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남북 사이에 놓인 냉면은 김구 선생때 부터..."

황교익 "남북 사이에 놓인 냉면은 김구 선생때 부터..."

2020.06.17. 오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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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남북 사이에 놓인 냉면은 김구 선생때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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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10~19:00)
■ 방송일 : 2020년 6월 17일 (수요일)
■ 대담 :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강용주 아나파의원 원장(前 광주트라우마센터 센터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황교익"남북 사이에 놓인 냉면은 김구 선생때 부터..."

- 강용주"북한 옥류관 주방장 욕할 위치도 아냐"
- 냉면은 여름엔 정말 맛없는 음식, 겨울에 먹어야
- 함흥냉면은 냉면 이름 떼고 본래 이름 찾아야...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수요일 4부, 오늘은 <아나픈 대한민국> 시간입니다. 맛있는 한그릇에 담긴 건강한 세상, 건강한 문화 이야기를 맛보는 시간이죠.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아나파의원 강용주 원장, 어서 오십시오.

◆ 강용주 아나파의원 원장(이하 강용주)> 안녕하세요. 강용주입니다.

◑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 안녕하세요. 황교익입니다.

◇ 이동형> 두 분 ‘얼죽아’라는 뜻이 뭔지 아십니까?

◑ 황교익> 무슨 말이에요?

◆ 강용주>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 이동형> 정답입니다.

◆ 강용주> 우리 같은 사람은 얼죽아보다는 라떼죠. 라떼는 말이야. 라떼를 두고 마셔야죠.

◇ 이동형> 까무러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젊은 분들 많이 계신데. 대림동에 계시니까 주변 분들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차를 많이 찾더라고요. 차가운 물을, 거의 아이스는 안 찾는 거 같은데.

◆ 강용주> 그쪽이 북경부터 동북삼성 쪽은 물이 나빠서 물을 그대로 먹는 건 별로 안 좋기 때문에 항상 차를 먹는 거죠.

◇ 이동형> 따뜻하게 먹는 게 오래된 전통이네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리 더워도 따뜻한 차를 마신다.

◆ 강용주>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뜨죽아라고 그러죠. 뜨거워 죽어도 나는 따뜻한 걸 먹는다.

◇ 이동형> 말이 안 맞는데.

◆ 강용주> 쩌죽따도 있고, 쩌 죽어도 따뜻한 것만 먹는다, 이런 것도 있고.

◇ 이동형> 네네. 우리 음식은 대부분 다 따뜻하게 그것도 팔팔 끓여서 먹는 국, 탕, 찌개 이런 거잖아요.

◑ 황교익> 그렇죠. 따뜻하게 먹어야 뭔가 대접받았다 한 끼 제대로 먹었다 이렇게 생각하죠.

◇ 이동형> 그러다 입천장 다 데고.

◑ 황교익> 그렇죠.

◇ 이동형> 그런데 건강상으로는 팔팔 끓이고 하는 게 별로 좋지는 않다면서요?

◆ 강용주>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뜨거운 차를 많이 먹이니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식도암 발생율이 높은 거로 돼있거든요. 너무 뜨거운 것을 그렇게 먹으면 식도나 이런 데 자극이 가니까 적당한 게 좋죠.

◑ 황교익> 맛도 모르게 돼요. 온도가 한 80도 정도 올라가면 후후 불면서 먹는 정도로 올라가면 혀가 화상을 입는 정도인 마비가 돼서 미각세포가 마비되는 상태이거든요. 그래서 단지, 짠지, 매운지 느낌이 잘 안 나요. 그리고 너무 차가운 것도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이런 음식 같은 경우에도 혀의 미각 세포가 마비된다고 봐야 해요. 맛을 잘 못 느껴요. 그래서 진정한 미식가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런 거 잘 안 먹어요. 너무 뜨거운 거 잠깐 식었다가 먹고.

◇ 이동형> 우리는 그냥 팔팔 끓이는 거도 아니고 뚝배기에다가 그렇게 나오잖아요.

◆ 강용주> 어디 설렁탕집 가면 그렇게 펄펄 끓여서 주는 게 아니고 80도 정도에 맞춰서 주는 서울의 유명한 설렁탕집이 있어요.

◑ 황교익> 그렇게 해야 정상이에요.

