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리포트] 환자와 장애인의 경계에 서다

[영상리포트] 환자와 장애인의 경계에 서다

2021.05.09. 오전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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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제 / 크론병 환자·『난치의 상상력』 저자 : 사실 이게 엄청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제가 도서관에서 책을 버리는 일을 했었는데, 책을 노끈으로 이렇게 묶다가 딱 여기 안쪽에, 힘줄에 염증이 생겨가지고 왼쪽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일을 하다가도 그런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김도현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 질환은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장애는 원칙적으로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 이런 점에서 서로 구분되는 어떤 개념이고 범주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평생 낫지 않는 만성질환이나 희귀난치성질환은 장애와 질병의 경계에 서 있다. 이 중엔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장애를 인정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희제 / 크론병 환자·『난치의 상상력』 저자 : 저는 크론병이라는 희귀 난치질환을 가지고 있고요. 입 구멍부터 항문까지 잇는 소화기관 전체에 언제든 염증이 생길 수 있는 그런 질병인데요. 학교에서 장애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특수교육 대상자' 이렇게 지정이 되어 있어서 '아프다, 수업에 못 갈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교수님들이 오케이를 해요. 왜냐면 특수교육 대상자라고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제가 조퇴를 하든 결석을 하든 지각을 하든 무슨 일이 있건 간에 전부 다 교수님이든 조교님이든 메일을 구구절절 그냥 써야 돼요. 구구절절. 매번 증명을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만성질환이나 희귀난치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차별을 당해도 법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김도현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 HIV 감염인분이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했는데, 의료기관에서조차 이런 분들을 잘 받으려고 하지 않았던 거예요. 병원에서 계속 거부를 하는 바람에 이분이 적절한 시간 안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서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그런 사례들이 있었죠.]

[안희제 / 크론병 환자·『난치의 상상력』 저자 : 취업 과정에서 병력 차별이라고 하잖아요. 아픈 경험이 있으면 그걸로 차별을 하는.]

장애로 인정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김도현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 장애인으로 인정이 되면 이런 것들은 단순히 방치되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서 구제를 받을 수 있고, 생활적인 지원이나 복지 지원도 같이 받을 수가 있게 되겠죠.]

장애를 얼마나 폭넓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국가마다 장애 인구 비율이 다르다. 한국의 장애 인구는 약 5% 정도다.

[김도현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바로 얼마 전이죠. 4월 13일에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고 하는 것, 그다음에 또 기면증, 이런 어떤 것들이 과거에는 장애가 아니었다가 이제는 장애로도 인정이 되는 이런 변화가 있었죠.]

그러나 HIV 감염처럼 아직 장애로 인정되지 못한 질환도 있다.

[김도현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 (우리나라도 이제) 장기적으로는 계속 확대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애 인정 확대는 예산 증가가 뒤따른다. 그런데 한국의 GDP 대비 장애인복지지출 비율은 약 0.59%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실정이다.

[안희제 / 크론병 환자·『난치의 상상력』 저자 : (건강한 사람이 아닌)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히 건강해질 수 없는 사람들의 몸을 기준으로 삼아서, 우리가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게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나라도 있다.

[김도현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 예컨대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장애 인구를 특별히 국가가 통계를 내지 않아요. 장애인이어야 지원을 받고 아니면 지원을 못 받고, 이런 사회에서는 장애인이냐 아니냐가 굉장히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누구에게나 필요가 있을 때 보편적 지원한다는 개념으로 가면 굳이 범주에 속하냐 속하지 않냐는 부차적 문제가 되고, 그러다 보니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환자와 장애인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어떠한 몸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제보/ buttoner@ytn.co.kr

버트너/ 양세희, 신정인

도움/ 안희제 『난치의 상상력』 저자,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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