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지 말입니다"...'태양의 후예'가 남긴 것

"끝났지 말입니다"...'태양의 후예'가 남긴 것

2016.04.15. 오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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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화제를 뿌렸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의 아쉬움 속에 16부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한동안 직장인들은 수요일, 목요일을 피해 회식 날짜를 잡고 남편들은 "수, 목요일에는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집에 들어간다"는 웃지 못할 하소연까지 하곤 했는데요.

한국 사회를 들뜨게 한 '태후 열풍', 무엇을 남겼는지 짚어봅니다.

'태양의 후예'는 방영 전부터 새로운 기록들을 쏟아냈습니다.

100% 사전 제작돼 한국 드라마 최초로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됐죠.

총 제작비는 130억 원, 하지만 첫 방송이 되기도 전에 선판매와 PPL로 제작비를 거의 회수했습니다.

1회 14.3%로 출발한 시청률은 9회 만에 '꿈의 기록'이라는 30%를 넘어섰고 자체 최고 시청률만 12번 경신하며 마지막 회 38.8%로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30%를 돌파한 것은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입니다.

첫 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영화제작사 NEW는 태양의 후예로 약 5백억 원의 수익을 냈다고 전해집니다.

한중 동시방송, 모험이 아니라 '대박'이었습니다.

독점 중계권을 산 중국 동영상 업체 아이치이는 회당 25만 달러, 전체 48억 원의 판권료를 지불했는데요.

15일 오전 기준 누적 26억7천만 뷰를 돌파하며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중국 전체 인구가 13억 7천만 명이니까 이 드라마가 얼마나 많이 재생됐는지 감이 오시죠.

지나친 열기에 중국 공안이 '태양의 후예' 주의보를 내렸고 반대로 태국 총리는 '태양의 후예'처럼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주문했다고 하네요.

이른바 '다나까'로 불리는 군대식 말투가 유행이지 말입니다.

극 중 군인인 주인공들은 사석에서도 말 끝에 꼬박꼬박 '다나까'를 붙이는데요.

마침 국방부는 올해 초 무조건 '다나까'로 끝나는 병영 언어를 바로 잡겠다는 지침을 내놨는데, 이 지침을 시행하려는 찰나 일반인들에게까지 "~하지 말입니다"식의 말투가 유행하면서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입니다.

이밖에 두고두고 회자되며 각종 패러디까지 쏟아내는 명대사들, 어떤 게 있었을까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 1회 :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 /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 6회 : 뭘 할까요, 내가.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닭살 돋는' 이 대사도 유시진 대위라면 달콤하게만 들린다는 게 시청자들의 반응입니다.

하지만 열혈 시청자들마저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PPL에는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주인공들은 늘 특정 카페 창가에서 데이트했죠.

파병 부대에 중탕기가 등장해 삼계탕을 끓여내는가 하면, 술 자리에서 피로 회복을 위해 아몬드를 먹습니다.

심지어 운행 중인 차 안에서 자동주행기능을 켜놓은 채로 입맞춤하는 장면이 공중파를 탔습니다.

태양이 아니라 'PPL'의 후예냐는 비아냥이 잇따랐습니다.

[최영일 / 대중문화평론가 : 광고인가, 드라마인가, 작품인가, 상술인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 한류에 대한 불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PPL은 말 그대로 간접적인 광고로서 드라마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 녹아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마지막에 깨졌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제 '한류의 후예'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태후 열풍'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한동안 이어질 것 같은데요.

장점은 살리고 따끔한 지적은 잘 고쳐서 앞으로 더 많은 '한류의 후예'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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