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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재윤 앵커, 이승민 앵커
■ 출연 : 정민아 영화평론가·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배우 윤여정 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재치 있는 소상수감은 물론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배우가 걸어온 길도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연기 인생 55년, 일흔넷에 전성기를 맞은 윤여정 씨의 다음 여정은 어떨까요?
영화평론가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윤여정 씨의 오스카 수상 직후 여러 찬사가 쏟아졌는데요. 아카데미가 윤여정 씨를 택한 이유, 어디 있다고 봐야 할까요?
[정민아]
일단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셨죠. 많은 분들이 보셨을 텐데 마지막 장면에 불이 나고 걸어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모든 걸 내려놓은 그 표정, 그것은 정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대급 연기인 것 같습니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올 정도인데요. 그 영화가 굉장히 서정적이고 관조적이고 성찰적인 측면이 강해요. 그래서 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인물들의 고요함 속에서 진심이 우러나는 드라마를 갖고 있는데 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바로 윤여정 배우가 하셨던 할머니 역할이죠. 그 손자 역할로 나왔던 앨렌 킴도 그런 역할을 굉장히 잘했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보면 밋밋해질 수 있는 전체적인 톤 속에 굉장히 입체적인 그림을 만들어내고 영화를 전체적으로 주도를 한 연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기가 혼자 튀는 게 아니고 굉장히 하모니를 이루면서 단단하게 끝까지 호흡을 끌고 가거든요. 굉장히 뛰어난 연기였기 때문에 그 점이 큰 어필이 된 것 같고요.
그다음에 그동안 백인 중심의 영화 수상 관행을 어느 정도 깨트리고자 하는 아카데미 측의 어떤 생각 전환의 결실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앵커]
어제 수상소감으로 한국 배우에게 후한 것 같다고 에둘러서 얘기를 하기는 했습니다마는 워낙 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연기력이었는데요. 이 상을 받음으로 인해서 우리 한국 영화사에도 상당한 기록을 남기게 되지 않았습니까?
[정민아]
일단 배우로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건 첫 번째고요, 남녀 통틀어서. 그전에 칸이나 베니스나 베를린에서 여배우들이 수상을 했죠. 그런 것들은 세계 예술영화계의 인증이라고 본다면 오스카 같은 경우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잖아요.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고 그런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고 지난해 기생충이 정말 앞으로 그런 기록이 있을지 모를 정도의 굉장한 대기록을 남겼는데요.
그것은 감독의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영화가 인정을 받았다면 이제는 더 넓혀서 배우와 그다음에 여타 스태프까지 어느 정도 수위에 올라왔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지금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으로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마는 사실 미나리가 이것 외에도 좀 더 상을 받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어요. 모두 6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었죠?
[정민아]
감독상과 각본상 같은 경우에도,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에 다 올랐기 때문에 그 부분도 기대를 하게 됐는데요. 감독상을 탄 노매드 랜드나 그다음에 각본상, 각색상을 수상한 더파더와 프로미싱 영 우먼 같은 경우에 보면 미나리가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는데요.
그 이유는 다른 감독상이나 각색상,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 언어적인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미나리는 그런 측면에서는 굉장히 이야기가 주는 진심이나 감동은 굉장히 크지만 영화 스타일적인 면에서 새로운 도전, 이런 것들은 조금은 더 보강했어야 되지 않나, 그런 점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 하더라도 수상은 불발됐습니다마는 그래도 스티븐 연 같은 경우도 아시아계로서는 이 후보에 오른 것도 사실 처음이고 미나리가 글쎄요, 내용적인 면에서는 영화계의 어떤 도전정신이나 이런 걸 다룰 수 있겠지만 우리로서는 사실 이 미나리가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이었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민아]
당연합니다. 언제 우리가 오스카를 탔었다고? 노미네이트 되는 것 자체만 해도 굉장히 큰 우리의 기쁜 성취인데. 작년에 기생충이 워낙 좋은 성과를 보다 보니 그 수상이 기대치가 높아졌었는데 이것만 해도 너무너무 큰 성과고 특히나 한국 내에서 제작된 영화가 아니고 한국 밖에서도 굉장히 많은 한국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했거든요. 그동안 많은 재미교포들이 영화를 만들고 그다음에 배우로 활동을 했지만 이런 성취를 보여준 작품들은 없었죠.
