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빈도 '괴물 폭우'만 10곳...이제는 폭염 비상

200년 빈도 '괴물 폭우'만 10곳...이제는 폭염 비상

2025.07.21.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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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닷새간 쏟아진 전국적인 폭우는 200년에 한 번 쏟아질 만한 이른바 '괴물 폭우'가 10곳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장마는 끝났지만, 당분간 강한 소나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시 폭염이 심해집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이번 기록적인 장마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날씨 전망도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우선 기록적인 장마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곳곳에 피해를 남긴 닷새간의 폭우, 얼마나 쏟아졌나요?

[기자]
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 동안,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곳은 경남 산청 시천면이었는데요.

무려 800mm에 육박하는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산청 지역은 지리산이 가까워서 지형적 특성 때문에 공기가 산을 타고 오르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력하게 발달했습니다.

그 밖에 경남 합천에도 700mm에 가까운 강수량이 기록됐고, 하동과 전남 광양은 600mm 이상, 충남 서산과 광주광역시에도 5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어마어마한 양인데, 평년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수준인가요?

[기자]
네, 보통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연간 총 강수량의 30% 정도의 비가 내리는데요.

장마철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이 300∼500mm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폭우는 닷새 동안 장마철 전체 강수량의 2배에서 많게는 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닷새 동안 2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폭우가 10곳에서 관측됐다는 게 사실인가요?

[기자]
네, 기상청이 이번 호우 자료를 과거 자료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16일 밤부터 17일 사이에 비가 가장 많이 내렸는데요.

서산을 비롯한 충청과 광주 등 호남 지방은 하루에 300∼400mm 폭우가 쏟아지면서, 10곳에서 200년 빈도의 '괴물 폭우'가 관측됐습니다.

[앵커]
많은 비도 문제였지만, 양만큼이나 강도도 피해를 부른 원인이었죠.

이번 폭우의 강도, 어느 정도였나요?

[기자]
네, 강도도 기록적이었습니다.

충남 서산에는 17일 새벽에 1시간 동안 114.9mm가 내렸고요.

경기 포천은 20일 새벽에 시간당 104mm, 경남 산청에서도 17일 오후에 1시간 동안 101mm의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이번 닷새 동안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3차례나 기록됐고요.

이 밖에 인천 옹진군과 충남 홍성, 서천, 전남 나주에서도 시간당 90mm 이상의 비가 쏟아졌고, 전국 32곳에서 시간당 7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앵커]
이제는 시간당 100mm 안팎의 폭우도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이례적으로 강한 비가 쏟아진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기자]
네, 근본적인 원인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그러니까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우리나라 상공에서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압축되며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인데요.

영상 하나 준비했는데, 보실까요?

지금 화면에 빨갛게 표시된 게 수증기입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먼 남쪽의 열대 요란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우리나라로 다량의 수증기가 계속 유입됩니다.

또 다른 영상 보겠습니다.

조금 복잡하긴 한데요, 우리나라는 여기 표시된 부분이고요.

공기는 원래 물결처럼 흘러가야 하지만, 동쪽에서는 이렇게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뜨거운 공기가 계속 올라오면서 부풀어 올라 막고 있고요.

서쪽에서도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 상층에서부터 계속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면서 막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벽처럼 길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공에서는 저기압이 이동하지 못하고 계속 회전하면서 건조한 공기를 내려보낸 겁니다.

정리하면, 이번에는 북쪽 건조 공기와 남쪽 습한 공기가 강한 세력으로 부딪쳤고, 여기에 이례적으로 정체된 건조 공기가 계속 깊게 내려오면서 폭우 지속시간이 길었던 겁니다.

[앵커]
이번 폭우는 좁고 길게 발달한 비구름 때문에 한 지역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극과 극이었다고요?

[기자]
네, 그래픽 화면 보실까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의 전국 누적강수량 분포도인데요.

