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을 조각하는 작가, 김경민

일상의 행복을 조각하는 작가, 김경민

2019.10.02. 오후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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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을 조각하는 작가,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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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김경민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일상의 행복을 조각하는 작가, 김경민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요리사는 요리에 철학을 담아내고, 가수는 노래로 인생을 이야기하죠.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일상을 조각으로 담아내는 작가가 있는데요. 그가 바라보는 세상도 궁금해집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YTN 아트스퀘어 10월의 작가, 김경민 작가와 함께합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김경민 작가(이하 김경민)>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반갑습니다. 먼저 저희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청취자 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김경민> 네, 안녕하세요. 저는 조각하는 김경민 작가라고 합니다.0

◇ 조현지> 정말 짧게 인사해주셨는데, 사실 저희가 지금 노래 나가는 동안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작품으로는 오히려 익숙한데, 김경민이라는 작가의 이름으로는 낯설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제가 했는데요. 작가님이 셀프로 소개를 하신다면 어떻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 김경민> 저의 작업은 거리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데요. 강남 테헤란로에 ‘굿모닝’이라는 걸어가는 남자의 대형 조각, 또는 로데오거리에 하트를 든 여자의 조각도 볼 수 있고요. 작품을 보시면 익숙할 텐데 저를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시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조현지> 오늘 작품 이야기도 해보고 작가님 이야기도 하다 보면 저희가 그렇게 길거리에서, 빌딩 앞에서 마주치는 작가님의 작품들이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앞서서 작가님 소개를 하면서 일상을 조각으로 담아냈다,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요. 작가님 작품을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사람이에요. 어떤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모델이 따로 있나요?

◆ 김경민> 저는 대학교 때부터 예술을 너무 어렵게,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작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이었기 때문에 저희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의 가족이라든지, 저의 주변 사람들을 항상 주제로 조각을 해왔습니다.

◇ 조현지> 그러다 보니까 일상을 조각으로 담아냈다, 이런 표현이 생긴 것 같은데요. 현실 속의 인물들을 모델로 하지만 그 작품들을 보면 뭐랄까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어요. 역동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동작들이 담겨 있고, 색깔도 우울한 색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산뜻하고 밝은 그런 색을 쓰셨는데, 그런 느낌을 일부러 표현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 김경민> 저는 제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이 한편의 만화를 보는 것처럼 느꼈으면 하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었고요. 그런 철학은 어디서 나왔냐면, 제가 대학교 때 저는 시골에서 공부를 하러 올라와서 인사동을 다니다 보면 전공을 하는 저조차도 갤러리나 미술에 대한 문턱이 너무 높았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감상을 하고, 느낌이 이렇게 심각해야 하고, 어렵게만 접근해야 할까? 나는 사람들한테 웃음을 줄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점에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저의 작품이 더 과장되게 표현하고, 더 밝은 채색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요.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그 순간 작품 앞에서 함께 웃고, 함께 울고, 그런 감정이입? 그런 게 저는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채색이라든지, 행동 모티브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조현지> 저희가 뮤지컬 같은 작품을 볼 때 그만큼 노래를 못 부르고, 그만큼 춤을 못 추지만 그 무대를 보면서 나도 뮤지컬 배우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렇게 꿈꾸기도 하잖아요. 저는 작가님 작품을 보면서 그런 길쭉한 팔과 다리, 그리고 아주 과장된 표정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포즈를 취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거든요. 아마 이런 마음을 느끼는 게 작가님이 의도하신 게 맞을까요?

