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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열린 라디오 YTN,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죠. 예전 대선 투표장은 12월의 쌀쌀한 바람으로 기억나는데요. 예정됐던 대통령 임기종료를 무려 2년이나 앞서 시행됩니다. 오늘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말들의 어원과 유래를 알아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 “말 속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 홈즈 신동광입니다. 더운 날씨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 최휘 : 맞아요, 5월인데 벌써부터 후텁지근합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초여름에 치르는 이번 대선일 모습도 궁금해지는데요. 작가님은 이번 여름 선거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 신동광 : 어리둥절하죠. 대통령 선거는 항상 겨울이었는데, 2017년부터 봄날에 투표를 하다가 이번에는 여름으로 바뀌었으니까요. 날씨를 떠나 대통령 선거가 불확실해지면, 나라가 불안해집니다. 국민들의 불안, 경기 침체, 대외 신뢰도의 추락은,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앞으로는 부디 우리나라 국정이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길 소망합니다. 행여라도 분주한 가을에 투표소에 가는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기를 염원합니다.
◆ 최휘 : 공감합니다. 가을 대선은 겪지 않고 싶네요. 자, 오늘은 대선에 대한 주제로 하나하나 어원 풀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대통령부터 알아볼까요?
◇ 신동광 : 네, 출발합니다. ‘대통령(大統領)’은 ‘큰 대(大)’, ‘거느릴 통(統)’, ‘우두머리 령(領)’자로 이뤄진 말입니다. ‘으뜸 지도자’를 의미하죠. 대통령의 영어 단어 ‘프레지던트(president)’는 라틴어 ‘praesidere’에서 왔습니다. ‘Prae’는 ‘앞에(pre)’를, ‘sedere’는 ‘앉다’를 뜻합니다. ‘(회의 석상의) 앞에 앉은 사람’, 즉 ‘대표 지도자’입니다. 대학교의 총장과 기업이나 단체의 총수도 ‘프레지던트’라고 부릅니다.
◆ 최휘 : 아, 으뜸 지도자 대통령이 영어로는 회의체의 앞에 서는 사람, 의장이나 리더를 뜻하는군요.
◇ 신동광 : 정확합니다. 이렇게 지도자나 대표자를 뽑는 행사를 ‘선거(選擧: 고를 선, 올릴 거)’라고 부릅니다. 후보자 중에서 우두머리를 ‘선택하여 올린다’는 뜻입니다. 선거 ‘일렉션(election)’은 라틴어로 선택을 뜻하는 ‘electionem’에서 출발했습니다. ‘밖으로’란 의미의 ‘ex’와 ‘선택하다’를 뜻하는 ‘legere’가 모인 말입니다. 이 ‘leger’는 인도유럽조어(Proto Indo European)로 ‘모으다/쌓다’란 뜻인 ‘leg’에서 유래했습니다.
◆ 최휘 : 유권자인 국민의 의견이 담긴 표를 모인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쉽네요. 그럼 유권자의 뜻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인가요?
◇ 신동광 : 와, 이제 저 대신 설명하셔도 되겠는데요. ‘유권자(有權者)는 ‘가질 유’, ‘힘 권’, ‘사람 자’로 이뤄진 한자어입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영어로 ‘보터(voter)’인데, 이 말은 ‘투표하다’라는 뜻의 동사 ‘보트(vote)’에서 왔습니다.
◆ 최휘 : 그 보트가 ‘캐스팅 보트’의 보트죠?
◇ 신동광 : 네, ‘캐스팅 보트(casting vote)’의 그 ‘보트(vote)’입니다. Vote는 ‘신에게 바치는 맹세, 엄숙한 서약, 헌신’을 뜻하는 라틴어 ‘votum’에서 유래했습니다. ‘캐스팅 보트’란 본래 의회에서 의안에 대한 가결표와 부결표가 동수일 때, 의장이 행사하는 결정투표를 뜻했는데요. 의장 결정투표를 시행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양쪽 의견이 팽팽할 때 승패를 결정짓는 ‘제3당의 투표’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최휘 :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행사가 투표라고 말씀하셨는데, 후보라는 말의 어감이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대통령 후보와 운동선수 후보는 느낌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데요.
