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2025
감독 : 크리스 애펄핸즈, 매기 강 │ 주연 : 아덴 조, 메이 홍, 유지영, 안효섭
감독 : 크리스 애펄핸즈, 매기 강 │ 주연 : 아덴 조, 메이 홍, 유지영, 안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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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방 식을 열기가 아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은 7월의 더위처럼 계속되고 있다. OTT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된 지 20일이 넘은 지금도 신작들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시리즈도 아니고 99분짜리 애니메이션이 이처럼 뜨거운 화제성으로 계속 열풍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련되면서도 중독성 강한 삽입곡들 때문이다. ‘케데헌’의 OST 수록곡 7곡은 빌보드 ‘핫100’에 동시 진입했으며, 그 중 ‘사자 보이스’의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벌써 미국 유수의 매체들은 ‘케데헌’의 아카데미 후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주제가상은 물론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서도 거론될 만하다는 것이다.
제목만으로는 성인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지만, 누구든지 일단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이 힙한 애니메이션은 강한 인력으로 그들을 끌어당긴다. 먼저 루미, 조이, 미라로 구성된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의 매력이 눈부시다. 3인 3색의 캐릭터와 특기는 실존하는 걸그룹들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들의 무대 밖 일상은 그야말로 예측불가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부업, 시쳇말로 ‘부캐’를 퇴마사로 설정한 과감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칭찬할 수밖에 없다. 사인검, 곡도, 신칼 등 한국 전통 무기 및 무속 도구를 사용해 악귀를 물리치는 헌트릭스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은밀한 모습까지도 멋진 주인공들이다. 데몬 헌터스라는 점에서 여전사의 이미지를 장착하고 있는 이들은 무대에서도 진부한 귀여움이나 섹시함을 팔지 않는다. 대신 역동적 무대를 만들어내는 아이돌이자 직접 곡을 쓰는 아티스트로서 강렬한 카리스마와 진정성으로 팬덤을 양산해낸다.
흥미로운 지점은 헌트릭스가 실제 아이돌들보다 더 이상적인 모습을 전시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콘서트가 열리기 직전, 엄청난 칼로리가 필요하다며 탄수화물을 마구 섭취하는 헌트릭스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음식물을 극도로 자제하는 실제 아이돌들과 차이가 있다. 매니저를 동반하지 않은 팬들과의 소통이나 비공식적 외부 출입도 사실 극히 드물다. 헌트릭스는 스타이기에 감수해야 할 제약이나 고통에서 꽤 자유로워 보이며, 덕분에 보다 털털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루미가 멤버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 있다.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점은 그 캐릭터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하고 그를 응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케데헌’은 대중들의 판타지를 완벽히 충족시켜 주는 아이돌을 구현해낸 것이다. 악마의 피를 물려받은 자신을 부끄러워하던 루미는 점차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루미의 이런 변화가 주는 메시지는 헌트릭스의 ‘골든(Golden)’과 더불어 영화의 대미를 강렬하게 장식한다. 그래서 루미는 ‘겨울왕국’ 엘사의 환생과도 같은 캐릭터다. 문화권에 관계없이 이들의 이야기는 통할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도 우수하지만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케데헌’은 우리에게 특별하다.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투자한 ‘케데헌’은 해외 자본으로 한국문화를 널리 알린 작품이 되었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소품들과 한국 음식, 서울의 명소까지 말 그대로 ‘케데헌’은 ‘한국의 것’들로 가득차 있다. 헌트릭스는 등장할 때마다 김밥, 컵라면, 떡볶이, 순대 등 분식류는 물론이고 설렁탕과 호떡까지 맛있게 먹어치워 군침을 삼키게 만든다. 또한, 루미와 진우가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는 장소는 낙산공원이고, 청담대교 지하철에서는 헌트릭스와 악귀의 격투가 벌어지며, 북촌 한옥마을은 루미와 조이가 팬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영화 같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예능까지 세계를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잠재력에 대해 다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여전히 한류는 진행 중이다.