◆ 강용주> 저는 처음에 어떻게 생각했냐면 뜨거우면 빨리 못 먹잖아요. 식을 때까지 있으니까 이 식당의 점유 시간이 많아지고 회전율이 느려지니까 이 사람이 식혀서 줬나? 그런데 그게 아니고 설렁탕을 그 온도라고 먹어야 가장 맛있다고 그 집에서 생각하나봐요.

◑ 황교익> 맞습니다.

◇ 이동형> 오늘 시작을 ‘얼죽아’로 시작한 이유는 오늘 이야기 할 음식이 냉면이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냉면의 계절이 다가왔죠. 그런데 사실 겨울에 냉면 먹어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 황교익> 여름만 되면 냉면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이야기하고 각종 언론사에서 전화가 와요. 냉면 한 번 엮으려고, 사실 냉면은 겨울 음식이거든요. 예전에 겨울에 먹던 음식이 여름 음식으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여름은 냉면이 맛없는 계절에 들어가요. 냉면에 들어간 구성요소들을 보면 먼저 메밀이죠. 메밀은 보통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거둬서 겨우내에 먹는 거죠. 그래서 여름에 들어오면 특히 장마 기간에 들어오면 메밀이 보관 상태를 잘하면 상관없지만 보관이 잘 안 되니까 맛이 떨어지기 시작해요. 메밀이 맛없어지고요. 보통 소국물을 쓰잖아요. 소도 여름 소, 겨울 소 맛이 달라요. 보통 겨울에 추울 때 소가 맛있다고 얘기하고요. 동치미 국물 쓰잖아요. 동치미는 겨울 무로 담아야 진짜 맛있는. 그리고 추울 때 담아야만 제대로 쨍한 맛이 나요. 여름에 무로 동치미를 담으면 빨리 익기는 하는데 맛이 겉돌아요. 이걸 두루두루 보자 그러면 여름 냉면은 사실 맛이 없는 거라고 봐야 해요.

◇ 이동형> 저 같은 경우에는 해장을 냉면으로 하거든요. 그런데 겨울에 해장하려고 보면 냉면집이 없어요

◑ 황교익> 냉면이 진짜 맛있을 때 겨울에는 냉면집에 장사가 안 되고 여름에 냉면이 맛 없을 때 사람들이 줄을 서고 하는 게 안타깝죠.

◆ 강용주> 겨울에 냉면을 먹을 수 있는 집들은 대개 면옥, 무슨 옥, 이런 집들이 사계절 냉면을 하는 집들이죠. 그런 집이 집 근처에 있으면 축복이죠.

◇ 이동형> 그런데 냉면 얘기 했습니다만 중국식 냉면도 있지 않습니까? 조금 다르죠?

◆ 강용주> 중국 냉면은 우리 냉면하고 다르게 그쪽 면은 우리 밀면 비슷하게 탄력 있는 면을 쓰죠. 탄력 있는데다가 고기육수에 면을 해서 땅콩도 들어가고.

◑ 황교익> 원래 그런 냉면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래요. 원래 냉방면이라고 해서 찬 비빔국수 정도의 음식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이게 찬물이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중국식 냉면이 발생한 지역이 홍콩이라는 설도 있고, 일본이라는 설도 있고, 일본에서는 한국일 것이라는 설도 있고 그래요. 지금 중국집에서 나오는 냉면은 최근래에 한 역사로 보자면 한 30-40년

◇ 이동형> 네. 그럼 다시 우리 냉면 이야기로 돌아가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냉면이 평화의 상징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됐습니다만.

◑ 황교익> 처먹었다고. 그 말이 있잖아요. 너무 가슴 아프더라고요.

◇ 이동형> 저는 냉면 주방장이 한 말을 우리 언론에서 그렇게 크게 다뤄줄 필요가 있을까 하고.

◑ 황교익> 사실 이게 주방장이 말한 거잖아요. 굉장히 요리사들의 세계에서 이 주방장은 퇴출되어야 할 정도예요. 원래 식당에 손님들이 오면 별별 손님들이 다 오잖아요. 그리고 유명인사도오고 이상한 손님들도 오고 그 손님들에 대해서 뒷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요리사가 갖춰야 할 예의에요.

◇ 이동형> 자기가 만든 음식 맛있게 먹어줬는데.

