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Leader] 의사들의 책 이국종의 '칼의 노래', 곽경훈의 '의심스러운 싸움'

[The RLeader] 의사들의 책 이국종의 '칼의 노래', 곽경훈의 '의심스러운 싸움'

2019.01.25. 오전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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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Leader] 의사들의 책 이국종의 '칼의 노래', 곽경훈의 '의심스러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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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The RLeader 더 리더’

□ 방송일시 : 2019년 1월 25일 (금요일) 
□ 출연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우리사회의 리더(Leader)의 책을 통해 독자(Reader)로서 그 사람들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더 리더(The RLeader!)’ 책하면 척! 북 칼럼니스트 김성신 출판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성신 출판평론가(이하 김성신): 안녕하세요.

◇ 김호성: 오늘 리더의 이야기 시작은 어떤 걸로 하셔야 할까요?

◆ 김성신: 지난주 주제가, 기억하시겠지만 ‘인기작가 판검사’ 이런 키워드였는데요. 이어서 인기작가 시리즈인데, 오늘 키워드는 ‘인기작가 의사’ 김호성 앵커께선 요즘 의사 하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십니까?

◇ 김호성: 저는 제가 지난주 오프닝 멘트에서도 언급했는데, 유족의 품격으로 되살아난 고 임세원 교수가 최근에는 머릿속에서 아직까지도 남아있어요.

◆ 김성신: 예. 많은 분들이 아마 의사, 그러면 요즘엔 이국종 교수.

◇ 김호성: 아, 이국종 교수, 예.

◆ 김성신: 금방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이기도 하고, 중증외상 치료 권위자입니다. 작년에, 10월입니다. <골든아워>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게 종합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랐습니다. 엄청난 관심을 모은 이국종 교수가 오늘 주인공이고요. 또 한 분의 주인공은 지난해 말 아주 멋진 책을 펴낸 또 한 분의 의사십니다. 화제의 신작 <의사가 뭐라고>라는 책을 쓴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현재 울산병원 응급의학과에서 근무하는 곽경훈 과장의 책입니다.

◇ 김호성: 두 분 다 응급의학과에서 근무하시는 의사분들이시네요.

◆ 김성신: 의도한 것은 아닌데요. 공교롭게도 응급상황에 전문적으로 대처하는 의사분들을 오늘 소개해 드리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 보면 가장 만나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의사분들이고요. 또 한편으로는 가급적이면 안 만나는 게 좋은 의사분들이잖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살면서 응급실 가는 건 사고 당했을 때밖에 없으니까요. 아무튼 요즘에는 미용실 원장님만큼이나 정말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성형외과가 아니라 응급실 의사분들에게 독자들의 관심이 이렇게 크다. 특히 독자들로서의 대중들은 이런 의사분들한테 관심이 있다는 것이 재밌었는데. 평소에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일들을 하고 있지만, 이분들이 일하는 곳이 의료의 최전선이겠구나, 라는 판단을 독자들은 하고 있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 김호성: 사실 기자들은요. 환자들의 입장에서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나기는 어렵지만, 기자들은 자주 만나요. 맨날 응급실에 가서 하다 보면 친해지는데, 그때 저희들도 보면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우리는 사건으로만 접했지만, 당사자들은 정말 이것이 심각한 건데 그 심각한 상황을 우리는 너무 가볍게 바라본 것은 아닌가. 이런 반성도 하고 그랬습니다.

◆ 김성신: 응급실 의사분들이 이렇게 책을 많이 쓰시는 걸 보면 기자분들하고 접촉이 많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한 번 글을 써봐야겠다. 이런 생각도 하시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 김호성: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 사실 저는 이 책을 못 읽어봤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참 궁금하네요.