[앵커]
그런데 또 화제가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제 윤여정 씨가 시상식에서 어떤 얘기를 꺼낼지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오스카 수상이라는 영광의 순간에서 배우가 남긴 이야기가 어록으로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말들을 많이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배우이기 때문에 시상식장에서 떨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여유가 있는 모습이에요.
지금 인터뷰 내용 가운데 최고 말고 최중, 같이 살면 안 되겠느냐, 그런 얘기도 했었는데 이런 것들이 지금 시청자나 영화 팬들에게 많이 어필하는 단어가 되고 있죠? [정민아] 굉장한 지성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유머는 지성과 여유로움에서 나오잖아요. 저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건 100% 확신을 했습니다. 맡겨놓은 상을 찾아가는 이런 대관식을 알아서 찾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수상소감을 얘기할 때는 저도 너무 많이 떨렸거든요.
너무나 중요한 자리고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그걸 외워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정말 그 모든 우리의 기우를 떨쳐버릴 정도로 한방 먹인 거죠. 그리고 많은 외신들도 최고의 수상소감이라고 칭송을 하고 있잖아요.
저는 이분이 가지고 있는 여유와 유머감각뿐만 아니라 굉장히 삶 자체가 모던하고 세련하면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적절히 자신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굉장히 겸손한 측면들. 그다음에 이름을 외국인들이 한국 이름을 아무렇게나 부르는 것들도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불만이었는데 제기를 못했던 거잖아요.
이런 자리에서 크게 제기를 한다는 점. 그다음에 또 본인은 일하는 여성이라는 점을 굉장히 강조하거든요. 아들들이 일하러 계속 나가라고 했고 내가 열심히 일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노동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정말 멋진 분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실 우리가 그동안에 국내에서도 시상식을 많이 봤지만 어떻게 보면 천편일률적인 그런 소감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시상식마다마다 어떤 시상식의 분위기라든지 색깔이라든지 이런 거에 맞는 그만의 수상소감을 골라서 순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능력인 것 같아요.
[정민아]
그렇죠. 어록을 만들어내려고 일부러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오스카를 타기 위해서 일부러 연기는 못하듯이 열심히 이 자리까지 왔더니 상도 받고 그다음에 어느 장소에 가서나 굉장히 여유만만하면서 자신의 프라이드를 놓치지 않고 겸손한 그 태도가 바로 유머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신에서는 수상소감 상을 준다면 당연히 윤여정 씨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 또 내년에 아카데미상 사회자는 윤여정 씨로 해야 된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정민아]
그랬으면 좋겠네요. 진짜 한국 여성, 그리고 노인 여성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혜를 정말 잘 보여줬고요. 노인도 꼰대가 아니고 굉장히 세련되면서 새로운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줬습니다.
[앵커]
사실 윤여정 씨가 이렇게 관심을 받고 또 상도 받고 했습니다마는 윤여정 씨 개인의 인생을 돌아본다면 사실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았잖아요.
[정민아]
일단 우리가 배우라고 생각하는 자질들이 있잖아요. 미모를 갖추거나 몸이 굉장히 뛰어나다거나 아니면 목소리가 좋다거나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되는데 사실은 윤여정 배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형적으로 배우가 갖춰야 될 모습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특히 활동했던 시기가 문희 씨나 윤정희 씨나 미모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다음에 배우의 신비로움, 이런 것들을 강조를 했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특이하게 그런 핸디캡들을 벗어던지고 생활연기를 굉장히 잘하셨고. 본인도 저는 기자회견에서 감동적이었던 점이 나는 열등감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잖아요.
아무것도 갖춰진 것이 없기 때문에 연습밖에 없었다는 점. 그런데 그 열등감이 진짜 열등감이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긍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본받아야 될 점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연극계에서, 영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말이죠. 참 힘든 과정이 많았어요. 특히 결혼 후에 13년 동안 영화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었는데 그 이후에 다시 영화배우로서 활동을 하면서 이때 상당히 어려운 굴곡이 많았었죠? [정민아] 그렇죠. 처음에 장희빈이나 굉장히 유명한 배우였다가 한참 뒤에 사라져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엑스트라부터 시작하셨다고 하잖아요.