◆ 강용주> 그리고 그 사람이 옥류관에 있는 오수봉이라고 하는 주방장이잖아요. 옥류관은 냉면 전문점이 있고 요리 전문 식당이 있어요. 요리 전문 식당에 2층에서는 철갑상어 요리를 하고 1층에서는 자라 요리를 하거든요. 오수봉이라는 사람은 요리 전문 식당의 자라 전문 주방장이에요.

◑ 황교익> 냉면 전문가도 아니네.

◇ 이동형> 어쨌든 평화의 상징이 이제는 남북 관계가 좀 어지럽기 때문에 이렇게 뙜는데 황교익 선생이 판문점 정상회담 만찬 기획했다고 알려졌는데.

◑ 황교익> 제가 그 만찬 메뉴를 짰어요. 갑자기 청와대에서 연락이 와서 남북이 판문점에서 만날 건데 우리가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음식 기획은 굉장히 골치가 아파요. 평화, 통일, 이런 것을 상징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으라는데 어떻게 그런 음식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게 사실 힘들거든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 판문점 회당에 남북 정상이 모이는 일이 단순하게 어쩌다가 열린 일이 아니라 긴 역사와 흐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벌써 20주년 됐네요.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북한과의 교류에 첫 머리에 올리는 사람이 정주영 회장이에요. 소 떼 몰고 북으로 갔었죠. 그때 소 떼들이 서산 농장에서 키우는 소들이었는데 서산 농장이 아직 있습니다. 그래서 서산 농장에서 소고기 가져오고 북한에 처음 갔던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에 가서 민어 가져오고, 해삼 가져오고, 노무현 대통령도 갔었잖아요. 봉화 마을에 가서 쌀 가져오고, 남북의 공이 다 위대한 예술가로 대접하고 있는 분이 한 분 계세요. 윤일상 선생 있죠. 윤일상 선생의 고향인 통영에 가서 문어 가져오고 이런 식으로 해서 꾸미는데. 남북통일에 대한 생각을 우리 마음속에 담게 만든 분이 김구 선생님이거든요. 분단이 고착화될 거 같으니까 그 때는 3.8선을 넘어서 김일성과 담판을 지으러 올라갔었죠. 그 때 김구 선생이 평양에 머물면서 밤에 몰래 나가서 냉면을 드신 게 있었어요. 냉면을 드시면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50년 만에 평양을 가신 거예요. 그때. 50년 만에 냉면을 먹는데 그 맛이 똑같다. 그러면서 그날 안마시던 술을 많이 드셨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래서 냉면을 내고 싶은데 북한의 대표 음식, 북한을 상징하던 음식이잖아요. 그거를 우리가 가져갈 수는 없어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북에다가 그 옥류관 냉면 좀 가져오면 어떻겠느냐 해서 그 냉면이 오게 된 거죠. 사실 그 때 차려진 만찬은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힘쓰셨던 여러분들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으로 차려진 것이고 냉면은 사실 김구 선생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 그게 있었다. 북쪽에서 알지 모를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하여간 김구 선생님의 냉면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냉면을 북한 얘기도 하면서 했는데 평양냉면이 유명하고 또 함흥냉면이 유명하고 우리는 또 진주냉면이 유명하고 예전에 해주냉면이 유명하고 했는데, 우리 원장님은 방금 제가 얘기했던 몇 가지 냉면 중 어떤 냉면을 가장 좋아합니까.

◆ 강용주> 저는 냉면은 다 그 지역 냉면마다 맛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양평가다 보면 옥천 냉면을 하고 있고 그러는데 제가 제일 즐겨먹는 것은 평양냉면이죠. 평양냉면 중에서도 가장 즐겨먹는 곳은 염리동에 있는. 왜 좋아하냐면 그 집은 면이 굵고 쫄깃하고 씹는 식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데 또 좋아하는 것은 그 집에서 예전에 전대 사장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죠. 1번 육수, 2번 면발, 그 집의 육수는 돼지고기 육수도 아니고 그냥 소고기 육수도 아니고 육수 중에 맑은 맛이 나요. 깔끔한 맛이. 해산물을 섞지 않았나. 그런 육수 맛이어서 좋고. 그다음에 더 좋은 건 그 가게를 처음 들어가면 1인석이 있어요. 그 1인석은 동네 사람이나 누구나 와서 문 앞이 불편하잖아요. 50% 절반 값만 내고 앉아서 먹는 거예요. 그리고 시키면, 저기 양 많이 주세요, 하고 시키면 곱빼기라서 돈 더 받잖아요. 그 집은 안 받아요. 그래서 식감이 좋기도 하고 그런 푸짐한 걸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거. 그래서 그 집 냉면을 좋아하죠.