◆ 김성신: 일단 너무나 유명한 분이죠. 먼저 이국종 교수에 대한 설명부터 간단히 드리겠습니다. 1995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외과 전문의가 됐는데요. 2003년 미국 UC샌디에이고 외상센터, 그리고 2007년 로열런던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하면서 선진국들의 중증외상 환자 치료 시스템을 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논문도 <중증외상센터 설립 방안> 이런 것들을 발표했고. 그야말로 중증외상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한 평생을 다 바친 의사이자 학자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지난 2009년입니다. 아주대학교병원에 중증외상특성화 센터 이런 것들이 설립되고 이국종 교수의 팀이 구성되게 됩니다.

◇ 김호성: 원래 이국종 교수는 해적들에게 납치됐던 석해균 선장을 구조하면서 온 국민들이 알게 됐잖아요.

◆ 김성신: 2011년입니다. 아주대학병원에 중증외상특성화 센터 생기고 나서 2년 후 정도였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아덴만 여명작전 때문에 그 당시 부상을 당했던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 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가 그야말로 세상에 크게 알려지게 됐는데요. 그리고 또 지금 2019년 현재는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그야말로 국제 표준에 맞는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펴낸 <골든 아워> 이것이 종합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라가고,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의사, 대한민국 의사의 아이콘 이런 존재가 되어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 김호성: 작년에 청와대로 대통령을 만나러 갔을 때 보니까 군복을 입고 갔더라고요. 그래서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골든 아워> 우리가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많이 하는데, 유사한 개념인가요?

◆ 김성신: 예, 그렇습니다. 이 책은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가 2002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책이 나오기 직전까지죠. 각종 자신의 진료기록, 수술기록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억들을 정리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와 환자, 그리고 그 자신들의 동료, 의사들의 치열한 삶의 풍경, 이런 것들이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에서 자기 직업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또 자기가 서있는 곳에서 뭔가 좀 더 나은 쪽으로 개선해보려고 발버둥 치다가 그야말로 깨져나가는, 좀 비뚤어진 시대의 기준으로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게 읽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 김호성: 그렇군요. 정작 책을 쓴 이국종 교수께서 읽으신 책은 무엇일까. 그것도 굉장히 궁금해져요.

◆ 김성신: 네. 사실 오늘 바로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드릴 텐데요. 이국종 교수는 자신의 책 <골든 아워>가 10월 달에 출간되거든요. 그래서 막바지 집필을 하고 있었을 작년 4월 6일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독서대축제 선포식’에 사회명사로서 초대가 돼서 여기서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합니다. 그때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아예 주제로 2시간 동안이나 특강을 했는데요. 이 강연에서 자신은 전임의를 시작하기 전인 2001년도에 바로 이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이것을 힘들 때마다 이 책을 읽었고 너무 감동받아서 내용을 복사해서 자신의 연구실 벽에 덕지덕지 붙여놓기도 했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김호성: 김훈 소설가의 작품 많이 있는데, 그게 맞나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건가요? 그게 <칼의 노래>인지 좀 헷갈리는데. 어쨌든 이국종 교수가 이순신 장군과 같은 심정으로 살았기 때문에 이런 책을 읽으신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 김성신: 분명하게 그렇게 추측할 수 있는 측면이 있고요. 본인도 그런 이야기들을 충분히 설명을 잘하고 있습니다. 실제 <골든 아워>를 ‘이국종이 쓴 칼의 노래다’라는 사람들의 평이 있을 정도로 이순신 장군의 삶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본인도 이야기하는데요. 책의 서문에서도 또한 그렇게 밝히고 있기도 하고요. 이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진정성이라는 부분들에 자신은 매료가 됐다, 라는 설명들을 합니다.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을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이라는 삶의 교훈을 얻었다, 라고 대학생들 앞에서 자신이 강연하면서 그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는데요. "처음부터 안 된다고 포기해버리면 절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 한다. 뚫고 나가야 한다" 이런 메시지들을 대학생들에게 전해주면서, 자신의 삶, 이순신 장군의 삶 같이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김호성: 하나하나 언급한 거 보면 마치 어록 같아요. 아주 훌륭한 표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 김성신: 남긴 어록들이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전담간호사 인력을 늘려달라는 공문 하나를 쓰더라도 진정성 있게 가는 거야. 있는 힘을 다해서 하는 거지. 물론 위에서 내려오는 지원은 없어. 하지만 그래도 버티는 거야. 여기서 나마저 밀리면 정말 끝이거든." 이것도 강연에서 직접 하신 이야기라고 하고요.