본인도 나는 생계형 배우다, 먹고살기 위해서 했다라고 얘기하는데 그러면서 온갖 시골 여자라든지 억척 아줌마라든지 이런 역할들을 많이 했는데 저는 윤여정 배우의 어떤 출발부터도 굉장히 휼륭했지만 새로운 전기는 바람난 가족에 캐스팅 됐다는 점이거든요.
그건 우리가 생각했던 노인 여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다 뒤집은 건데 시한부 남편을 두고도 바람을 피우는 여성 역할을 했는데 그 어떤 여배우도 그걸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 어떤 과감한 도전 정신, 이게 지금의 모습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형화되지 않고 어떤 틀에 갇히지 않은 모습들이 지금의 윤여정 씨를 만들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미나리처럼 버티고 버틴 끝에 얻은 연기 인생 55년이 드라마이자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여정 씨는 수상 소감에서 당시 절실했던 순간들을 회고하기도 했는데요.
배우 윤여정 씨, 연기 철학 어떤 얘기를 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열등의식, 그리고 생계형 배우. 이런 얘기들을, 단어들을 본인이 스스로 자기 입에서 내뱉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그게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어떻게 보면 본인이 또 연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확고했기 때문에 지금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정민아]
그 힘은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여배우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신비로운 아우라를 갖춰야지 그때 팬들도 따라오고 하는데요. 사실 윤여정 씨는 처음에 한국에 와서 맡았던 역할들이 거의 어머니 역할. 사랑이 뭐길래나 목욕탕집 남자들, 이런 역할들을 해 왔잖아요.
전형적인 어떻게 보면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그 탤런트들의 길을 따라갔는데. 영화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역할들을 많이 받아들였어요. 사실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도 있는파격, 욕 먹는 역할인데 그런 점들을 재미있게 대했다는 점이 정말 놀랍습니다.
[앵커]
수상소감에서 영화 데뷔작이죠. 화녀에서 만난 고 김기영 감독을 술회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해외에서는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김기영의 팬이라고는 하는데 외국의 감독들에게 그렇게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은 아니죠?
[정민아]
그렇죠. 널리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주 영화를 꼼꼼하게 매니아적으로 보는 많은 팬층들을 세계에 거느리고 있는데 특히 스코세이지나 코폴라 감독이 아주 김기영 감독을 존경하는 자기의 코멘트들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이 수상소감에서도 제일 감동적인 부분이 바로 바로 김기영 감독을 언급했다는 겁니다. 작년에 칸에서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이 수상했을 때 한국에도 좋은 감독이 많다.
나는 그 감독들의 연결점,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러면서 김기영 감독의 화녀 이야기를 했는데 똑같이 윤여정 배우도 첫 작품이 김기영 감독 작품이었다는 자신의 자랑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자신의 수상이 단지 자신의 단독자로서의 모습이 아니고 한국 영화 100년 역사의 유산 속에서 나왔다는 점을 정말 꼬집고 있는 좋은 언급이었다고 봅니다.
[앵커]
그리고 어떻게 보면 화녀를 통해서 윤여정 씨가 배우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그런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본인의 인생사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해요.
[정민아]
그렇죠. 어렸을 때는 그 의미를 몰랐다고 하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얼마나 그게 훌륭한 영화였고 훌륭한 감독이었는지 깨달았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김기영 감독에게 사랑을 받은 배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정말 제대로 배우를 보셨고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미나리가 상도 받았고 그리고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고는 있는데 그런데 국내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별로 그렇게 관객들은 많이 들지 않고 있어요. 아쉬운 부분인 것 같은데요.
