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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통쾌하면 그뿐? 신혜선 ‘용감한 시민’…씁쓸함이 더 짙은 잔혹동화](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3/1025/202310250800013475_t.jpg)
영화 '용감한 시민' 스틸컷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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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귀 막고 ‘나는 바보다!’ 하고 살아”
악인을 향한 통쾌한 마지막 한 방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리지만, 지독한 현실의 부조리와 씁쓸함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불의를 못 본 척하며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안하무인인 고등학생 한수강(이준영 분)의 악행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동명의 인기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의 서사는 군더더기 없이 직선적이고, 모든 캐릭터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그 어떠한 이유도 없이 그저 재미를 위해 폭력과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절대 악과 이에 맞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이 펼치는 대결.
누구나 예상하듯 ‘정의의 실현’이라는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는 영화는 언뜻 관객에게 통쾌하고 유쾌한 감정을 선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 결말을 공표해 놓은 듯, 앞으로 돌진하는 선형적 구조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 흐름은 쾌감 보다는 되려 진부하게 느껴진다.
공권력이나 공교육 등이 아니고 ‘구원자’이자 ‘영웅’과 다름없는 한 명의 주인공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태도 역시 아쉽다. 영화는 정의로운 주인공 한 명을 정면에 내세우는 것 외에 문제에 대해 그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현실의 부조리를 그저 오락적으로만 활용한다.
특히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겪는 폭행과 괴롭힘의 과정을 불쾌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며, 마치 일종의 ‘폭력 포르노’처럼 피해자를 전시하는 듯한 연출은 관객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이러한 불쾌함을 감내하기에 영화는 서사의 당위와 캐릭터의 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대사를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반복하며 당신이라면 눈앞에 불의에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영화는 노골적으로 정의와 선을 추구한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 한 명에 의해 무소불위의 악당이 처단되는 낡디낡은 권선징악의 구조는 지독한 현실에 비하면 그저 잔혹한 동화처럼 느껴져 되려 텁텁한 쓴맛을 남긴다.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그간 정통 로맨스부터 로맨틱 코미디, 퓨전 사극과 스릴러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오가며 장르 불문 활약해 온 신혜선 씨는 이번에도 다시 한번 자신의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해 낸다. 그는 스스로 유연하게 완급조절을 하며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이별이 떠났다’, ‘D.P.’ ‘마스크걸’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악역 캐릭터를 선보였던 이준영 씨 또한 이번 작품에서 분노조절장애에 사이코패스와 다름없는 역할을 보기 좋게 소화했다. 비릿한 악 그 자체로 변한 그는 관객의 눈을 휘어잡으며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펼친다. 새로운 악역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영화 ‘용감한 시민’. 박진표 감독 연출. 신혜선, 이준영 출연.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2023년 10월 25일 극장 개봉.
YTN digital 김성현 (jamkim@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악인을 향한 통쾌한 마지막 한 방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리지만, 지독한 현실의 부조리와 씁쓸함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불의를 못 본 척하며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안하무인인 고등학생 한수강(이준영 분)의 악행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동명의 인기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의 서사는 군더더기 없이 직선적이고, 모든 캐릭터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그 어떠한 이유도 없이 그저 재미를 위해 폭력과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절대 악과 이에 맞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이 펼치는 대결.
누구나 예상하듯 ‘정의의 실현’이라는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는 영화는 언뜻 관객에게 통쾌하고 유쾌한 감정을 선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 결말을 공표해 놓은 듯, 앞으로 돌진하는 선형적 구조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 흐름은 쾌감 보다는 되려 진부하게 느껴진다.
공권력이나 공교육 등이 아니고 ‘구원자’이자 ‘영웅’과 다름없는 한 명의 주인공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태도 역시 아쉽다. 영화는 정의로운 주인공 한 명을 정면에 내세우는 것 외에 문제에 대해 그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현실의 부조리를 그저 오락적으로만 활용한다.
영화 '용감한 시민' 포스터 ⓒ마인드마크
특히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겪는 폭행과 괴롭힘의 과정을 불쾌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며, 마치 일종의 ‘폭력 포르노’처럼 피해자를 전시하는 듯한 연출은 관객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이러한 불쾌함을 감내하기에 영화는 서사의 당위와 캐릭터의 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대사를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반복하며 당신이라면 눈앞에 불의에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영화는 노골적으로 정의와 선을 추구한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 한 명에 의해 무소불위의 악당이 처단되는 낡디낡은 권선징악의 구조는 지독한 현실에 비하면 그저 잔혹한 동화처럼 느껴져 되려 텁텁한 쓴맛을 남긴다.
영화 '용감한 시민' 스틸컷 ⓒ마인드마크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그간 정통 로맨스부터 로맨틱 코미디, 퓨전 사극과 스릴러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오가며 장르 불문 활약해 온 신혜선 씨는 이번에도 다시 한번 자신의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해 낸다. 그는 스스로 유연하게 완급조절을 하며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이별이 떠났다’, ‘D.P.’ ‘마스크걸’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악역 캐릭터를 선보였던 이준영 씨 또한 이번 작품에서 분노조절장애에 사이코패스와 다름없는 역할을 보기 좋게 소화했다. 비릿한 악 그 자체로 변한 그는 관객의 눈을 휘어잡으며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펼친다. 새로운 악역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영화 ‘용감한 시민’. 박진표 감독 연출. 신혜선, 이준영 출연.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2023년 10월 25일 극장 개봉.
YTN digital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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