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재용이 형하고 친한 차장검사야...결혼할까?"

"나 재용이 형하고 친한 차장검사야...결혼할까?"

2017.06.09.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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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대 남성이 검사라며 여성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차장검사라고 적힌 신분증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검찰총장 등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를 여성들에게 보여줬는데요.

모두 가짜였지만 진짜로 믿고 결혼을 약속하고 교제하면서 임신까지 한 여성도 있었다고 합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종호 기자!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인 남성은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올해 27살인 김 모 씨로 변변한 직업 없는 남성입니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언변이 화려하지도 않았는데요.

검사라며 여성들에게 접근했더니 상당수 여성은 의심스러워했지만, 일부 여성은 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김 씨가 검사라고 속여 접근한 여성이 드러난 것만 12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전에 알던 여성에게 '몇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검사가 됐다'고 속이기도 했고 길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도 했으며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접근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냥 말로만 검사라고 하면 누구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신분은 어떻게 증명했습니까?

[기자]
위조 신분증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는 분들이 보시면 헛웃음이 나올 수준입니다.

"대검찰청 특검7부 차장검사"라고 적혀 있어서인데요.

검찰에 존재하지도 않는 특검부라는 조직에 올해 27살인 남성이 고위 간부인 차장검사로 있으니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김 씨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허술한 위조 신분증을 의뢰해 만들었지만, 20대 여성이면 이런 사정에 어두울 수도 있어서 들키지 않은 겁니다.

[앵커]
신분증 한번 보여준다고 검사라고 믿긴 힘들 수도 있으니 다른 방법을 써 여성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고요?

[기자]
경찰이 김 씨 휴대전화에서 SNS 메시지를 발견했는데요.

'재용이형', '우리총장님' 등의 대화명이 등장합니다.

'재용이형'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 보이는 대화명인데 '삼성만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눈에 띕니다.

'우리총장님'은 검찰총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격려와 안부를 주고받은 것처럼 나옵니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이려고 김 씨가 휴대전화 두 대를 들고 혼자서 만든 겁니다.

실제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 주고받았다기보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듯한 대화를 어설프게 짜깁기한 수준인 데다 맞춤법도 엉망입니다.

여성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건 분명한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여성이 이 SNS 메시지를 봤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김 씨가 여성 12명에게 접근했다고 했는데 여성들에게 어떤 피해가 있었습니까?

[기자]
여성 대부분은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라 어느 날 불쑥 알게 된 사람인 데다 검사라고 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 결혼 이야기까지 꺼내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 씨가 접근한 여성 12명 가운데 10명은 그래서 김 씨 연락을 차단해 피해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성 2명은 김 씨와 결혼을 약속하고 교제했습니다.

이 가운데 2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임신까지 했습니다.

이 여성을 두고 김 씨는 또 다른 여성과 함께 지내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이 차장 검사라고 말하고 다니는 걸 수상하게 여긴 여성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기 행각이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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