◇ 신동광 : 후보는 후보자(候補者)를 줄인 말입니다. ‘기다릴 후’, ‘채울 보’, ‘사람 자’로 이뤄졌죠. 옛날 중국에서는 관리를 등용하기 전, 미리 적정인물을 선정해 둬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후보자는 스포츠에서는 기회를 기다리는 ‘대기 선수’를 가리킵니다. ‘만년 후보’, ‘주전자 당번’ 같은 말이 떠오르죠. 대기선수인 ‘후보’는 출전을 기다리다 보니 엉덩이로 벤치를 데워서 ‘벤치워머(benchwarmer)’라고 불립니다.
◆ 최휘 : 대통령 후보가 물주전자를 들고 다니지는 않겠죠?
◇ 신동광 : 당연하죠! 선거에서의 후보는 정당과 단체를 대표하는 최강 선수, 에이스입니다. 같은 문자를 사용하지만, 스포츠의 후보선수와 대통령 후보자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후보자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캔디데이트(candidate)’는 ‘직위를 열망하는 사람’이란 뜻의 라틴어 ‘candidatus’에서 유래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정치 후보자들이 ‘빛나는/하얀(candidus) 예복’을 입어서 붙은 말인데요. 피부질환인 ‘칸디다증(candidiasis)’도 환부에 하얀색 막이 생겨서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 최휘 : 후보자의 영어단어 캔디데이트는 옷과 역할에서 하얗게 빛나는 사람이군요.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공약이 큰 관심사죠?
◇ 신동광 : 네. 후보자는 유권자들에게 당선 시 실현할 정책이나 목표를 제시합니다. 이러한 유권자와의 공적 약속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공약(公約)’입니다. ‘널리 공’자와 ‘약속 약’자를 씁니다. 지켜지지 않는 ‘공허(空虛: 빌 공, 빌 허)한 약속’이라는 냉소도 있지만, 희망찬 약속은 그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바르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어줍니다. 공약의 영어단어 ‘플렛지(pledge)’는 ‘책임을 지다’를 뜻하는 서부 게르만어 ‘pleg-‘에서 왔습니다. 공약의 다른 말 ‘promise’도 ‘앞으로(pro), 보내다(mittere)’란 뜻입니다. ‘앞으로 실현될 것을 보증하여 내놓은 말’입니다. 공약은 꼭 지켜야 할 공중과의 약속이니, 신중하고 실현 가능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네,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유세 때는 유권자에게 기대를 하게 만들고 당선 후에는 어느새 잊혀지는 약속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유세는 어떤 뜻일까요? “뭐 그런 걸 가지고 유세야?” 같은 표현들 들어봤는데요.
◇ 신동광 : 공감합니다. 후보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공약을 가지고 ‘유세(遊說)’를 합니다. ‘떠돌 유(遊)’자와 ‘달랠 세(說)’자로 이뤄진 말인데요.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활동을 뜻합니다. 유세의 영어 ‘캠페인(campaign)’은 ‘벌판’을 뜻하는 라틴어 ‘campus’에서 왔습니다. 고대의 군대는 겨울을 주둔지에서 보내고, 여름에는 전투를 찾아 ‘개방된 벌판’으로 나섰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지속적 공격 작전’을 ‘캠페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캠페인에서 공을 쌓은 용맹한 전사 ‘챔피언(champion)’도 ‘캠퍼스’ 출신입니다. 대학의 넓은 뜰도 캠퍼스라고 부르고, 파리를 떠올리면 흐르는 노래 ‘샹젤리제(Les Champs Elysees)’는 ‘낙원의 벌판’을 뜻합니다.
