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톡스] 디지털 혁신의 시대, 저널리즘의 본령

[디톡스] 디지털 혁신의 시대, 저널리즘의 본령

2016.12.27.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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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디지털 혁신의 시대, 저널리즘의 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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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디지털뉴스팀을 맡게 됐을 때 YTN의 주력 모바일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주간 도달은 천 만 전후를 오르내렸다. 일주일에 천만 명에게 YTN의 게시물이 전달된다는 의미다. 반응 좋은 콘텐츠가 있을 때는 주간 도달이 천만을 조금 넘겼고, 성적이 썩 좋지 않을 때는 8백만 정도로 떨어졌다. 앵커를 할 때 순간 시청률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던 기억이 스멀스멀 살아나며 나는 일종의 ‘도달의 노예’처럼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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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잠에 들고 난 뒤 눈을 쓰면 새벽 3시 즈음이었다. 멍한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주간도달을 확인한다. 천만을 넘으면 안도하고, 천만 아래로 떨어지면 초조했다. 사실상 잠을 자는 4~5시간 정도의 시간을 빼고 거의 하루 종일 이 ‘도달’ 수치에 시달리며 지냈다.

도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자체 제작을 강화했다. 온에어 콘텐츠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제작했다. 사실상 풀 타임 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제작자들의 주말 근무를 더 강화했고 365일 가운데 365일 근무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나 역시 주말 이틀은 재택근무를 하는 주7일 근무 시스템에 들어가면서 팀 전체가 풀 타임 근무 체제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같은 노력은 만족으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주간도달이 천5백만으로 늘기 시작하더니, 천7백만, 2천만을 넘기 시작했다. 급기야 2천5백만을 찍은 날은 믿을 수가 없어서, 혹시 페이스북 내부 시스템 오류가 아닐까 싶어 페이스북 코리아에 사실 확인을 요청할 정도였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우리의 지표가 맞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국내 기성 언론사 가운데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수치가 실제로 확인된 셈이다. 한 달로 범위를 늘리면 무려 1억2천만 도달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이다. 아마도 내가 새벽녘에 잠에서 깨지 않고 스마트 폰을 찾지 않게 된 것도 그때 즈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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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시대는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양대 축에 의해 구현되던 저널리즘의 양식이 인터넷의 등장과 스마트 기기의 급속한 보급 이후 시장의 판도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조간 신문을 기다리지 않고, 저녁 8시 뉴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손안의 세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스마트 기술 혁신의 시대에 익숙해진 우리의 일상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국내외 모든 언론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외치고 있고, 혁신 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아니,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기존 레거시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YTN 역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뉴스를 소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이룬 성취는 여러 플랫폼에서 거둔 성취 가운데 대표적인 하나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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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지털 전략의 중심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성이 자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소비할수록 트래픽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디지털 전략의 성공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되기도 한다.

문제는 트래픽 중심의 디지털 전략이 가지는 한계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더 많은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스내커블 콘텐츠의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동 중이거나 남는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바일 유저들을 위해 단타성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이런 결과는 모바일 콘텐츠의 질적 하락과 직결된다. 물론, 해외 사례를 보면 심층 기사들로도 얼마든지 모바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콘텐츠 자체의 질적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꼭 스내커블 콘텐츠가 아니어도 모바일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전용 심층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모바일 저널리스트 한 명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스내커블 콘텐츠 수십 개 만들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를 통해 확보되는 트래픽 효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원칙과 본령에 입각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롯이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해야 하고, 제작자와 데스크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며 콘텐츠 제작에 나서야 한다. 이상적인 제작 콘셉트이지만, 아직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디지털 부문은 대부분은 보도 부문의 하위 채널로 인식되는 현실적 특성과 한계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의 제작은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다시 말해,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가 스내커블 콘텐츠를 버릴 수 없는, 내지는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존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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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디지털 혁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트래픽의 노예’ 내지는 ‘스내커블 콘텐츠의 양산’이라는 한계점을 마주할 수 있다. 말이 좋아 디지털 혁신이지, 디지털 기술 혁신에 헉헉대면서 뒤따라가는 언론의 민낯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혁신의 이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페이스북 월간 도달이 1억2천을 돌파를 한들, 우리의 UV나 PV 지수가 급증을 한들, 과연 이것이 디지털 혁신의 성공이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인가 회의감이 찾아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디지털 혁신의 본질을 고민한 것에 대한 격려인지, 실제로 우리가 혁신을 이뤘는지는 조심스럽지만, YTN은 각종 디지털 혁신 실험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관훈언론상 저널리즘 혁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 해 동안 진행됐던 여러 프로젝트와 여기에 수반된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이자 한 해를 마감하는데 적잖은 격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과 디지털 기기 혁신의 본질에 대한 의문, 디지털 혁신과 저널리즘의 본령에 대한 고민 등은 새해가 도래하고 또 다른 혁신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내 머릿속을 맴도는 큰 과제가 될 거 같다. 디지털 혁신을 고민하고 여러 성취를 이루는데 함께 노력한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Adieu 2016!

이승현 기자 / YTN 디지털센터 디지털뉴스팀장
이메일: hyu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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