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 개봉 앞두고 제동...故 김기영 감독 유족, 상영금지 소송

영화 '거미집' 개봉 앞두고 제동...故 김기영 감독 유족, 상영금지 소송

2023.09.15. 오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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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 개봉 앞두고 제동...故 김기영 감독 유족, 상영금지 소송
영화 '거미집'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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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송강호 씨가 주연을 맡은 새 영화 '거미집'이 개봉을 앞두고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로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공개를 코 앞에 남겨둔 상황에서 개봉에 제동이 걸린 것은 고 김기영 감독의 유족이 '거미집'을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1960년 영화 '하녀' 등을 연출한 김기영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천재로 불린 연출가로 충무로의 전설로 불리는 이다. 고인의 유족은 '거미집' 속 주인공 김열 감독이 김기영 감독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고인의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최근 열린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첫 번째 심문 기일에서 "영화를 만든 김지운 감독조차도 과거 인터뷰에서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했다고 답한 바 있다"며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거미집'이 초청됐을 때만 해도 배역 이름이 지금의 '김 감독'이 아니라 '김기열'로 제작됐고 이름은 물론 안경을 낀 채 파이프를 물고 있는 외양까지도 김기영 감독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작사 측은 김기영 감독과 100% 동일하게 묘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쟁점을 흐리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는 김 감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인격권 침해가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거미집'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하지만 제작사 측은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니며 전기 영화도 아니다"고 맞섰다. "영화의 내용이 197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70년대 영화를 자연스럽게 오마주하게 됐고 김지운 감독 역시 이만희 감독의 '마의 계단',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 감독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 느낌이 풍겨날 뿐"이라며 "뿔테 안경과 더벅머리로 묘사되는 외양 역시 그 당시 영화감독님들의 일반적인 외양 묘사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영화 상영 전 '특정 인물과 관계가 없다'는 자막을 송출한다"며 "실제 김기영 감독은 서울대 의학과 학사이며 데뷔작부터 승승장구했다. 영화 속 김 감독은 그저 유명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묘사되는 것과 차이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작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김기영 감독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인으로서 유가족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거미집'에 묘사된 주인공은 시대를 막론하고 감독 혹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가질 모습을 투영한 허구의 캐릭터다"라며 "유가족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이후의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도 오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가처분 인용 결과의 파급을 고려해 양측에 한 차례 조정 기일 진행을 제안했다. 조정 기일은 오는 18일 오전 10시다.

'거미집'은 앞서 지난 5월 제76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고, 제70회 시드니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가 유족과 원만한 합의를 거쳐 무사히 개봉할 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YTN digital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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