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묘지 보수한다며 훼손' 백두대간 관리 구멍

[현장24] '묘지 보수한다며 훼손' 백두대간 관리 구멍

2018.10.15. 오전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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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장 24입니다.

오늘은 엄격하게 관리돼야 할 백두대간 보호지역이 마구 훼손된 현장을 고발하겠습니다.

개인이 묘지를 고친다면서 마음대로 길을 넓히고 나무를 뽑았는데도 담당 기관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현장 전담 공무원이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삼척 댓재 부근 국유림입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 가운데 핵심구역입니다.

당연하게도 개발은 엄격히 제한됐습니다.

그런데 등산로 입구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화물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평평해졌습니다.

몇 년 전 모습을 찾아보니 한눈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길이 수십cm 깊이로 패여 나가면서 주변 나무들은 뿌리가 드러났습니다.

쓰러지거나 꺾인 나무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누군가 길을 넓힌 것입니다.

[목격자 : 봄인지 여름인지 포크레인 끌고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등산로를 따라 500m 넘게 들어가자 울창한 산림 한가운데 개인 묘지가 나타납니다.

산림을 파내 등산로에서 묘지까지 전용 길을 만들었습니다.

묘지 입구에 만든 진입로입니다.

굴착기로 산자락을 마구 파헤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묘지에는 석축을 새로 쌓았습니다.

높이 2m, 너비는 20m에 이릅니다.

주변에는 공사 때 잘려나간 나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묘지를 고친 마을 주민은 산자락을 망가뜨리면서 담당 관청과 상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은 산림을 훼손한 마을 주민을 조사하는 등 뒤늦게 조치에 나섰습니다.

[조범준 /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 : 백두대간 핵심구역은 공공사업을 하더라도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데 개인 묘지를 위해서 협의도 없이 이렇게 이뤄지는 것은 관리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큽니다.

산림청에는 보호지역을 현장에서 전담하는 인력이 한 명도 없습니다.

순찰을 한다지만 한 명이 많게는 산림 수천 ha를 맡다 보니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 댁에 어떤 사람이 몰래 들어가서 (망가뜨리면) 어쩔 수 없는 부분과 마찬가지죠.]

산림청이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지정한 지 14년이 됐습니다.

면적도 전국적으로 27만ha에 이릅니다.

나 몰라라 하는 관청의 나태함에 개인의 욕심이 덧대져 백두대간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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