◆ 김경민> 네, 저는 사람들이 자기 집 앞에, 혹은 자기 지나가는 거리에 조각이 세워져 있는데, 10년째 그 조각을 못 본 분들도 너무 많다는 거예요. 예술은 나와 동떨어진 삶, 그리고 예술은 나와 상관없는 분야, 내가 관심을 가지기에는 어려운 분야, 그렇기 때문에 10년째 그 자리에 작품은 있었는데, 한 번도 공감이 되지 않는 작가의 작품들이 있는가하면요. 저는 그런 작품이기보다 제 작품을 봤을 때 그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도 같이 따라해 보고 싶고, 그리고 그 옆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싶고, 그런 작품이면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저는 항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조각, 작품,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조현지> 그래서일까요? 작가님 작품 옆에서는 항상 똑같은 포즈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는데요. 인물들을 보다 보면 통통하거나 조금 살이 찐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 다 마르고, 길쭉길쭉하거든요. 이렇게 일부러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 김경민> 저도 처음에는 통통한 조각도 만들었었고, 여러 가지 조각을 하다가 점점 더 저의 조각들이 날씬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마치 발레리나가 몸짓으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고 담아내야 하듯이 손끝, 그 행동으로 자기의 기분과 감정을 담아내듯, 저의 조각도 마찬가지로 인체이다 보니까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 전달하고자 하는 그 기분, 그게 몸짓과 라인으로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 디테일과 섬세함을 찾다 보니 점점 더 가늘어지고, 점점 더 역동적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조현지> 저는 사실 작가님의 이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작가님을 인사 하면서 아까 만났는데, 작가님도 마르신 편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대상이 있어서 그 대상이 말랐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발레리나로 비유를 해주시니까 이해가 확 오네요. 오늘 작가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저희 계속해서 해볼 텐데요. 청취자 분들은 귀로 미술작품을 감상한다, 생각하시면서 들어주시고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김경민 작가를 검색하셔도 좋고, 또 YTN 사옥 1층 10월 한 달간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직접 오셔서 관람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작품들이 쭉 이야기한 것처럼 싱그러운 색깔도 그렇고요. 그런 활동적인 포즈도 그렇고, 다들 쾌활해 보이는데, 특히나 ‘원더풀 데이’라는 작품이 아까 제가 딱 그 느낌을 느꼈던 것 같아요. 뮤지컬의 한 장면 같은 느낌. 어떤 것을 표현하신 건가요?

◆ 김경민> ‘원더풀 데이’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마주보면서 서로 춤을 추고 있는데, 사람이 흥에 겨워서 최고의 순간 기분을 조각으로 표현해낸 거고요. 사람들이 그 작품을 볼 때 나도 이 사람, 이 조각의 기분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 그래서 그 앞에서 같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장면을 생각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그리고 또 인상적인 게 골프채를 휘두르는 작품들도 꽤 있어요. 그런데 골프공은 없습니다, 작품에. 이미 누가 봐도 “사장님, 나이스 샷”을 날렸을 것 같은 그런 작품들인데요. 골프채를 휘두르는 이런 작품들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됐어요?

◆ 김경민> 저희는 개인적으로 작게 제가 연구하고 만드는 소품들도 하지만, 의뢰를 받아서 하게 되는 공공미술, 퍼블릭 아트로 대형 조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은 골프장에 놓이게 되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면서 처음에는 만들게 되었고요. 그 아이디어 스케치로 진행되는 그 과정에 만들어진 작은 소품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프를 어떤 사연이 있어서 집에 보관하고 있는 조각들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로 많은 분들이 소장하고 싶으셔서 제가 그런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조현지> 그리고 작가님의 가족 이야기로 조금 넘어가 보면, ‘내 사랑 붕붕,’ 이 작품이 왠지 이야기하다 보면 작가님의 가족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나요?

◆ 김경민> 네, 저는 아이가 셋인데요. 첫째 딸, 둘째 아들, 셋째가 또 딸인데요. 세 명의 아이와 제가 엄마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이렇게 20년 정도 살아온 그 과정이 작품에 항상 가족의 스토리로 녹아 있습니다.

◇ 조현지> 오토바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빠 뒤에 엄마가 있고, 그 엄마 뒤에 고양이가 얌전하게 앉아 있어요. 그리고 아이는 아빠 어깨에 목마를 타고요. 그 한 장면이 물론 작가님 세 자녀가 거기에 다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고양이까지 해서 단란하게 딱 붙어서 어디론가 같이 떠나는 그런 가족의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남편분도 조각가시라면서요?