◇ 이동형> 그러면 어쨌든 원장님은 평양 쪽. 칼럼니스트님은?

◑ 황교익> 함흥냉면은 사실 냉면이라고 분류하면 안 돼요. 냉면에 괜히 껴있는데. 원래 냉면이라는 것은 메밀면으로 하는 국수거든요. 원래 우리 땅이 밀농사를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가루 음식을 만들어 먹기 위해서 메밀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었어요. 그리고 재배 기간이 90일 정도로 짧고 해서 여름에 장마 태풍 불고 하면 구황작물로 빨리 심어서 거둘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메밀로 면을 내리면 글루텐이 없어서 뜨거운 물을 부으면 풀어져버려요. 그래서 찬물을 부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메밀국수는 다 차게 해서 먹을 수밖에 없어서 냉면이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런데 이 함흥냉면은 원래는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진 거거든요.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진 것을 냉면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는 거죠. 북한에서는 녹말 국수, 이렇게 부르거든요. 그래서 계통이 전혀 달라요. 평양 냉면과 같은 계통에 있는 냉면은 막국수죠. 강원도 지역의 막국수가 냉면과 같은 거라고 봐야 하고요. 우리는 평양냉면 이야기하면 막국수와 같이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함흥냉면은 원래 이름대로 냉면이 아니라 녹말국수로 돌려줘야 하고요.

◇ 이동형> 부산의 밀면은 어떻습니까?

◑ 황교익> 그것도 계통이 메밀면을 내리는 기계로 누르는 기계, 국수틀로 내리기는 하지만 계통은 다르죠. 재료로 보자면 밀면이니까 다른 계통으로 봐야하는 거죠. 음식을 나눌 대 주 재료가 무엇인가를 두고 나누는 이런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함흥냉면은 쫄면에 가까워요.

◇ 이동형> 그러면 황교익 선생님도 결국은 평양냉면이네요?

◑ 황교익> 냉면은 물로 해서 먹는. 일단 메밀면이어야 하고요.

◇ 이동형> 진주냉면은요?

◑ 황교익> 진주냉면도 메밀냉면이죠. 비슷해요. 진주냉면과 진주에서는 새롭과 복원한다고 해서 해산물을 넣고 육수를 내고 했는데 사실 그거는 잘못된 거라고 보고요. 진주가 예전부터 소 집산지로, 우시장이 있었거든요. 다 소고기로 국물을 냈어요. 지금 우리가 평양냉면이라고 생각하는 소고기 국물에 메밀면이 담긴 형태는 진주에서도 있었다고 보면 돼요.

◇ 이동형> 한 6-7년 전 같은데 저는 진주에 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 처음 먹어봤어요. 너무 맛있더라고요.

◆ 강용주> 육전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 황교익> 예전에 진주에서는 육전이 그냥 밀면에도 올라갔었어요. 분식집의 쫄면 비슷한 그런 비빔하는 데 그런 데도 육전이 올라가고. 그러니까 진주에 유명한 것은 육전이죠 사실.

◇ 이동형> 그런데 이 평양냉면, 사실 냉면 매니아들이 양념장 넣지 말고 식초 넣지 말고 그냥 먹어야 제맛을 안다. 그러면서 같이 간 사람들 타박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 그때 방송 나왔을 때 식초 뿌리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맛있다고. 뭐가 정답이냐.

◆ 강용주>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바리스타로 커피를 배울 때 저를 가르쳤던 강릉에 유명한 박이추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어요. 어떤 게 좋은 커피냐. 내가 마셨을 때 가장 맛있는 커피가 좋은 커피다. 하와이안 코나나, 블루 마운틴, 이게 아니라는 거죠. 와인은 격식으로 해서 마시는 게 아니라 사람과 마시는 거라서. 냉면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내가 맛있는 방식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는 거지만 그렇지만 몇 가지 알아둬야 할 건 있겠죠.

