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몰려...56년 만에 재심 청구

성폭력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몰려...56년 만에 재심 청구

2020.05.05. 오전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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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6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상처를 냈다는 이유로 피해 여성이 처벌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변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50여 년 동안 억울함을 풀지 못하다 70대가 된 이 여성이 최근 '미투 운동'을 보고 용기를 얻어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김종호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최말자 씨는 지난 1964년 5월 성폭력을 당하는 과정에 저항했습니다.

그 결과 가해 남성이 혀를 다쳤는데 세상은 최 씨를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중상해 가해자로 바라봤습니다.

사법부나 주변에서는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최말자 / 성폭력 피해자 : 손가락질하며 아무개 지나간다, 계집애! 저 아이 못되다. 이런 식으로 제게 상처를 주고 치욕스런 그런….]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가해 남성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

그것도 가해 남성에게는 성폭력을 죄로 묻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피해자로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누구 하나 최 씨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최말자 / 성폭력 피해자 : 무지했잖습니까? 그 시대는 무지하고. 주위에 제게 아무런. 저를 다시 어떻게 생각해주고 어떻게 해준다는 생각도 못 했지요.]

억울함이 가슴을 억누른 긴 세월 버틴 최 씨.

최근 대학 공부까지 마치고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억울함을 풀어보자고 나섰습니다.

[최말자 / 성폭력 피해자 : 도움이 되든 안 되든. 보호를 받든 못 받든 밝히고 자기가 떳떳하게 행복하게 삶을 찾는 게 맞다 생각합니다.]

최 씨는 재심을 청구할 예정인데 공교롭게도 56년 전 성폭력 사건이 있었던 바로 그날, 5월 6일에 부산지방법원을 찾습니다.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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