◆ 김경민> 네, 남편도 같이 저랑 학교 때 만나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 권치규 조각가라고 하는데요. 저희는 집하고 작업실을 항상 같은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저의 작업과 저의 일상과 작품세계가 전혀 분리되지 않은 그 느낌이 작품에 그대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 조현지> 그런데 같이 직종,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안 좋을 때도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애로사항은 없으셨어요?

◆ 김경민> 같은 분야의 사람인 것은 저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리고 단점은 제 머릿속에서 그때그때 지우거든요. 단점은 말씀드릴 게 지금은 떠오르는 것보다 장점이 항상, 둘이 목표가 가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가로서의 꿈, 조각가로서의 꿈, 조각가로서 해야 하는 모든 목표치, 이런 것들이 동일하다는 게 서로 이해를 시켜야 할 필요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이 다 공감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 조현지> 서로의 작품활동을 존중해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사실 저는 20여 년 가까이 작품활동을 하시는데, 아이가 셋이나 된다는 것도 놀라웠거든요. 어떻게 육아하시면서 작업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으셨다고요?

◆ 김경민> 저희는 직장생활이 아니다 보니까 작업실과 집이 분리되지 않고 한 공간에 있었고요. 애들 잘 때 옆에서 작업하고, 애들 유치원 보내놓고 작업하고, 학교 보내놓고 또 작업하고, 이렇게 항상 해왔기 때문에요.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였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같이 조각하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도왔던 점도 저한테 힘이 되었고요. 저뿐만 아니라 어느 전문 분야에 있는 분들도 저랑 다 똑같은 조건에서 다 일을 했을 것 같아요.

◇ 조현지> 그렇군요. 사실 정말 대단하신 건데, 이렇게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더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런데 김경민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작품 자체를 봤을 때는 어렵다, 난해하다,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조각, 조각가, 라고 하면 되게 어렵고, 뭔가 해석이 필요할 것 같고, 이런 느낌이 들거든요. 저희 청취자 분들이 앞으로 조각 작품들을 접하게 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하면 좋을지 조언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 김경민> 지금 앞으로의 세계는 사람들에게 모든 문화와 연결하지 않고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열쇠가 없을 것이라고 굉장히 중요하게 이야기하는데요. 사람들은 그 창의나 창조를 어디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다들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기회가 되신다면 조각이든, 회화든, 음악이든, 많이 눈으로 많이 보는 것, 그냥 보는 것. 본인이 이게 좋으면 좋은 거고, 내가 이해가 안 되면 이해가 안 되는 채로 많이 접하시는 게 가장 편안하게 접근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조현지> 어렵게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많이 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찾아가라,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청취자 한 분께서 “저 10월 전시작 봤습니다. 그동안 그림이 걸려 있다가 입체적인 작품이 있으니까 신기하더라고요. 특히 가족이 탑 쌓고 있는 작품 정말 신기했어요,” 하셨는데요. 이 작품이 아까 저희가 이야기했던 ‘내 사랑 붕붕이’ 그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분도 “YTN 로비 작품 바뀌었던데요? 혹시 그 작가님이신가요?” 하셨는데요. 네, 맞습니다. 김경민 작가님의 작품들, 10월 한 달간 YTN 뉴스퀘어 로비 아트스퀘어에서 관람하실 수 있고요. 혹시 더 많은 작품들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은 에코락갤러리 사이트 들어가시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님,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작품활동을 하실 거잖아요. 어떤 작품들로, 또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 김경민> 사람이 만나면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기분과 행복감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만나면 같이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제 작품을 봤을 때 같이 행복해지는 조각을 할 수 있는 사람. 나한테 웃음을 건네는 조각,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로 남고 싶고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저도 계획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작품, 내가 보여주고 싶은 그 작품을 지금 현재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조현지> 이렇게 또 행복해지는 느낌을 나눠주시려면 작가님도 늘 행복 속에서 사셔야 할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초대석, YTN 아트스퀘어 10월의 작가, 김경민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경민>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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