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무 시대’, 우리 동네가 궁금하다

‘52시간 근무 시대’, 우리 동네가 궁금하다

2019.07.03.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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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것이 1995년이다. 처음으로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을 시민의 손으로 뽑았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났다. 1995년 지방자치의 시작이 ‘우리 동네 시대’의 외형적 틀을 만들었다면, 그 틀을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관심으로 채운 ‘생활 속 우리 동네 시대’가 열린 것은 2019년이 아닐까?

가장 큰 변화는 주52시간 근무에서 왔다. 퇴근이 빨라지고 회식이 사라졌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일상의 무게중심이 직장에서 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살며 종로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A부장의 과거는 ‘퇴근해 도봉구 집에 다녀오던’ 종로 중심의 일상이었지만, A부장의 오늘은 ‘출근해 종로의 회사에 다녀오는’ 도봉구 중심의 일상이다.

빅데이터를 축적해 트렌드를 읽는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는 눈치 빠르게 <우리 동네>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20여 년 간 행정 노하우를 축적한 지자체들은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세금만 냈지 지방행정 따위 큰 관심 없던 주민들이 이제는 지자체가 내 세금 걷어 우리 동네를 얼마나 좋게 바꾸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표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받아보게 될 것이다. ‘내 집 꾸미기’가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것도 최근 1-2년 사이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리고, 지난해 2869만 명에 달한 해외여행으로 ‘디자인 눈높이’가 높아진 것과 맞물린 현상이다.

이처럼 ‘생활 속 우리 동네 시대’가 열린 2019년, 아직도 미디어는 중앙집권형이다. 지상파, 종편,대형 미디어그룹들이 만든 ‘전국형 콘텐츠’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끼 줍쇼>,<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이 우리 동네를 소개하는 ‘지역형 콘텐츠’의 가능성을 ‘간 보고’ 있을 뿐이다. 아직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YTN라이프가 방송하고 있는 <우리 동네 최고봉>은 ‘우리 동네 시대’를 알리는 최초의 본격 프로그램이라 할 만하다. 전국 단위의 주요 방송사가 만드는 전국 단위 프로그램으로서는 말이다.

<우리 동네 최고봉>은 매주 한 개의 기초단체(시,군,구)를 골라 그곳의 과거,현재,미래를 집중 탐구한다. 스토리 텔러는 놀랍게도 지자체장(시장,군수,구청장)이다. 실상 그 동네의 고급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빠꼼이’는 지자체장이라는 발상에서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지자체장들은 문화해설사 못지 않은 실력으로 동네의 역사를 설명하고,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재와 미래 개발사업의 정보들을 조리 있게 브리핑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지자체장이 나오면 딱딱하고 ‘관급’ 성격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솜씨 있는 연출로 풀어준다.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닌데도 30분의 방송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우리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우리 동네’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곳에는 사람과 돈과 재능이 모이는 법이다. 앞으로 미디어의 초점도 점점 더 ‘우리 동네’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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