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부모들이 청춘이었던 80년대에 열광하는 이유는?

20대가 부모들이 청춘이었던 80년대에 열광하는 이유는?

2015.11.20. 오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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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홍대]20대가 부모들이 청춘이었던 80년대에 열광하는 이유는?-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11/20 (금)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들은 과거로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예능과 드라마는 물론이고, 음악까지 복고 열풍이 불고 있고요. 과거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이 다시 떠오르는가 하면, 추억의 명화가 재개봉 돼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복고 열풍에 그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은 20대들까지 열광하고 있는데요. 오늘 라디오 홍대에서는 20대들 사이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임희수 연구원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하 임희수): 안녕하세요.

◇최영일: 최근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 30대 중반 이상인 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가져다주는 시간이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은 20대들은 어떤 점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걸까요?

◆임희수: 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2015년 유행할 5대 콘텐츠를 발표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복고입니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필두로 한 복고 열풍은 2-3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복고열풍에 대해서 현재가 어렵고 미래가 막막할수록 과거의 추억에서 위안을 찾으며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공통적인 분석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현실이 팍팍해질수록 고도성장과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던 1980-90년대를 떠올리며 위안을 받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1990년대에 태어난 현재의 20대는 1980년대~90년대를 다룬 복고 열풍의 주역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복고 트렌드에 열광하는 모습은 20대에게 복고 콘텐츠가 가져다주는 감정은 30-40대가 느끼는 것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지금 20대에게 복고는 과거를 추억하는 향수나 아련함의 감정이 아닌 새로운 재미입니다. ‘와 이런 것도 있었어?’ 하는 신기함과 함께 복고문화를 재현해내는 동년배의 아이돌, 20대 배우들의 모습이 트렌디하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최영일: 20대들이 당시의 문화를 신선하고 흥미롭게 인식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패션계에서도 복고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죠?

◆임희수: 네. 맞습니다. 대중문화에서 복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80년대에 유행하던 패션 스타일이 20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입니다. 상반기에 90년대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하반기는 80년대 스타일이 인기라고 합니다. 소위 청-청 패션이라고 불리는 청재킷에 청바지를 매치하는 스타일이나 바지의 허리선이 배까지 올라오는 배바지, 통이 넓은 와이드팬츠, 멜빵바지 등 8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20대를 거리에서, 캠퍼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복고 패션 스타일은 대중문화 속 연예인을 통해서 더 확산이 됩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응답하라 시리즈 속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20대 배우들이 입고 나온 80년대 스타일 청청 패션은 또래 20대에게는 핫한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을 더욱 80년대스럽게 똑같이 재현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80년대와 비슷할수록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련되고 트렌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영일: 대학가 인근의 음식점들도 7080 시대의 느낌이 나는 간판이나 소품들로 당시 분위기를 재현한 곳이 많던데요. 이런 곳이 20대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까?

◆임희수: 네 20대가 많이 찾는 홍대, 신촌 등 대학가에는 요즘 70-8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분위기의 고기집이나 주점, 옛날다방 컨셉의 카페가 유행입니다. 80년대 음악이 흘러나오고 당시 영화나 광고 포스터, 오락기나 워크맨 같은 추억의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해서 마치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이러한 복고 컨셉의 식당/카페는 20대에게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듯 한 재미를 전해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나 사진 찍고 인증하기를 좋아하는 20대에게 완벽한 컨셉을 갖춘 복고 음식점은 놀이터 같은 곳이지요. 20대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소유하기를 원하고, 또 남들이 핫하다고 하는 곳은 빠지지 않고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소비자이기 때문에 복고 컨셉 음식점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구요. 복고의 재현이 완벽할수록, 그리고 복고 컨셉 안에서 최신 트렌드를 녹여내어 20대에게 소통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더더욱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영일: 멤버 구성이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걸그룹들도 복고풍 음악을 많이 발표했는데. 이건 20대들이 복고 음악도 많이 찾고 있다는 얘기겠죠?

◆임희수: 네. 20대에게 복고 음악의 매력이 새롭게 각인된 것은 MBC ‘토토가’편의 영향이 큽니다.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에서 90년대 음악을 본격 소환하면서 이를 시작으로 MBC , JTBC 등 과거의 인기 노래와 가수들을 20대가 접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늘어났습니다. 드라마 시리즈에서 8090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복고 음악에 매력을 느낀 20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아이돌 그룹도 복고 트렌드를 가미한 신곡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디스코나 펑크와 같은 80년대 사운드를 이용한 음악에, 무대 의상이나 컨셉도 80년대 스타일을 재현하고 있는데요. 대중문화 전반에 부는 복고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영일: 이외에도 20대들이 즐겨 찾는 복고 문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임희수: 복고 컨셉의 음식점이나 카페가 뜨면서 3040 세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20대에게는 신기한 복고 먹거리도 인기를 함께 끌고 있습니다. 분홍색 동그란 소시지와 계란 후라이를 얹은 옛날도시락이나, 어릴 적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쥐포나 쫀드기 같은 불량식품을 ‘추억의 간식’으로 새롭게 판매하고 있고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서 파는 ‘옛날 통닭’ 형태의 치킨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품 유통업계에서 활발하게 복고 열풍을 통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패키지를 다시 활용해서 아이스크림이나 라면을 내놓기도 하고요. 주류 업계 등에서는 이미 단종되었던 수십 년 전 모델을 한정판으로 재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고 열풍과 함께 20대 사이에서는 8090년대 제품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아는 사람을 서로 찾는 ‘이거 아는 사람?’이라는 놀이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옛날 과자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당시 사용했던 물건 사진을 보고 쓰임새를 유추하는 등, 마치 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놓고 이야기하듯 복고 열풍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영일: 20대들이 생각하는 7,80년대는 어떤 시대일까요?

◆임희수: 현재 대중문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80년대는 20대에게 매우 이상적인 시대입니다. 따뜻한 인간미와 정이 넘치는 사회, 대학 졸업만 하면 기업에서 서로 데려갈 정도로 일자리가 풍족하던 시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사실 7080년대가 사회적이나 정치적으로 밝은 일만 있었던 시대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에게 소구하고 있는 마케팅 포인트는 7080년대의 따뜻하고 풍족했던 이미지입니다. 그러다보니 현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대체제로서 7080년대를 마냥 이상적으로 보게 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복고열풍도 좋지만 마케팅 요소로서 복고 이미지의 과한 사용이 한 시대에 대한 해석을 일관적인 방향으로 제시할까 우려되는 부분도 조금 있습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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