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법정 선 전두환...사죄 없고 혐의는 부인

광주 법정 선 전두환...사죄 없고 혐의는 부인

2019.03.12. 오후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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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 씨가 어제 광주에 내려와서 재판을 받았죠.

자신에게 내려진 혐의를 전면 부인한 가운데, 시민들은 분노해 전 씨 귀갓길을 가로막기도 했는데요.

어제 법정에 직접 들어가서 재판을 지켜본 취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어제 재판을 쭉 봤을 텐데,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굉장히 북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기자]
저희 취재진이 어제 아침 6시 반부터 현장을 지켜봤는데요.

전 씨 출석을 준비하느라 법원 직원들, 기자들 모두 아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12시쯤이 되니까 전두환 씨 출석 동선을 따라 경찰들도 일렬로 줄을 섰습니다.

예상대로라면 오후 2시쯤에 도착하는 거였는데요.

광주에 오다가 머무른 휴게소에서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쉬지 못했고, 이후 급하게 내려오느라 도착 시각이 앞당겨졌습니다.

전 씨는 12시 반쯤에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린 전 씨는 걸어서 법원 현관에 들어가다가 기자가 질문하자 짜증을 내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2층 보안구역 안에 있는 증인지원실로 향했는데요.

증인지원실은 보통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원에 출석할 때 휴식을 취하거나 화상으로 진술하는 곳입니다.

소파와 테이블이 설치돼 있는데, 전 씨는 이곳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재판을 준비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전 씨가 귀가하는 길이었습니다.

몰려든 시민들이 전 씨 차량을 막아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제가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하면요.

취재진이 광주지방법원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고, 계단 밑에는 전 씨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전 씨가 법원 경위들의 경호를 받으며 현관에 모습을 드러내 기자들이 질문하려고 가까이 다가섰는데요.

이를 법원 경위들이 몸으로 막아서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전 씨가 제대로 차를 타지도 못하고 앞좌석으로 향했다가 황급히 뒷좌석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화면에 잡혔습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못 가게 앞에 누워 길을 막았습니다.

못 가게 막는 시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뒤섞여서 차는 30분 넘게 광주지방법원 일대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전 씨는 출석 때 법원 쪽문으로 들어와 법정동 현관으로 곧장 들어갔는데요.

나갈 때는 광주지방법원 현관을 통해 정문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시민들은 출석할 때는 다소 차분했지만, 귀가할 때는 달랐습니다.

시민들이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인데요.

광주 시민 중에는 5·18 때 가족을 잃은 분들이 많은 게 당연하고요.

여기에 전 씨가 출석하는 내내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법정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게 시민들의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재판 내용으로 가 보겠습니다.

전 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사자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 전면 부인했습니다.

변호인이 굉장히 자세하게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 씨 혐의는 사자명예훼손인데요.

이는 허위 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해야만 범죄가 성립합니다.

전 씨는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말한 것을 두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회고록에 써서 재판에 넘겨진 건데요.

그렇다면, 만약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전 씨가 사실을 주장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전 씨는 5·18 당시 헬리콥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근거로 제시한 국방부 5·18 특조위 조사도 신빙성이 떨어지고, 전일빌딩 탄흔에 대한 국과수 분석 보고서도 과학적이지 않다고 봤습니다.

게다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해도 고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30분쯤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전 씨가 고의로 명예훼손을 하지 않았다면서, 헬기 사격은 여전히 논쟁 중인 사안이어서 개인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전 씨는 전에 몸이 불편하다, 알츠하이머가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모습은 그리 몸이 불편해 보이진 않았는데요.

현장에서 직접 보기엔 어땠습니까?

[기자]
어제 전 씨가 화면에 처음 잡힌 건 연희동 자택에서입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이긴 했지만, 안색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별다른 도움 없이도 차에 올라타는 모습도 확인됐는데요.

광주에 도착해서도 법정동 현관까지 10여 m를 도움 없이 걸어서 들어갔고요.

아까도 언급했지만, 기자 질문에는 "이거 왜 이래"라며 짜증을 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전 씨는 구속 피고인들이 드나드는 통로로 법정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방청객과는 직접 마주치지 않았는데요.

재판이 시작돼 판사가 진술거부권을 설명하자 전 씨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의사 표시를 확실히 했습니다.

이에 법원 직원이 청각보조장치를 건넸고 나이와 주소를 확인하자, "맞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재판 도중 전 씨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눈을 질끈 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 이 씨는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다음 재판은 예정대로라면 심문 기일인데, 변호인이 공판준비기일을 열어달라고 해서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요.

상당히 이례적인 거라고 하는데, 이유가 뭡니까?

[기자]
어제 재판은 약 75분,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판사가 재판을 마치면서 다음 기일을 잡으려고 했는데요.

변호인이 공판 준비기일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는데요.

이는 검찰이 증거목록을 내지 않아서 재판에서 전 씨 측의 증거 채택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날짜는 4월 8일 오후 2시로 잡혔는데요.

공판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해야 할 의무가 없어서, 전 씨가 오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YTN 나현호[nhh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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