◆ 최휘 : 캠퍼스, 챔피언, 상젤리제… 벌판에서 참 많은 이야기들이 태어나네요. 유세를 마쳤으니 그럼 이제 투표를 하나요?
◇ 신동광 : 네, 투표하러 가야죠.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들은 원하는 후보자에게 선거권을 담은 증표를 던집니다. 투표(投票)의 한자는 ‘던질 투’와 ‘증표 표’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투표하다’의 영어단어 ‘보트(vote)’는 ‘신에게 바치는 맹세’와 ‘엄숙한 서약’을 뜻하는 라틴어 ‘votum’에서 왔죠. 냉철하고 진지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 최휘 : 선거가 정말 중요하고 뜻깊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이제 어떤 절차가 남았나요?
◇ 신동광 : 국민의 선택을 확인해야죠. 투표함을 열어 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개표(開票)’라고 부릅니다. ‘열 개’, ‘증표 표’자를 씁니다. 이 절차를 통해 표를 집계하면, 더 많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當選人)’이 결정됩니다. 당선인의 한자는 ‘맡을 당’, ‘고를 선’, ‘사람 인/the elected)’입니다. 예전에는 ‘사람 자(者)’를 써서 당선자라고 불렀는데, 2012년 선고 이후 당선자의 요청에 따라 ‘당선인’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최휘 :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선거 관련 용어들을 말뜻을 풀어 생각해 보니,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와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아무쪼록 이번 선거가 원활히 잘 치러지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해주실 말씀 있을까요?
◇ 신동광 :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여러분 모두 마음고생 많으셨는데요. 보수와 진보를 떠나, 다음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금 후보자의 위치에서 유권자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만큼, 그 약속을 실현하는 데도 정직한 땀과 열정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만세!
◆ 최휘 : 저도 공감의 만세를 마음 속으로 외쳐봅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말록 홈즈 신동광 작가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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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 :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열린 라디오 YTN,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죠. 예전 대선 투표장은 12월의 쌀쌀한 바람으로 기억나는데요. 예정됐던 대통령 임기종료를 무려 2년이나 앞서 시행됩니다. 오늘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말들의 어원과 유래를 알아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 “말 속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 홈즈 신동광입니다. 더운 날씨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 최휘 : 맞아요, 5월인데 벌써부터 후텁지근합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초여름에 치르는 이번 대선일 모습도 궁금해지는데요. 작가님은 이번 여름 선거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 신동광 : 어리둥절하죠. 대통령 선거는 항상 겨울이었는데, 2017년부터 봄날에 투표를 하다가 이번에는 여름으로 바뀌었으니까요. 날씨를 떠나 대통령 선거가 불확실해지면, 나라가 불안해집니다. 국민들의 불안, 경기 침체, 대외 신뢰도의 추락은,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앞으로는 부디 우리나라 국정이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길 소망합니다. 행여라도 분주한 가을에 투표소에 가는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기를 염원합니다.
◆ 최휘 : 공감합니다. 가을 대선은 겪지 않고 싶네요. 자, 오늘은 대선에 대한 주제로 하나하나 어원 풀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대통령부터 알아볼까요?
◇ 신동광 : 네, 출발합니다. ‘대통령(大統領)’은 ‘큰 대(大)’, ‘거느릴 통(統)’, ‘우두머리 령(領)’자로 이뤄진 말입니다. ‘으뜸 지도자’를 의미하죠. 대통령의 영어 단어 ‘프레지던트(president)’는 라틴어 ‘praesidere’에서 왔습니다. ‘Prae’는 ‘앞에(pre)’를, ‘sedere’는 ‘앉다’를 뜻합니다. ‘(회의 석상의) 앞에 앉은 사람’, 즉 ‘대표 지도자’입니다. 대학교의 총장과 기업이나 단체의 총수도 ‘프레지던트’라고 부릅니다.