[정민아]
이 영화가 아직 100만이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100만이라는 숫자는 독립영화로서는 굉장히 큰 성취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유명한 영화치고는 관객이 예상보다 많지 않은데, 팬데믹 상황이라는 걸 고려하더라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우리가 기존에 상업영화나 주류영화, 장르 영화를 보는 시선하고는 다른 감상법을 요구하거든요. 굉장히 인디 정신, 그다음에 삶에 훨씬 밀착돼 있고 그다음에 작품상을 수상한 노마드랜드도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 인물이 어떤 화려한 세트 속에서 연기한다는 느낌이 아니고 그냥 삶 그 자체를 떠올린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영화를 감상하거나 영화를 어떻게 보면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를 이 작품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특히 영화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굉장히 리얼리즘적인 색채에서 신비로움을 또 주면서 우리에게 큰 에너지와 울림을 주는데 이 영화는 극장에 많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앵커]
추천을 적극 해 드리고 싶지만 이게 영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안 보신 분들에게는 영화 내용을 자제하면서 저희가 추천을 드리고 있는데. 그런데 미나리 영화 수상, 여우조연상입니다마는 어쨌든 미나리라는 영화를 통해서 우리 한국 영화계에서도 상당히 앞으로 미래를 밝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부분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정민아]
기생충 전후로, 그다음에 그 이전에도 많은 감독들이 좋은 역할들을 했고 활동을 했지만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더더군다나 한국 영화라는 것이 로컬의 영화가 아니고 글로벌한 콘텐츠로 지금 거듭나고 있잖아요. 그 점에서는 이 상황이 오히려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 스며드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한국 영화는 우리끼리 보는 영화가 아니고 전 세계인의 공통된 작품이라는 것을 우리가 항상 깨달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 계기고. 그다음에 우리가 한반도 내에서 만들어진 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정신, 한국의 문화, 한국의 습성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는 점, 이 점을 확실하게 이해를 시킨 것 같습니다.
[앵커]
윤여정 씨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지금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앞으로 윤여정 씨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요?
[정민아]
그 말씀도 너무 멋졌습니다. 최고의 순간이라고 칭송을 하면 그러면 내려갈 길만 남았나? 이렇게 아쉬울 수 있는데 더 보여줄 게 있는 배우죠. 그래서 앞으로 TV 드라마도 열심히 하시겠지만 아마도 영화를 애정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시지 않을까. 그러면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좋은 배역과 연기를 보여주실 것 같고. 저는 이 성취가 윤여정 배우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이후에 많은 젊은 배우들, 그다음에 젊은 영화인들에게까지 정말 좋은 유산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앵커]
연기력은 물론이고 솔직함과 유쾌함으로 많은 세대를 넘나들면서 소통을 하고 있는 배우 윤여정 씨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영화평론가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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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정민아 영화평론가·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배우 윤여정 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재치 있는 소상수감은 물론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배우가 걸어온 길도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연기 인생 55년, 일흔넷에 전성기를 맞은 윤여정 씨의 다음 여정은 어떨까요?
영화평론가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윤여정 씨의 오스카 수상 직후 여러 찬사가 쏟아졌는데요. 아카데미가 윤여정 씨를 택한 이유, 어디 있다고 봐야 할까요?
[정민아]
일단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셨죠. 많은 분들이 보셨을 텐데 마지막 장면에 불이 나고 걸어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모든 걸 내려놓은 그 표정, 그것은 정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대급 연기인 것 같습니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올 정도인데요. 그 영화가 굉장히 서정적이고 관조적이고 성찰적인 측면이 강해요. 그래서 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인물들의 고요함 속에서 진심이 우러나는 드라마를 갖고 있는데 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바로 윤여정 배우가 하셨던 할머니 역할이죠. 그 손자 역할로 나왔던 앨렌 킴도 그런 역할을 굉장히 잘했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보면 밋밋해질 수 있는 전체적인 톤 속에 굉장히 입체적인 그림을 만들어내고 영화를 전체적으로 주도를 한 연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기가 혼자 튀는 게 아니고 굉장히 하모니를 이루면서 단단하게 끝까지 호흡을 끌고 가거든요. 굉장히 뛰어난 연기였기 때문에 그 점이 큰 어필이 된 것 같고요.
그다음에 그동안 백인 중심의 영화 수상 관행을 어느 정도 깨트리고자 하는 아카데미 측의 어떤 생각 전환의 결실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앵커]
어제 수상소감으로 한국 배우에게 후한 것 같다고 에둘러서 얘기를 하기는 했습니다마는 워낙 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연기력이었는데요. 이 상을 받음으로 인해서 우리 한국 영화사에도 상당한 기록을 남기게 되지 않았습니까?