◇ 김호성: 완전히 최종 수비수의 아주 결연함이 느껴지는 얘기예요.

◆ 김성신: 예, 바로 그런 심정으로 늘 살아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호성: 흔히 말해서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 보면 중증 외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개인으로서는 어렵고 하나의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부단한 노력을 하시는 분 같은데 말이죠. 그런 이 교수가 가지고 계신 마음이 얼핏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있네요.

◆ 김성신: 예. 그런데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필요한 의료시스템이지, 반드시 필요하지, 누구나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지금의 과정이 정말정말 어렵고 힘든 일일 것이라는, 그런 식의 짐작은 보통 우리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렇게 그 짐작이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속속들이 잘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것이 만들어지면, 만들어졌다, 잘되고 있겠구나. 이런 정도의 생각인데. 오죽하면 최근에 보면 이국종 교수 팀 응급헬기 뜰 때 너무 시끄럽다, 그것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 이런 반응까지 나오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것이 나빠서라기보다는 그것의 중요성을 사실 우리가 평소에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할 수 있는데요. 또 한편으로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병원도 어쨌든 운영을 해야 하고 영리를 추구해야 하는데, 이국종 교수의 의지를 쉽게 밀어줄 수 있는 사실 그런 상황도, 경제적인 상황도 사실 참 어렵다는 거죠. 그렇게 보면 이순신 장군, 달랑 배 12척 가지고 왜군 함대에 맞서야 했고, 임금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의심이나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러면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이순신 장군의 상황과, 지금의 이국종 교수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겹쳐 보이는 측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어렵겠구나, 실감도 가고요.

◇ 김호성: 어려움을 겪어내는 힘을 결국 독서를 통해서 얻어내는 거예요.

◆ 김성신: 그렇죠. 이순신 장군의 삶의 철학과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칼의 노래>를 나는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고 여러 번 읽었어, 여러분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보면 자신은 말하자면 이순신 장군의 삶이 내 삶의 솔루션이기도 했다, 라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 김호성: 정말 독서는 힘이 센 것 같습니다.

◆ 김성신: 그렇습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역경을 사실 독서로 이길 수 있습니다. 좀 막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인류사에 길이 남은 그런 명저들은 모두 인간의 역경과 극복의 기록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히려 길게 남고 있고요. 그래서 책들을 보면 역경을 이길 수 있는 그런 인간의 길을 분명히 찾을 수 있습니다.

◇ 김호성: 이국종 교수의 책 읽기, 우리에게도 정말로 많은 교훈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곽경훈 의사의 독서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할까요?

◆ 김성신: 현재 울산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으로 계시는 전문의인데요. 곽경훈 씨는 <의사가 뭐라고> 부제가 재밌습니다. <괴짜 의사의 '진짜' 의사 수업>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이 책을 지난 11월에 출간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나는 '가슴 따뜻한 휴머니스트도, 남다른 능력을 가진 슈퍼맨도 아니다'라고 먼저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또 재밌게도 ‘난 의사가 되기 싫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의사가 됐다’ 10여 년간 그렇게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괴짜의 면모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들이 분명히 느껴집니다.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때론 감동도 주고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환자한테 굉장히 냉정하게 대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오히려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또 동료 의사들 앞에서는 기꺼이 자신은 악당을 자처하기도 하고. 이렇게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정말 때로는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또 불합리한 현실 속에 갇혀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분노도 함께 느끼면서 읽게 되는데요. 이런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 김호성: 의사가 되기 싫었던 의사, 곽경훈. 어떤 분이신가요?