◆ 최휘 : 아, 으뜸 지도자 대통령이 영어로는 회의체의 앞에 서는 사람, 의장이나 리더를 뜻하는군요.
◇ 신동광 : 정확합니다. 이렇게 지도자나 대표자를 뽑는 행사를 ‘선거(選擧: 고를 선, 올릴 거)’라고 부릅니다. 후보자 중에서 우두머리를 ‘선택하여 올린다’는 뜻입니다. 선거 ‘일렉션(election)’은 라틴어로 선택을 뜻하는 ‘electionem’에서 출발했습니다. ‘밖으로’란 의미의 ‘ex’와 ‘선택하다’를 뜻하는 ‘legere’가 모인 말입니다. 이 ‘leger’는 인도유럽조어(Proto Indo European)로 ‘모으다/쌓다’란 뜻인 ‘leg’에서 유래했습니다.
◆ 최휘 : 유권자인 국민의 의견이 담긴 표를 모인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쉽네요. 그럼 유권자의 뜻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인가요?
◇ 신동광 : 와, 이제 저 대신 설명하셔도 되겠는데요. ‘유권자(有權者)는 ‘가질 유’, ‘힘 권’, ‘사람 자’로 이뤄진 한자어입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영어로 ‘보터(voter)’인데, 이 말은 ‘투표하다’라는 뜻의 동사 ‘보트(vote)’에서 왔습니다.
◆ 최휘 : 그 보트가 ‘캐스팅 보트’의 보트죠?
◇ 신동광 : 네, ‘캐스팅 보트(casting vote)’의 그 ‘보트(vote)’입니다. Vote는 ‘신에게 바치는 맹세, 엄숙한 서약, 헌신’을 뜻하는 라틴어 ‘votum’에서 유래했습니다. ‘캐스팅 보트’란 본래 의회에서 의안에 대한 가결표와 부결표가 동수일 때, 의장이 행사하는 결정투표를 뜻했는데요. 의장 결정투표를 시행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양쪽 의견이 팽팽할 때 승패를 결정짓는 ‘제3당의 투표’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최휘 :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행사가 투표라고 말씀하셨는데, 후보라는 말의 어감이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대통령 후보와 운동선수 후보는 느낌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데요.
◇ 신동광 : 후보는 후보자(候補者)를 줄인 말입니다. ‘기다릴 후’, ‘채울 보’, ‘사람 자’로 이뤄졌죠. 옛날 중국에서는 관리를 등용하기 전, 미리 적정인물을 선정해 둬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후보자는 스포츠에서는 기회를 기다리는 ‘대기 선수’를 가리킵니다. ‘만년 후보’, ‘주전자 당번’ 같은 말이 떠오르죠. 대기선수인 ‘후보’는 출전을 기다리다 보니 엉덩이로 벤치를 데워서 ‘벤치워머(benchwarmer)’라고 불립니다.
◆ 최휘 : 대통령 후보가 물주전자를 들고 다니지는 않겠죠?
◇ 신동광 : 당연하죠! 선거에서의 후보는 정당과 단체를 대표하는 최강 선수, 에이스입니다. 같은 문자를 사용하지만, 스포츠의 후보선수와 대통령 후보자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후보자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캔디데이트(candidate)’는 ‘직위를 열망하는 사람’이란 뜻의 라틴어 ‘candidatus’에서 유래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정치 후보자들이 ‘빛나는/하얀(candidus) 예복’을 입어서 붙은 말인데요. 피부질환인 ‘칸디다증(candidiasis)’도 환부에 하얀색 막이 생겨서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 최휘 : 후보자의 영어단어 캔디데이트는 옷과 역할에서 하얗게 빛나는 사람이군요.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공약이 큰 관심사죠?
