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지켰어도 사고는 안 일어났다"

"하나만 지켰어도 사고는 안 일어났다"

2018.12.22.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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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어제 정식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 업체가 강릉 펜션 보일러를 설치했다고 단독 보도해 드렸는데요.

보일러 시공업계에서는 무자격자의 부실한 시공 정황과 허술한 관리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스보일러에 쓰이는 표준 배기관입니다.

한쪽은 고정용 고무링이 들어가는 자리가 볼록 튀어나왔고 반대쪽은 홈이 파였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펜션 보일러 배기관은 홈이 파인 부분이 안 보입니다.

잘라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또 배기관 연결 부위에는 정상적으로 설치된 보일러와 달리 내열성 실리콘을 바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단히 고정하고 가스가 새는 것을 막는 실리콘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무자격자의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보일러 시공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길이를 맞추느라) 잘라서 끼는 게 많은데, 실리콘을 바르면 슈퍼맨이 와도 절대 안 빠져요.]

보일러가 있던 베란다 문이 열린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밀폐된 보일러실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오류 발생으로 인해 보일러 가동이 멈추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문이 열려 일산화탄소가 거실과 방으로 들어온 데다 보일러도 계속 가동됐다는 겁니다.

[보일러 시공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보일러실 문이 잠겨 있으면 안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연소 조건이 안 맞잖아요. 산소가 없는데 보일러가 가동이 안 될 거 아니에요.]

사고가 난 객실 외에 나머지 객실 4개의 보일러 배기관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펜션 주인이나 가스공급업자가 평소 꼼꼼하게 보일러를 점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보일러 시공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무자격자도 문제지만 펜션 주인이 한 번 점검했더라도, 그리고 보일러실 문이 열리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안 벌어지잖아요.]

하지만 실리콘이 없다 해도 한 번 끼우면 쉽게 빠지지 않는 배기관이 왜 어긋났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핵심 증거인 펜션 보일러에 대한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 열흘 정도 더 걸릴 전망입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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