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다리에 박힌 총알 70년 만에 밖으로

할머니 다리에 박힌 총알 70년 만에 밖으로

2020.06.15. 오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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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X-RAY에 찍힌 물체…정체는 ’총알’
6·25 전쟁 때 오빠의 총기 격발 사고로 다쳐
’총알 안 박혔다’ 동네 의원 말 믿고 70년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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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릎 수술을 받으러 병원을 찾은 80대 할머니의 몸에서 총알이 발견됐습니다.

6.25 전쟁 당시 오빠가 가지고 놀던 총기에서 발사된 실탄이 지금까지 몸속에 남아 있었는데, 당시 우리 국민의 참혹했던 생활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차상은 기자입니다.

[기자]
황정혜 할머니는 최근 부산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 때문에 무릎이 성치 않아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수술을 앞두고 찍은 X-RAY에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무언가가 찍혔습니다.

다리에 박혀 있던 건 다름 아닌 총알이었습니다.

황 할머니는 11살이었던 70년 전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6.25 전쟁으로 버려진 총탄이 널려있던 시기.

오빠가 엉성하게 만든 총에서 실탄이 발사된 겁니다.

[황정혜 / 70년 전 박힌 총알 제거 수술 : (오빠가) 뭘 만지더니 '탕' 소리가 나더라고요. 총 맞으면 죽는 줄 알고 아버지 나 죽으면 어떡하느냐고 막 울었어요.]

총에 맞은 황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업혀 곧바로 동네 의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당시 열악했던 사정상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못하고 총알이 몸속에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할머니 다리에 박힌 총알은 7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심하게 부식됐지만, 다행히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황 할머니도 네 자녀를 무사히 길러냈습니다.

[한현민 / 부산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 총알이 다리로 가는 신경, 혈관과 비교적 멀리 있어서 환자분도 불편함이 없었고 제거하는데도 별문제가 없어 다행스러웠습니다.]

의료진은 황 할머니의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는 동시에 몸속에 있던 총알도 안전하게 제거했습니다.

전쟁 속에서 겪은 할머니의 상처도 이제야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습니다.

[황정혜 / 70년 전 박힌 총알 제거 수술 : 우리 오빠가 살아 있으면 추억이라고 할지 몰라도 눈물밖에 안나요. 살아있으면 총알 파냈다고 웃으면서 만나서 이야기도 해볼 텐데 돌아가셨어요.]

버려진 총알이 동네 곳곳에 널려있었다고 기억하는 황 할머니의 말 속에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 생생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YTN 차상은[chas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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