[정민아]
일단 배우로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건 첫 번째고요, 남녀 통틀어서. 그전에 칸이나 베니스나 베를린에서 여배우들이 수상을 했죠. 그런 것들은 세계 예술영화계의 인증이라고 본다면 오스카 같은 경우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잖아요.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고 그런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고 지난해 기생충이 정말 앞으로 그런 기록이 있을지 모를 정도의 굉장한 대기록을 남겼는데요.
그것은 감독의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영화가 인정을 받았다면 이제는 더 넓혀서 배우와 그다음에 여타 스태프까지 어느 정도 수위에 올라왔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지금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으로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마는 사실 미나리가 이것 외에도 좀 더 상을 받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어요. 모두 6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었죠?
[정민아]
감독상과 각본상 같은 경우에도,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에 다 올랐기 때문에 그 부분도 기대를 하게 됐는데요. 감독상을 탄 노매드 랜드나 그다음에 각본상, 각색상을 수상한 더파더와 프로미싱 영 우먼 같은 경우에 보면 미나리가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는데요.
그 이유는 다른 감독상이나 각색상,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 언어적인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미나리는 그런 측면에서는 굉장히 이야기가 주는 진심이나 감동은 굉장히 크지만 영화 스타일적인 면에서 새로운 도전, 이런 것들은 조금은 더 보강했어야 되지 않나, 그런 점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 하더라도 수상은 불발됐습니다마는 그래도 스티븐 연 같은 경우도 아시아계로서는 이 후보에 오른 것도 사실 처음이고 미나리가 글쎄요, 내용적인 면에서는 영화계의 어떤 도전정신이나 이런 걸 다룰 수 있겠지만 우리로서는 사실 이 미나리가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이었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민아]
당연합니다. 언제 우리가 오스카를 탔었다고? 노미네이트 되는 것 자체만 해도 굉장히 큰 우리의 기쁜 성취인데. 작년에 기생충이 워낙 좋은 성과를 보다 보니 그 수상이 기대치가 높아졌었는데 이것만 해도 너무너무 큰 성과고 특히나 한국 내에서 제작된 영화가 아니고 한국 밖에서도 굉장히 많은 한국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했거든요. 그동안 많은 재미교포들이 영화를 만들고 그다음에 배우로 활동을 했지만 이런 성취를 보여준 작품들은 없었죠.
[앵커]
그런데 또 화제가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제 윤여정 씨가 시상식에서 어떤 얘기를 꺼낼지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오스카 수상이라는 영광의 순간에서 배우가 남긴 이야기가 어록으로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말들을 많이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배우이기 때문에 시상식장에서 떨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여유가 있는 모습이에요.
지금 인터뷰 내용 가운데 최고 말고 최중, 같이 살면 안 되겠느냐, 그런 얘기도 했었는데 이런 것들이 지금 시청자나 영화 팬들에게 많이 어필하는 단어가 되고 있죠? [정민아] 굉장한 지성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유머는 지성과 여유로움에서 나오잖아요. 저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건 100% 확신을 했습니다. 맡겨놓은 상을 찾아가는 이런 대관식을 알아서 찾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수상소감을 얘기할 때는 저도 너무 많이 떨렸거든요.
너무나 중요한 자리고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그걸 외워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정말 그 모든 우리의 기우를 떨쳐버릴 정도로 한방 먹인 거죠. 그리고 많은 외신들도 최고의 수상소감이라고 칭송을 하고 있잖아요.
저는 이분이 가지고 있는 여유와 유머감각뿐만 아니라 굉장히 삶 자체가 모던하고 세련하면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적절히 자신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굉장히 겸손한 측면들. 그다음에 이름을 외국인들이 한국 이름을 아무렇게나 부르는 것들도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불만이었는데 제기를 못했던 거잖아요.
이런 자리에서 크게 제기를 한다는 점. 그다음에 또 본인은 일하는 여성이라는 점을 굉장히 강조하거든요. 아들들이 일하러 계속 나가라고 했고 내가 열심히 일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노동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정말 멋진 분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실 우리가 그동안에 국내에서도 시상식을 많이 봤지만 어떻게 보면 천편일률적인 그런 소감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시상식마다마다 어떤 시상식의 분위기라든지 색깔이라든지 이런 거에 맞는 그만의 수상소감을 골라서 순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능력인 것 같아요.