◇ 신동광 : 네. 후보자는 유권자들에게 당선 시 실현할 정책이나 목표를 제시합니다. 이러한 유권자와의 공적 약속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공약(公約)’입니다. ‘널리 공’자와 ‘약속 약’자를 씁니다. 지켜지지 않는 ‘공허(空虛: 빌 공, 빌 허)한 약속’이라는 냉소도 있지만, 희망찬 약속은 그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바르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어줍니다. 공약의 영어단어 ‘플렛지(pledge)’는 ‘책임을 지다’를 뜻하는 서부 게르만어 ‘pleg-‘에서 왔습니다. 공약의 다른 말 ‘promise’도 ‘앞으로(pro), 보내다(mittere)’란 뜻입니다. ‘앞으로 실현될 것을 보증하여 내놓은 말’입니다. 공약은 꼭 지켜야 할 공중과의 약속이니, 신중하고 실현 가능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네,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유세 때는 유권자에게 기대를 하게 만들고 당선 후에는 어느새 잊혀지는 약속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유세는 어떤 뜻일까요? “뭐 그런 걸 가지고 유세야?” 같은 표현들 들어봤는데요.
◇ 신동광 : 공감합니다. 후보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공약을 가지고 ‘유세(遊說)’를 합니다. ‘떠돌 유(遊)’자와 ‘달랠 세(說)’자로 이뤄진 말인데요.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활동을 뜻합니다. 유세의 영어 ‘캠페인(campaign)’은 ‘벌판’을 뜻하는 라틴어 ‘campus’에서 왔습니다. 고대의 군대는 겨울을 주둔지에서 보내고, 여름에는 전투를 찾아 ‘개방된 벌판’으로 나섰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지속적 공격 작전’을 ‘캠페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캠페인에서 공을 쌓은 용맹한 전사 ‘챔피언(champion)’도 ‘캠퍼스’ 출신입니다. 대학의 넓은 뜰도 캠퍼스라고 부르고, 파리를 떠올리면 흐르는 노래 ‘샹젤리제(Les Champs Elysees)’는 ‘낙원의 벌판’을 뜻합니다.
◆ 최휘 : 캠퍼스, 챔피언, 상젤리제… 벌판에서 참 많은 이야기들이 태어나네요. 유세를 마쳤으니 그럼 이제 투표를 하나요?
◇ 신동광 : 네, 투표하러 가야죠.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들은 원하는 후보자에게 선거권을 담은 증표를 던집니다. 투표(投票)의 한자는 ‘던질 투’와 ‘증표 표’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투표하다’의 영어단어 ‘보트(vote)’는 ‘신에게 바치는 맹세’와 ‘엄숙한 서약’을 뜻하는 라틴어 ‘votum’에서 왔죠. 냉철하고 진지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 최휘 : 선거가 정말 중요하고 뜻깊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이제 어떤 절차가 남았나요?
◇ 신동광 : 국민의 선택을 확인해야죠. 투표함을 열어 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개표(開票)’라고 부릅니다. ‘열 개’, ‘증표 표’자를 씁니다. 이 절차를 통해 표를 집계하면, 더 많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當選人)’이 결정됩니다. 당선인의 한자는 ‘맡을 당’, ‘고를 선’, ‘사람 인/the elected)’입니다. 예전에는 ‘사람 자(者)’를 써서 당선자라고 불렀는데, 2012년 선고 이후 당선자의 요청에 따라 ‘당선인’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최휘 :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선거 관련 용어들을 말뜻을 풀어 생각해 보니,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와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아무쪼록 이번 선거가 원활히 잘 치러지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해주실 말씀 있을까요?
◇ 신동광 :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여러분 모두 마음고생 많으셨는데요. 보수와 진보를 떠나, 다음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금 후보자의 위치에서 유권자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만큼, 그 약속을 실현하는 데도 정직한 땀과 열정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만세!
◆ 최휘 : 저도 공감의 만세를 마음 속으로 외쳐봅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말록 홈즈 신동광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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