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지킨 진주 '앉은뱅이 밀'

3대가 지킨 진주 '앉은뱅이 밀'

2017.10.05. 오전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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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밀은 쌀에 이어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먹는 곡물이지만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먹거리 건강을 위해 토종 밀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남 진주에서 3대째 밀 방앗간을 운영하는 농부를 만나 토종 밀 얘기를 들어봅니다.

송태엽 기자입니다.

[기자]
6월 중순, 모내기를 앞둔 논에서 밀 수확이 한창입니다.

일반 밀보다 키가 작다고 해서 '앉은뱅이 밀'로 불리는 토종 밀입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과거 우리 농가의 대표적 겨울 작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입 밀에 밀리다가 1984년 정부의 국산 밀 수매마저 중단되면서 종자가 사라질 위기에 몰렸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삼대째 방앗간을 운영하는 백관실 씨는 그런 토종 밀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백관실 / 진주 금곡 정미소 대표 :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삼 대째 이 밀을 재배했거든요. 하면서 이 종자는 정말 버리면 안 되겠다 하는 거를 진작 알았어요. 그래서 밀가루도 맛있고, 국수를 해도 맛있고, 농사짓기에 수월하고 병충해가 없으니까….]

전남 장성의 한 산중 암자에서 칼국수 요리 시연회가 열렸습니다.

사찰음식 전문가인 정관 스님의 요리 장면을 서양인 연수생도 진지하게 지켜봅니다.

글루텐이 적게 포함된 토종 밀은 '금강 밀 같은 국산 개량종보다도 우리 전통요리에 적합합니다.

[정관 스님 / 백양사 천진암 주지 : 앉은뱅이 밀은 처음 해봤습니다. 근데 그 밀가루가 가루로 볼 때도 손에 탁 쥐면 중압감이 있어요. 무게가 있어요.]

백관술 씨네 방앗간은 전국에서 유일한 앉은뱅이 밀 전문 제분소입니다.

100년 된 제분기를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맷돌처럼 갈아내는 옛날 방식으로 쉽게 바스러지는 앉은뱅이 밀을 빻는데 제격입니다.

하지만 토종 밀 재배농가가 50가구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낡은 설비로는 점점 감당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백관실 / 진주 금곡정미소 대표 : 이 작은 공장에 또, 미비한 시설에 전부 다 손으로, 수작업에, 정말로 우리가 힘이 들고,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 못합니다. 힘이 들어서 못 해요.]

이 땅의 음식 정체성을 지키는 앉은뱅이 밀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나서 달라는 것.

수십 년간 홀로 토종 밀을 지켜온 농부의 바람입니다.

YTN 송태엽[tay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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