◆ 김성신: 이 책 <의사가 뭐라고>에 실려 있는 저자 소개를 제가 잠시 그대로 읽어드리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을 읽기도 전에 매료된 느낌인데요. “1978년 겨울, 대구에서 태어났다. 탐욕에 가까울 만큼 책 읽기를 좋아한 독서광, 모험심 강한 반항아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역사학자, 종군기자, 연극배우, 인류학자, 소설가를 꿈꾸었다. 하지만 꿈을 이룰 만한 재능은 없었고 현실적인 고민 끝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시골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했다. 의사학(medical history)에 관심이 많았으나 결국 응급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된 후 동해안 끝자락에 있는 한 도시의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다. 근무가 없는 날에는 체육관에서 주짓수를 배우고 틈틈이 글을 쓴다. 뛰어난 업적을 남기거나 널리 존경받는 의사는 되지 못하더라도 의사다운 의사, 전문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호성: 재능이 없어서 의사가 됐다고 하는데, 재능 있는 분들 화나게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어요. (웃음) 정말 매력적인 자기소개 글이에요, 딱 보니까.

◆ 김성신: 이 책은 응급실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의사로 살면서 겪었던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사실 우리가 의사들의 삶은 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어요. 워낙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많이 다뤄져서. 그런데 사실 그렇게 사람들이 보려고 하는 이미지의 의사가 아니라, 저자는 병원에 대해서 정말 가감 없는 진짜 이야기, 실제 병원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러면서 ‘존경까지는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인간으로서 살고 싶었다’는 말이 굉장히 공감이 컸습니다. 바로 그런 내용들이 책을 읽어보면 그대로 드러나는 문장들이라, 감동도 있습니다.

◇ 김호성: 워낙 많은 독서를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영향을 준 책들도 꽤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 김성신: 그래서 제가 사실 어제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3가지 정도 질문을 했는데고, 아주 열정적으로 대답했고요. ‘무슨 책을 읽었느냐’ 이렇게 질문하니까 정말 신이 나서 대답해주시는 느낌이었는데요. “글쓰는 의사로서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을 준 책이 무엇이었냐” 이런 질문을 드렸더니 그 대답은 제가 살짝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조지 오웰의 책들을 좋아했고요. 개인적으로는 ‘1984년’과 ‘버마 시절’을 좋아하는데. 조지 오웰의 진짜 능력은 에세이에서 빛을 발한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 조지 오웰이 한 말이 있는데, “인간은 서른 살이 되면 남을 위해 살기 시작한다. 물론 이타적이란 뜻은 아니고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로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인간이 있고, 작가가 여기에 속한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 김호성: 그 문장은 참 좋네요.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인간이 있고, 작가가 여기에 속한다. 참 훌륭한 표현인데요.

