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cm 금박에 그린 통일신라 '초정밀 화조도'

3cm 금박에 그린 통일신라 '초정밀 화조도'

2022.06.18. 오전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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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극도로 정교한 통일신라 시대의 초소형 금박유물이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얇은 금박에 한 쌍의 새와 꽃들이 새겨져 있는데, 현대 장비로도 만들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유물입니다.

김태현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종이처럼 얇게 편 작은 금박에 수없이 많은 가느다란 선으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고 현미경으로 봐야 비로소 멧비둘기로 추정되는 암수 한 쌍과 활짝 핀 꽃들인 '단화'가 식별됩니다.

어른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인 가로 3.6cm, 세로 1.2cm 크기의 평면으로 두께는 0.04mm에 불과합니다.

순금 0.3g을 썼고, 새겨진 선들의 굵기는 사람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0.05mm 이하입니다.

2016년 동궁과 월지 발굴조사 중에 출토된 8세기 통일신사 시대의 유물 '선각단화쌍조문금박'.

현대 장비로도 만들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유물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용운/ 국가무형문화재 조각장 보유자 : 그 시대에 현미경도 없는 시대에서 이것을 어떻게 쳤는지(만들었는지) 너무 과장된 얘기인지 몰라도 좀 불가사의할 정도의 작업이 아니었나….]

전문가들은 기본 도안을 구성한 뒤 드로잉을 하고 그 선에 맞춰 철필로 새겼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길상이나 금슬을 상징하는 새 한 쌍을 그린 '쌍조문' 도안은 서역의 영향을 받았지만, 신라인들은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송란 /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 천상의 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꽃 사이에 두 마리 새가 있어서 아마 신라 사람들이 천상의 세계를 상징하는 그런 문양으로 인식하게끔 도안화됐다고 생각합니다.]

[한정호 /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신라 회화적인 측면이 더 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금으로 만든 종이 위에 그린 신라의 회화다….]

출토 당시 금박 두 점이 심하게 구겨진 채 20m쯤 떨어져 있었는데, 보존처리 과정에서 원래 하나였음이 확인됐습니다.

유물의 정확한 용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기물에 부착됐던 장식물로 보이지만 신에게 바치는 유물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8세기 신라인들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금박유물은 10월 말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리는 ('3cm에 담긴 금빛 화조도') 특별전에서 볼 수 있습니다.

YTN 김태현입니다.



YTN 김태현 (kim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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