[정민아]
그렇죠. 어록을 만들어내려고 일부러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오스카를 타기 위해서 일부러 연기는 못하듯이 열심히 이 자리까지 왔더니 상도 받고 그다음에 어느 장소에 가서나 굉장히 여유만만하면서 자신의 프라이드를 놓치지 않고 겸손한 그 태도가 바로 유머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신에서는 수상소감 상을 준다면 당연히 윤여정 씨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 또 내년에 아카데미상 사회자는 윤여정 씨로 해야 된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정민아]
그랬으면 좋겠네요. 진짜 한국 여성, 그리고 노인 여성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혜를 정말 잘 보여줬고요. 노인도 꼰대가 아니고 굉장히 세련되면서 새로운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줬습니다.
[앵커]
사실 윤여정 씨가 이렇게 관심을 받고 또 상도 받고 했습니다마는 윤여정 씨 개인의 인생을 돌아본다면 사실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았잖아요.
[정민아]
일단 우리가 배우라고 생각하는 자질들이 있잖아요. 미모를 갖추거나 몸이 굉장히 뛰어나다거나 아니면 목소리가 좋다거나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되는데 사실은 윤여정 배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형적으로 배우가 갖춰야 될 모습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특히 활동했던 시기가 문희 씨나 윤정희 씨나 미모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다음에 배우의 신비로움, 이런 것들을 강조를 했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특이하게 그런 핸디캡들을 벗어던지고 생활연기를 굉장히 잘하셨고. 본인도 저는 기자회견에서 감동적이었던 점이 나는 열등감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잖아요.
아무것도 갖춰진 것이 없기 때문에 연습밖에 없었다는 점. 그런데 그 열등감이 진짜 열등감이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긍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본받아야 될 점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연극계에서, 영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말이죠. 참 힘든 과정이 많았어요. 특히 결혼 후에 13년 동안 영화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었는데 그 이후에 다시 영화배우로서 활동을 하면서 이때 상당히 어려운 굴곡이 많았었죠? [정민아] 그렇죠. 처음에 장희빈이나 굉장히 유명한 배우였다가 한참 뒤에 사라져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엑스트라부터 시작하셨다고 하잖아요.
본인도 나는 생계형 배우다, 먹고살기 위해서 했다라고 얘기하는데 그러면서 온갖 시골 여자라든지 억척 아줌마라든지 이런 역할들을 많이 했는데 저는 윤여정 배우의 어떤 출발부터도 굉장히 휼륭했지만 새로운 전기는 바람난 가족에 캐스팅 됐다는 점이거든요.
그건 우리가 생각했던 노인 여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다 뒤집은 건데 시한부 남편을 두고도 바람을 피우는 여성 역할을 했는데 그 어떤 여배우도 그걸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 어떤 과감한 도전 정신, 이게 지금의 모습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형화되지 않고 어떤 틀에 갇히지 않은 모습들이 지금의 윤여정 씨를 만들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미나리처럼 버티고 버틴 끝에 얻은 연기 인생 55년이 드라마이자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여정 씨는 수상 소감에서 당시 절실했던 순간들을 회고하기도 했는데요.
배우 윤여정 씨, 연기 철학 어떤 얘기를 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열등의식, 그리고 생계형 배우. 이런 얘기들을, 단어들을 본인이 스스로 자기 입에서 내뱉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그게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어떻게 보면 본인이 또 연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확고했기 때문에 지금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정민아]
그 힘은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여배우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신비로운 아우라를 갖춰야지 그때 팬들도 따라오고 하는데요. 사실 윤여정 씨는 처음에 한국에 와서 맡았던 역할들이 거의 어머니 역할. 사랑이 뭐길래나 목욕탕집 남자들, 이런 역할들을 해 왔잖아요.
전형적인 어떻게 보면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그 탤런트들의 길을 따라갔는데. 영화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역할들을 많이 받아들였어요. 사실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도 있는파격, 욕 먹는 역할인데 그런 점들을 재미있게 대했다는 점이 정말 놀랍습니다.
[앵커]
수상소감에서 영화 데뷔작이죠. 화녀에서 만난 고 김기영 감독을 술회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해외에서는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김기영의 팬이라고는 하는데 외국의 감독들에게 그렇게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은 아니죠?
