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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곧 김장철인데 오늘은 독특한 김치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김치 담그고 남은 배추 시래기는 일부는 웃기로도 쓰지만 대부분 버리게 되는데요.
충남 예산군 봉산면에 가면 이 배추 시래기를 이용한 '삭힌 김치'가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맛인지, 송태엽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기자]
막 꺼낸 김치에 양념기가 전혀 없습니다.
물기도 거의 빠져 김치라기보다는 젖은 배추 시래기처럼 보입니다.
항아리에 금이 가 있고 바닥에 얼룩이 진 걸 보면 김칫독이 깨져 국물이 새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충남 예산에서도 봉산면에서만 먹을 수 있는 '삭힌 김치'입니다.
[김형애 / 충남 예산 봉산면 부녀회장 : 많이 삭히면 냄새가 더 독하고 정말 홍어 먹는 것처럼 코를 팍 쏘죠. 근데 보통 우리가 먹을 때는 그렇게 많이 삭히지는 않고 적당히 하얗게 곰팡이가 익었을 때까지 삭히고 있어요.]
생으로는 먹지 않고 쌀뜨물을 부어 자작하게 지져야 제맛입니다.
새우젓과 마늘, 생강, 파를 넣고 버무린 것이라 들기름과 청양고추 정도만 추가하면 됩니다.
질긴 배추 겉껍질이나 속이 덜 찬 배추로 담는데 두 달 정도 발효되면 노인들도 먹기 좋게 부드러워집니다.
[최석진 / 봉산면 주민 : 예전엔 양념이 참 귀했습니다. 고춧가루나 새우젓이나, 그러나 이 삭힌 김치는 고춧가루 같은 거 양념이 별로 안 들어가요. 그러니까 쉬운 김치며, 우리가 늘 배고픈 시절에 그 김치를 갖다가 먹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재료였죠.]
12년 전 귀농한 김형애 씨가 이제는 '봉산댁'이 돼 서울 사람들에게 삭힌 김치를 소개합니다.
김 씨가 개발한 삭힌 김치 감자탕에 참나물 겉절이, 머위 된장 무침이 입맛을 돋웁니다.
뜻밖에 어린 친구도 좋아합니다.
[문현지 / 초등학교 5학년 : (맛있어요?) 네! (얼마큼 맛있어요?) 지구 용암 속에서 우주 끝까지….]
귀농 초기 동네 어른들에게 삭힌 김치를 배웠다는 김형애 씨는 아직도 이 김치를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삭힌 김치 보급을 위한 식당도 운영합니다.
[김형애 / 충남 예산 봉산면 부녀회장 : 위장장애가 많이 있잖아요. 소화가 잘 안 되고 그런데, 이 김치를 먹고 났는데, 뭐 소화도 잘되고 몸이 가뿐하더라고요. 그래서 야! 이렇게 좋은 음식이 있었구나.]
새우젓 포구가 가까운 지리적 조건과 먹거리를 함부로 버리지 않던 선조들의 알뜰함이 만나 태어난 '삭힌 김치'가 한국인의 특별한 음식으로 오래오래 남아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YTN 송태엽[tay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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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김장철인데 오늘은 독특한 김치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김치 담그고 남은 배추 시래기는 일부는 웃기로도 쓰지만 대부분 버리게 되는데요.
충남 예산군 봉산면에 가면 이 배추 시래기를 이용한 '삭힌 김치'가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맛인지, 송태엽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기자]
막 꺼낸 김치에 양념기가 전혀 없습니다.
물기도 거의 빠져 김치라기보다는 젖은 배추 시래기처럼 보입니다.
항아리에 금이 가 있고 바닥에 얼룩이 진 걸 보면 김칫독이 깨져 국물이 새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충남 예산에서도 봉산면에서만 먹을 수 있는 '삭힌 김치'입니다.
[김형애 / 충남 예산 봉산면 부녀회장 : 많이 삭히면 냄새가 더 독하고 정말 홍어 먹는 것처럼 코를 팍 쏘죠. 근데 보통 우리가 먹을 때는 그렇게 많이 삭히지는 않고 적당히 하얗게 곰팡이가 익었을 때까지 삭히고 있어요.]
생으로는 먹지 않고 쌀뜨물을 부어 자작하게 지져야 제맛입니다.
새우젓과 마늘, 생강, 파를 넣고 버무린 것이라 들기름과 청양고추 정도만 추가하면 됩니다.
질긴 배추 겉껍질이나 속이 덜 찬 배추로 담는데 두 달 정도 발효되면 노인들도 먹기 좋게 부드러워집니다.
[최석진 / 봉산면 주민 : 예전엔 양념이 참 귀했습니다. 고춧가루나 새우젓이나, 그러나 이 삭힌 김치는 고춧가루 같은 거 양념이 별로 안 들어가요. 그러니까 쉬운 김치며, 우리가 늘 배고픈 시절에 그 김치를 갖다가 먹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재료였죠.]
12년 전 귀농한 김형애 씨가 이제는 '봉산댁'이 돼 서울 사람들에게 삭힌 김치를 소개합니다.
김 씨가 개발한 삭힌 김치 감자탕에 참나물 겉절이, 머위 된장 무침이 입맛을 돋웁니다.
뜻밖에 어린 친구도 좋아합니다.
[문현지 / 초등학교 5학년 : (맛있어요?) 네! (얼마큼 맛있어요?) 지구 용암 속에서 우주 끝까지….]
귀농 초기 동네 어른들에게 삭힌 김치를 배웠다는 김형애 씨는 아직도 이 김치를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삭힌 김치 보급을 위한 식당도 운영합니다.
[김형애 / 충남 예산 봉산면 부녀회장 : 위장장애가 많이 있잖아요. 소화가 잘 안 되고 그런데, 이 김치를 먹고 났는데, 뭐 소화도 잘되고 몸이 가뿐하더라고요. 그래서 야! 이렇게 좋은 음식이 있었구나.]
새우젓 포구가 가까운 지리적 조건과 먹거리를 함부로 버리지 않던 선조들의 알뜰함이 만나 태어난 '삭힌 김치'가 한국인의 특별한 음식으로 오래오래 남아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YTN 송태엽[tay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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