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판 뒤집은 '이불'...진격과 사색의 30년

현대미술판 뒤집은 '이불'...진격과 사색의 30년

2025.10.12. 오전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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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욕 현대 미술관, 도쿄 모리 미술관 등 유수의 해외 미술관이 먼저 찾는 작가 이불!

조각과 설치, 행위예술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의 고민과 사색을 작품으로 풀어가는 동시대 중요한 작가입니다.

이불의 1998년 이후 작품을 대대적으로 조망한 귀한 전시회가 마련됐는데요.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함께 감상해 보시죠.

[기자]
정체불명의 의상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하고 화려한 스팽글을 장식한 날생선의 악취를 뉴욕의 한 전시장으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동시대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작가 이불의 대규모 개인전이 서울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검게 빛나는 '태양의 도시'!

시간을 가로지른 작가의 대표작들이 이곳에서 서로 부딪히고 어우러집니다.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과 실패의 흔적을 동시에 추적한 작가의 대표작 '몽그랑레시'를 중심으로 심리학 책의 문구들로 외벽을 채운 미로의 거울 방까지 작품 곳곳엔 역사와 기억, 건축과 철학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숨 막히게 녹아있습니다.

[이불/작가 : 과거는 항상 현재로 불려 들어오잖아요. 그래서 제 전략은 그 시간대를 순서대로 넣지 않고 (마치 제가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과거와 현재와 과거에 꿈꿨던 미래와 이런 모습들을 그냥 펼친 거죠.]

수십 년 내공을 켜켜이 올린 최근의 회화 작업은 계획과 즉흥이 어우러져 또 다른 창작물로 눈길을 붙잡습니다.

반체제 활동을 했던 부모 곁에서 수시로 피신을 다녔던 어린 시절, 유일한 놀이터였던 방공호는 아이러니하게 어린 이불에게 안식처였습니다.

[이불/작가 : 제가 이념이나 이런 것들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저한테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아마도 그 쉘터(은신처)의 어떤 느낌으로 계속해서 살아남았을 것이다.]

검은 잉크가 번진 천지와, 별처럼 빛나는 조각, 깨진 욕조가 어우러진 아름답고도 기괴한 풍경은 고 박종철 열사 사망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이불/작가 : 우리가 보여주는 이 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들어올 수가 없는 상황이라) 그러면 그 작업을 '전시품 카피'로 다시 만들겠다. 그리고 전시하고 없애자 그런 결론을 내고 그냥 만들었어요.]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철거된 감시초소 폐자재는 이불의 손을 거쳐 4m 철탑으로 부활했습니다.

[이불/작가 : 아 나는 뭔가를 해야 하겠다. 이 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는 생각에서) 그 재료를 쓰고 싶다는 결정을 한 거고….]

세계가 먼저 알아본 '진격의 이불', 전시는 실험 정신으로 점철된 예술가 이불의 1998년 이후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마치 작가의 스튜디오처럼 작품의 구상도와 작은 모형들이 17m 벽을 따라 펼쳐져 있고

[이불/작가 : 약간 건축적인 프로세스하고 비슷해요. 설계도를 그리는 것처럼 이렇게 구상하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벽을 장식했던 조각 작품 4점 중 1점도 이번에 서울을 찾았습니다.

한 마디론 도저히 규정할 수 없는 사색의 방대함!

[이불/작가 : 모든 전시가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어요. 사실 이 기분이 제가 다음 작업을 해나가는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이불의 다음 행보가 또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YTN 김정아입니다.

영상기자 : 최광현

YTN 김정아 (ja-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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