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해도 일은 해야죠'"...이재민 돕는 이재민

"참담해도 일은 해야죠'"...이재민 돕는 이재민

2019.04.09. 오후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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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신의 집이 흔적도 없이 타버리는 참담한 심정에서도 산불 현장을 떠나지 않은 소방관이 있었습니다.

대피시설에서는 이재민이 이재민을 돕기도 합니다.

지환 기자가 이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소방관이 된 지 1년, 인제소방서 소속 29살 김지현 소방사.

2년 전 지은 집이 이번 산불에 흔적도 없이 타버렸습니다.

산불 발생 첫날, 비번이라 쉬고 있던 지현 씨도 비상 소집됐습니다.

정신없이 응급 구조 활동을 벌이던 시각, 고성 본가가 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갈 수 없었습니다.

[김지현 / 강원 인제소방서 소방관 : 집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환자를 돌보면서도 집에 대한 착잡함이 조금 섞이긴 했죠. 그래도 마음 추스르고 구급활동을 할 때는 일이니까 최선을 다하자.]

흰머리를 날리며 급식센터 앞마당을 뛰어다니는 65살 엄기인 씨.

엄 씨 역시 첫날 산불에 식당과 집을 모두 잃은 이재민입니다.

아내는 딸에게 보내고 엿새째 대피소에서 먹고 자는데, 봉사 활동이 아픔을 잊는 방법입니다.

[엄기인 / 대한적십자사 고성협의회장(이재민) : 나와서 봉사원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고 그분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다 보니까 저 자신도 많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 대책본부가 꾸려졌던 주민센터.

지금은 이재민 후원 물품 정리와 피해 규모 조사로 분주합니다.

이미현 주무관도 마찬가지. 걸려오는 전화에 휴대전화를 놓지 못합니다.

그녀 역시 두 달 전 새로 지은 집과 농장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남에게 맡긴 아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지만, 그래도 바쁜 사무실을 떠나면 더 무너질 것 같습니다.

[이미현 / 고성군 주민센터 주무관 : 여기서 흐트러지면 더 일어나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어차피 제가 맡은 일이니까.]

좌절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

이들이 있어 폐허가 된 산불 현장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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