◇ 이동형> 이런 거잖아요. 내가 맛있게 양념장도 넣고 식초도 두르면 옆에서 아이고 먹을 줄 모르네. 그런다고요.

◑ 황교익> 제가 그런 역할을 많이 했는데 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왜 넣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게 사실 처음 제가 의문을 제기한 거 같아요. 논리적인 거거든요. 우리의 찬 국물에 내는 음식에 식초와 겨자가 반드시 있어요. 왜 식초와 겨자가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그거 없이도 고기 국물 잘 내면 그 국물 자체로 맛있잖아요. 메밀면도 맛있고요. 없어도 되거든요. 그런데 왜 식초와 겨자가 존재했는가. 예전의 냉면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는 거죠. 예전의 소는 지금처럼 막 30개월만엔 잡고 사료 좋은 거 주지 않고요. 야생에 있는 풀 먹이고 10년 된 소 잡고 이러잖아요. 그 소들이 대부분 누린내가 강했어요. 어릴 때 소고기 먹었던 기억을 해보세요. 누린내 굉장히 많이 나요. 소국물을 내면 설렁탕집 온 천지에 누린내가 가득 찰 정도였거든요. 그 누린내를 잡으려면 식초와 겨자가 딱 적당해요. 그걸 치면 누린내가 눌러지거든요. 그런데 요즘 소는 없잖아요. 누린내가 안 나잖아요. 그런데 거기다가 굳이 잘 낸 소고기 국물, 그 아까운 국물에 육수를 제대로 즐기려면 식초와 겨자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게.

◆ 강용주> 저는 냉면 먹으러 가면 첫 번째 먼저 계란 노른자를 딱 먹어요. 그러면 입안의 잡내를 싹 없애주거든요.

◑ 황교익> 그거 텁텁해져요.

◆ 강용주> 그다음에 냉면 한참 먹다가 그다음에 식초와 겨자를 넣어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하고, 그러면 두 가지를 다 먹을 수 있잖아요.

◑ 황교익> 겨자와 식초를 넣어먹기도 하는데 어떨 때 그러냐면 육수가 정말 맛없는 냉면집일 때. 그 때는 겨자와 식초의 힘을 빌려서 먹을 수밖에 없죠. 그렇지 않은 집은 맛있는 대로 즐겨야 하는 거죠.

◇ 이동형> 냉면 얘기하는데 제가 외국어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거든요. 외국인 강사들이 새롭게 오고 하면 한국 음식들을 알려주잖아요. 냉면집을 한번 씩 들리면 아 맛있다 그럽니다. 그런데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제일 안 좋았던 음식을 물어보면 10명 중에 10명이 냉면이라 그럽니다. 최악이었다고. 왜 이런 걸 나한테 대접하는지 모르겠다고. 모든 외국인이 다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방송을 듣고 있는 여러분들은 외국인 친구한테 절대 냉면을 추천하지 마라. 냉면집 좀 데려가지 마라는 말씀을.

◆ 강용주> 저의 흑역사. 제가 99년에 도를 닦다 나왔잖아요. 서울의 제 후배들이 병원 개원하고 와서 형님 점심 대접할 테니 와서 드세요 해서 필동을 갔어요. 점심을 사주는데 필동에 유명한 집을 데려갔는데 냉면에 수육을 사주는데 이 냉면이 아무 맛도 없는 거예요. 닝닝하고 간도 안 맞추는 거를 대접한다고 해서 제가 화가 엄청 났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너 다음부터 절대 안 본다. 왜냐하면 전라도 사람들은 냉면을 먹지 않아요. 그거 말고도 먹을 게 많기 때문에 그거까지 먹을 필요가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저는 냉면을 그때 처음 먹었고 그때는 화가 났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냉면과 친해졌죠.

◇ 이동형> 원장님이 겪은 그런 것을 외국인이 처음 와서 한국 음식을 먹는데 이게 뭐냐는 거지. 당연히 맛이 없죠. 냉면 이야기 너무 재밌었으니까 다음에 2탄 합시다! 오늘 여기서 마치고 다음 주에 2탄으로 돌아옵니다. 두 분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강용주> 감사합니다.

◑ 황교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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