뉴얼이고.]

이렇게 여론이 굉장히 사납다 보니 피해 지역 지자체장들이 직접 나선 상황입니다.

충남 금산과 충북 영동·옥천, 전북 무주 등 용담댐 수계 인근 지자체장들은 어제 한국수자원공사 본사를 찾아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오늘은 남원과 순창·전남 구례 등 섬진강 유역 7개 시·군 지자체장들이 수자원공사 본사와 환경부를 항의 방문한 뒤 국무총리에게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수자원공사가 큰비를 앞두고 미리 댐의 물을 빼뒀다면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을 때 한꺼번에 많은 물을 흘려보낼 이유가 없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식 사과와 원인 규명, 재발 방지책과 함께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지적에 대해 수자원공사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수자원공사는 댐 관리에 잘못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장마철에 전례 없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지만, 공사는 관련 규정에 따라 문제없이 홍수에 대응했다는 건데요.

먼저 섬진강댐의 경우 8월 7일과 8일 집중호우 전부터 홍수기제한수위보다 3m 낮게 댐 수위를 유지해 사전에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했다고 해명합니다.

또 기상청 예보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려 한때 계획홍수위, 즉 상류에서 유입되는 홍수량을 저장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인 197.7m를 19㎝ 넘겼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하류 지역의 영향을 생각해 나름대로 계획 방류량인 초당 천898톤 이상 방류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무엇보다 섬진강은 100년에 한 번 내리는 큰비를 견딜 수준으로 설계됐는데, 이번 폭우는 왕조가 한 번 바뀌는 5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규모로 비가 쏟아졌다며 애초 예측도, 대처도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용담댐과 합천댐 관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명했습니까?

[기자]
한국수자원공사는 다른 댐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합니다.

용담댐과 합천댐에도 미리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해뒀고, 각각 유입설계홍수량의 86%와 44% 수준의 물이 댐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는데요.

이후에도 계획방류량 이내로 방류해 내보낸 물의 양에는 문제가 없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종합적으로는 섬진강댐과 합천댐의 경우 댐 최대 방류량이 하류 피해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댐 방류와 수해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크지 않다고 에둘러 해명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수자원공사 관계자 역시 댐 관리에는 이상이 없었다면서도 댐 쪽을 비롯해 강 지류 쪽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류 쪽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해명이 나왔는데도 논란에 계속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지금 피해 지자체들은 수자원공사가 폭우 전 확보한 홍수조절용량만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폭우가 시작된 날인 7일 새벽 0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댐의 수위를 살펴보면요.

섬진강댐은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약 3.04m 낮았고 합천댐은 0.74m가 낮았습니다.

용담댐은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오히려 0.55m 높았습니다.

여기서 홍수기 제한수위라는 건 홍수 조절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홍수기에 한시적으로 쓰는 제한 저수위입니다.

이보다 앞서 더 많은 용량을 넉넉히 확보했더라면 아무리 예상 못 할 폭우라도 댐이 감당해낼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다목적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다목적댐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치수와 이수입니다.

쉽게 말해 홍수를 막는 것만큼 정작 물이 필요할 때 적절히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데, 무작정 댐을 비워놓을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두고 수자원공사가 내놓은 해명을 보면 기상청에 일부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느껴지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우라는 건 결국 '기상청 예보가 틀렸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죠.

일부 언론이 이러한 점을 부각해 보도하자 기상청 역시 어제저녁 보도설명자료를 냈습니다.

기상청은 적절한 기상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댐 수위 조절이 기상청 예보 때문'이라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기상청은 용담댐에 대해서는 지난 5일부터 단기예보 통보문으로 지속적인 비를 예보했고, 합천댐 지역에도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례 없는 수해가 기관과 기관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기상청은 환경부 외청이고, 한국수자원공사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공교롭게도 집안싸움이 돼버렸습니다.

물론 두 기관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큰 틀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YTN 김민성[kimms070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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