◆ 김성신: 그래서 “왜 의사이면서 글을 그렇게 열심히 쓰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고요. 두 번째 질문은, “동료 의사들, 후배 의사들, 또 의사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도 있을 수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이런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추천도서가 있다면 어떤 책이었고, 또 그 이유는 뭐냐” 이렇게 제가 물었는데요. 이것은 곽경훈 과장의 목소리로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곽경훈 울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저는 존 스타인벡의 초기 소설인 <의심스러운 싸움>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존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라는 후기작, 그 뒤에 작품으로 더 유명하지만, <의심스러운 싸움>은 짧고 간단하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내용들이 잘 담겨져 있는데요. 대공황 시절에 미국의 농업지대를 배경으로 하는 <의심스러운 싸움>에는 부랑자로 떠돌다가 우연한 기회에 공산당원이 된 짐이란 사람과, 골수 공산당원으로 이른바 전문 파업꾼으로 행동하는 맥이란 사람이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보면 결국에는 짐이 맥에게 계속 이용당하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짐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맥은 총을 맞고 쓰러진 짐을 어떤 파업의 원동력으로 이용하려고 하면서 마지막 장면이 끝나게 되는데요. 굉장히 인상깊은 장면이고. 소설 전체에서 보면 맥은 공산당원으로 파업을 주도하지만, 사실은 농민들의 생활 개선이라든지 이익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파업을 계속 더 커지게 만들 뿐, 실제로 협상할 수 있는 상태에서도 협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을 특별히 지금 동료 의사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이유는, 이런 최근의 어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의료계가 굉장히 시끄러운데요.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에서 거창한 명분, 그다음에 대단히 비장한 각오를 이야기하면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결국 여기 소설 <의심스러운 싸움> 에 나오는 맥처럼 그런 사람들이 진정 의료계의 이익이라든지, 아니면 환자의 안전, 환자의 인권을 위해서 목소리 높이는 것이 아니라, 맥이 오직 자기 자신이 계속 파업하고 자기 자신의 그런 어떤 이익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그런 사람들 역시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 다르게 정녕 그들이 원하는 것이 의료계의 발전이라든지 환자의 인권이나 환자의 이익인가를 한 번쯤은 돌이켜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래서 저는 동료들에게 존 스타인벡의 <의심스러운 싸움>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김호성: 이것은 그냥 의료계만의 어떤 진단이 아니라요.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인데요. 거창한 명분보다 환자의 인권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말만 바꾸면 우리 사회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그런 것 아니겠어요?

◆ 김성신: 네, 바로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질문을 드릴 때 요즘 의료계가 어떻다, 이렇게 전제하지 않고 그냥 동료 의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이랬는데, 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말씀하신 대로 의사로서 본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또한 말씀하신 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이죠.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 본분이 무엇인지,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삶의 태도는 언제나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호성: 슈바이처 박사가 ‘나는 살려고 하는 생명들에 둘러싸여 있는 또 다른 살려고 하는 생명이다’ 이런 이야기 하셨잖아요. 다른 인상적인 질문과 대답은 어떤 것들이 있으셨어요?

◆ 김성신: 가장 최근에 무슨 책을 읽었고 또 읽고 있는지, 이걸 여쭤봤는데요. 영국의 신경외과 의사인 헨리 마쉬가 쓴 에세이입니다. 이라는 책이었는데. ‘Admission’이란 뜻은 잘못 같은 걸 했을 때 시인하다, 할 때 시인 이런 뜻인데요. 영국의 국민의료 시스템이라든지 보험 시스템, 이런 것들에 대한 설명도 하는데. 보험 제도는 잘 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영국의 의료 시스템은 관료제이다. 그 안에서 자신의 의사로서의 명예와 자존심, 또 의사로서의 의무, 또 그 관료제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이런 것들을 아주 잘 쓴 에세이라고 소개했는데요. 그런데 찾아보니까 이 책은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이 안 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설명을 듣다 보니까, <의사가 뭐라고> 곽경훈 저자가 쓴 책과 여러 가지 의사로서의 철학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 번역되기 전까지는 <의사가 뭐라고>를 읽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이끄는 리더(Leader)들을, 책 읽는 리더(Reader)로 정의해 주신다면요?

◆ 김성신: 먼저 <골든아워>를 쓰고 <칼의 노래> 읽은 이국종 교수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고 있는 바보 독자“다. 저는 이렇게 정리했고요. 또 인술이라는 말이 있죠.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이라는 뜻인데, 의술에 대한 상찬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 뜻을 담아서, <의사가 뭐라고>를 쓰고 존 스타인벡의 <의심스러운 싸움>을 권하는 의사 곽경훈은, ”의술을 다시 ‘인술’로 만들려는 독자”다.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 김호성: 좋습니다. 의술에 앞서는 인술의 중요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주말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성신: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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