■ 글 : 윤성은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 전주국제영화제 이사)
YTN 브랜드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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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금방 식을 열기가 아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은 7월의 더위처럼 계속되고 있다. OTT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된 지 20일이 넘은 지금도 신작들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시리즈도 아니고 99분짜리 애니메이션이 이처럼 뜨거운 화제성으로 계속 열풍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련되면서도 중독성 강한 삽입곡들 때문이다. ‘케데헌’의 OST 수록곡 7곡은 빌보드 ‘핫100’에 동시 진입했으며, 그 중 ‘사자 보이스’의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벌써 미국 유수의 매체들은 ‘케데헌’의 아카데미 후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주제가상은 물론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서도 거론될 만하다는 것이다.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제목만으로는 성인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지만, 누구든지 일단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이 힙한 애니메이션은 강한 인력으로 그들을 끌어당긴다. 먼저 루미, 조이, 미라로 구성된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의 매력이 눈부시다. 3인 3색의 캐릭터와 특기는 실존하는 걸그룹들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들의 무대 밖 일상은 그야말로 예측불가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부업, 시쳇말로 ‘부캐’를 퇴마사로 설정한 과감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칭찬할 수밖에 없다. 사인검, 곡도, 신칼 등 한국 전통 무기 및 무속 도구를 사용해 악귀를 물리치는 헌트릭스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은밀한 모습까지도 멋진 주인공들이다. 데몬 헌터스라는 점에서 여전사의 이미지를 장착하고 있는 이들은 무대에서도 진부한 귀여움이나 섹시함을 팔지 않는다. 대신 역동적 무대를 만들어내는 아이돌이자 직접 곡을 쓰는 아티스트로서 강렬한 카리스마와 진정성으로 팬덤을 양산해낸다.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흥미로운 지점은 헌트릭스가 실제 아이돌들보다 더 이상적인 모습을 전시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콘서트가 열리기 직전, 엄청난 칼로리가 필요하다며 탄수화물을 마구 섭취하는 헌트릭스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음식물을 극도로 자제하는 실제 아이돌들과 차이가 있다. 매니저를 동반하지 않은 팬들과의 소통이나 비공식적 외부 출입도 사실 극히 드물다. 헌트릭스는 스타이기에 감수해야 할 제약이나 고통에서 꽤 자유로워 보이며, 덕분에 보다 털털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루미가 멤버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 있다.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점은 그 캐릭터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하고 그를 응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케데헌’은 대중들의 판타지를 완벽히 충족시켜 주는 아이돌을 구현해낸 것이다. 악마의 피를 물려받은 자신을 부끄러워하던 루미는 점차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루미의 이런 변화가 주는 메시지는 헌트릭스의 ‘골든(Golden)’과 더불어 영화의 대미를 강렬하게 장식한다. 그래서 루미는 ‘겨울왕국’ 엘사의 환생과도 같은 캐릭터다. 문화권에 관계없이 이들의 이야기는 통할 수밖에 없다.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영화 자체도 우수하지만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케데헌’은 우리에게 특별하다.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투자한 ‘케데헌’은 해외 자본으로 한국문화를 널리 알린 작품이 되었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소품들과 한국 음식, 서울의 명소까지 말 그대로 ‘케데헌’은 ‘한국의 것’들로 가득차 있다. 헌트릭스는 등장할 때마다 김밥, 컵라면, 떡볶이, 순대 등 분식류는 물론이고 설렁탕과 호떡까지 맛있게 먹어치워 군침을 삼키게 만든다. 또한, 루미와 진우가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는 장소는 낙산공원이고, 청담대교 지하철에서는 헌트릭스와 악귀의 격투가 벌어지며, 북촌 한옥마을은 루미와 조이가 팬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영화 같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예능까지 세계를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잠재력에 대해 다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여전히 한류는 진행 중이다.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글 : 윤성은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 전주국제영화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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