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적십자사 사무총장 수해 속 스크린골프 물의

[취재N팩트] 적십자사 사무총장 수해 속 스크린골프 물의

2017.08.02.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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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적십자사는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긴급 구조 지원이나 구호를 해야 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 적십자사의 재난 책임자가 지난달 청주에서 수해가 났을 당시 다른 간부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긴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단독으로 취재한 유투권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인데요, 먼저 기억을 좀 더듬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청주 등 충청북도에 많은 비가 내렸던 게 지난달 16일이었죠?

[기자]
16일 새벽부터 괴산과 증평, 진천 등 충청북도 곳곳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속속 호우경보가 내려졌습니다.

특히 청주에는 시간당 90mm라는 말 그대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이 때문에 오전 7시쯤부터 본격적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고요,

그 뒤로는 잘 아시는 것처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서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됐습니다.

지금까지 집계된 복구 예상 액수만 2천 4백억 원이 넘습니다.

[앵커]
2400억 원이나 필요한 수해. 그런 상황에서 긴급 구호 업무를 지휘해야 할 적십자사 간부들이 스크린골프를 쳤다는 거죠?

[기자]
정확하게는 적십자사 본사의 간부들입니다.

적십자사는 각 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요, 당시 충청북도 지사는 오전 8시 반에 긴급 대책본부를 꾸리고 11시 반에는 전 직원을 비상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사의 최고 간부인 김건중 사무총장과 재난안전국장 등은 그 시간에 스크린골프를 친 겁니다.

이 두 사람은 긴급 재난 시 적십자사 전체의 구호 업무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이 다른 5명의 전·현직 간부와 함께 오전 9시 반부터 4시간 정도 스크린골프를 즐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두 7명이 친 건데요, 대부분 스크린골프장이 있는 경기도 화성 부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긴급대책본부를 꾸리고 간부들이 4시간이나 골프를 쳤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 해명했습니까?

[기자]
두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해명을 요구하자 적십자사 홍보팀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혔는데요,

당시 골프를 치기 전에 충북지사를 통해 상황을 들었고, 그래서 '대형 재난'이 아닌 '중형 재난'으로 판단해 내부 규정에 따라 충북 지사에서만 대책본부를 운영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본사가 직접 관여할 상황은 아니었고, 그래서 골프를 친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사무실에 나오진 않더라도 비상 대기를 하면서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 부분이 문제입니다.

일단 당일 오전 9시 반에는 충청북도 외에도 충청남도와 경상북도, 강원도에도 호우특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또 적십자사 내부 규정을 봐도 2개 시도에 걸쳐 재난이 발생하면 대형재난으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충북지사가 혼자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 자체가 안이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유를 떠나서 재난 관련 기관의 책임자가 그런 상황에서 스크린골프를 친 건 용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든 재난 관련 담당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는 예고된 것이었다, 이런 반응이 내부에서도 나온다면서요?

[기자]
현재 적십자사는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한 달 이상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김성주 전 회장이 사임하면서 공백이 생긴 건데요, 신임 회장은 이르면 다음 주쯤에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정권 교체기 고위 간부들의 기강 해이가 결국,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김건중 사무총장이 같이 골프를 친 사람 가운데 전임 사무총장도 포함돼 있어서 내부적으로 많은 억측을 낳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에서도 곧 대응을 할 것 같다면서요?

[기자]
현재 국무조정실에도 이번 스크린골프에 대한 첩보가 접수된 상태입니다.

현재 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사안의 심각성을 봤을 때, 조만간 공식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유투권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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