남부와 충청, 수도권과 강원에 300mm 이상을 나타내는 빨간색이 퍼져있고, 곳곳에 보라색과 파란색도 섞여 있습니다.

총 누적강수량이 100mm를 넘지 않은 지역들인데요.

극단적으로 광주 북구 운암동은 누적강수량이 536.1mm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불과 40km가량 떨어진 함평 함평읍은 18.5mm에 그쳤습니다.

무려 30배 정도나 차이가 나는 수준입니다.

[앵커]
폭우뿐 아니라 잦은 낙뢰로 기상 관측장비까지 먹통이었다던데, 낙뢰도 유난히 많았죠?

[기자]
네, 닷새 동안 전국에 3만 번 정도의 낙뢰가 관측됐는데요.

30년 평균, 연간 낙뢰 횟수는 10만 번 수준인데, 평년 한 해 낙뢰 횟수의 33%가량이 이번 5일 만에 몰아친 겁니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에는 서산의 기상관측장비가, 20일 새벽에는 인천 옹진군의 장비가 잇따라 먹통이 됐는데, 낙뢰에 맞아 네트워크 오류가 생긴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앵커]
폭염이 폭우를 더욱 키웠다는 말도 있던데, 실제로 영향이 컸나요?

[기자]
네, 이렇게 '역대급 강수량'이 속출한 데는 기후위기로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 원인으로 지목됐는데요.

대기 온도가 1℃ 오르면 수증기량, 그러니까 대기 중에 수증기를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의 용량은 7% 증가하는 데요.

늘어난 수증기는 강한 비를 내리는 구름의 에너지, 즉 원료로 작용합니다.

특히, 수증기가 풍부한 상태에서는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기 쉽고, 비구름이 급격히 발달해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게 됩니다.

[앵커]
이제는 장마가 완전히 끝난 거죠? 이번처럼 강한 비가 또 올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네, 기상청은 어제부로 중부지방의 장마도 완전히 끝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예전 장마는 길게 이어지면서 전국에 비가 고르게 내렸지만, 요즘은 기간이 짧아지고,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졌지만, 여름철에는 대기 불안정만으로도 비구름이 급격히 발달해 폭우가 내릴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오늘을 포함해 내일과 모레까지, 내륙 대부분 지역에서 대기 불안정으로 5에서 60mm의 소나기가 예보됐는데요.

실제로 강남이 물바다가 되고 인명피해도 컸던 2022년 중부 폭우 역시 8월, 장마철이 아닌 한여름이었습니다.

이제는 여름철 극한 호우가 일상처럼 발생하는 만큼, 언제든 피해 대비가 항상 필요합니다.

[앵커]
폭우가 끝나자마자 이제는 폭염이 비상입니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는 건가요?

[기자]
이제는 찬 공기가 빠져나가고 여름철 폭염을 일으키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본체가 완전히 확장해 우리나라를 뒤덮었기 때문인데요.

이제부터는 기온이 점점 오르면서 폭염이 더욱 심해지겠는데요.

여기에 해수면 온도 역시 더욱 오를 거고요, 그렇게 되면 대기 중의 수증기가 많아져서 또다시 폭우를 부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반복되는 상황이 더욱 잦아질 전망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앞으로 날씨 전망도 짚어주시죠.

[기자]
네, 폭염이 본격화하면서 당분간은 습도 높고,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갈수록 심해질 전망입니다.

폭염특보는 전국 대부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경보로 격상되는 곳도 늘겠습니다.

특히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 열대야가 나타나는 지역도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은 티베트 고기압이 우리나라 서쪽에 머물고 있지만, 점차 확장해 북태평양 고기압과 함께 한반도를 덮으면서 폭염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낮에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온열 질환 위험이 무척 커지는 만큼, 물과 그늘, 휴식 3대 수칙을 잘 지켜서 피해를 예방해야겠고요.

특히 수해 복구 현장에서는 더위로 인한 2차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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