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된 그림의 맛' 정상화

'발효된 그림의 맛' 정상화

2021.05.30. 오전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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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림을 빨리 그리는 이우환 화백이 존경을 보내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림을 참 느리게 그리는 정상화 화백입니다.

코로나 사태 속 정 화백의 전시회를 본 김남조 시인은 '안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는데요.

어떤 그림일까요?

이승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 '정상화'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9월 26일까지

정상화 화백의 흰색은 그냥 흰색이 아닙니다.

온갖 노동에 바래진 어머니의 흰옷, 그리고 백자가 연상됩니다.

단지 그림만은 아닙니다.

격자의 골이 만들어낸 그림자 때문에 조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정상화 / 화가 : 그저 생긴 것이 아니고 모든 경험과 체념이 축적되고 누적이 돼서 발효돼야 한다. 그냥은 안돼. 그걸 발효시켜야 한다.]

화면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영상제작 : 미디어스코프

정 화백의 그림 한 점이 나오기까지에는 반년, 길게는 일 년이 걸립니다.

캔버스 위에 고령토를 수차례 덧칠합니다.

한복 치마의 주름을 만들 듯 접거나 그어 균열을 만듭니다.

정 화백은 이걸 혈관에 비유합니다.

그런 뒤 고령토를 뜯어내고 물감으로 메우는 단조롭고 수고로운 작업을 반복합니다.

[정상화 / 화가 : 끈기, 인내, 이것이 매우 중요해. 다들 하고 있는 건 소용없다는 거야. 안 하는 것을 해야 가치, 존재가 (남는다).]

1970년대 초반부터 단색조 추상화를 그린 선두 주자지만 일본과 프랑스에서 20여 년 작업에 몰두한 탓에 국내에서는 늦게 빛을 발했습니다.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 국내 경매시장에서 박서보 화백과 함께 낙찰총액이 가장 많이 상승한 작가입니다.

[김형미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정상화 작가의 작품 세계는 한국적 추상의 자발적 시점 그 전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정 화백의 나이 아흔을 앞두고 열린 전시회,

한국적 정신성을 채워 넣은 70년 수행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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