[정민아]
그렇죠. 널리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주 영화를 꼼꼼하게 매니아적으로 보는 많은 팬층들을 세계에 거느리고 있는데 특히 스코세이지나 코폴라 감독이 아주 김기영 감독을 존경하는 자기의 코멘트들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이 수상소감에서도 제일 감동적인 부분이 바로 바로 김기영 감독을 언급했다는 겁니다. 작년에 칸에서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이 수상했을 때 한국에도 좋은 감독이 많다.
나는 그 감독들의 연결점,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러면서 김기영 감독의 화녀 이야기를 했는데 똑같이 윤여정 배우도 첫 작품이 김기영 감독 작품이었다는 자신의 자랑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자신의 수상이 단지 자신의 단독자로서의 모습이 아니고 한국 영화 100년 역사의 유산 속에서 나왔다는 점을 정말 꼬집고 있는 좋은 언급이었다고 봅니다.
[앵커]
그리고 어떻게 보면 화녀를 통해서 윤여정 씨가 배우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그런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본인의 인생사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해요.
[정민아]
그렇죠. 어렸을 때는 그 의미를 몰랐다고 하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얼마나 그게 훌륭한 영화였고 훌륭한 감독이었는지 깨달았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김기영 감독에게 사랑을 받은 배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정말 제대로 배우를 보셨고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미나리가 상도 받았고 그리고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고는 있는데 그런데 국내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별로 그렇게 관객들은 많이 들지 않고 있어요. 아쉬운 부분인 것 같은데요.
[정민아]
이 영화가 아직 100만이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100만이라는 숫자는 독립영화로서는 굉장히 큰 성취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유명한 영화치고는 관객이 예상보다 많지 않은데, 팬데믹 상황이라는 걸 고려하더라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우리가 기존에 상업영화나 주류영화, 장르 영화를 보는 시선하고는 다른 감상법을 요구하거든요. 굉장히 인디 정신, 그다음에 삶에 훨씬 밀착돼 있고 그다음에 작품상을 수상한 노마드랜드도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 인물이 어떤 화려한 세트 속에서 연기한다는 느낌이 아니고 그냥 삶 그 자체를 떠올린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영화를 감상하거나 영화를 어떻게 보면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를 이 작품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특히 영화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굉장히 리얼리즘적인 색채에서 신비로움을 또 주면서 우리에게 큰 에너지와 울림을 주는데 이 영화는 극장에 많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앵커]
추천을 적극 해 드리고 싶지만 이게 영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안 보신 분들에게는 영화 내용을 자제하면서 저희가 추천을 드리고 있는데. 그런데 미나리 영화 수상, 여우조연상입니다마는 어쨌든 미나리라는 영화를 통해서 우리 한국 영화계에서도 상당히 앞으로 미래를 밝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부분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정민아]
기생충 전후로, 그다음에 그 이전에도 많은 감독들이 좋은 역할들을 했고 활동을 했지만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더더군다나 한국 영화라는 것이 로컬의 영화가 아니고 글로벌한 콘텐츠로 지금 거듭나고 있잖아요. 그 점에서는 이 상황이 오히려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 스며드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한국 영화는 우리끼리 보는 영화가 아니고 전 세계인의 공통된 작품이라는 것을 우리가 항상 깨달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 계기고. 그다음에 우리가 한반도 내에서 만들어진 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정신, 한국의 문화, 한국의 습성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는 점, 이 점을 확실하게 이해를 시킨 것 같습니다.
[앵커]
윤여정 씨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지금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앞으로 윤여정 씨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요?
[정민아]
그 말씀도 너무 멋졌습니다. 최고의 순간이라고 칭송을 하면 그러면 내려갈 길만 남았나? 이렇게 아쉬울 수 있는데 더 보여줄 게 있는 배우죠. 그래서 앞으로 TV 드라마도 열심히 하시겠지만 아마도 영화를 애정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시지 않을까. 그러면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좋은 배역과 연기를 보여주실 것 같고. 저는 이 성취가 윤여정 배우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이후에 많은 젊은 배우들, 그다음에 젊은 영화인들에게까지 정말 좋은 유산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앵커]
연기력은 물론이고 솔직함과 유쾌함으로 많은 세대를 넘나들면서 소통을 하고 있는 배우 윤여정 씨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영화평론가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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