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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홍대] 20대들의 덕후 문화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8/07 (금)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예전에는 한 가지 우물만 깊게 파는 취미 활동은 혼자만 즐기는 것이었는데요. 요즘 20대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 엄청난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데 아낌이 없는데요. 이것을 일컬어 덕후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덕후 현상을 바라보는 사회시선도 긍정적인데요. 오늘 홍대 라디오에서는 20대 사이에서는 흔한 문화, 그렇지만 모르면 무슨 뜻인지 헤매게 되는 덕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임희수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하 임희수):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우선 오덕후 혹은 덕후라는 뜻부터 살펴보죠? 어떤 뜻인가요?
◆임희수: 오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글로 음차한 신조어로, 여기서 부르기 편하게 앞자를 떼고 ‘덕후’ 또는 ‘00덕’이라고 줄여서 부르게 되었습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주류가 아닌 서브컬쳐, 즉 애니메이션, 게임, SF영화 등 하위문화에 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에는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 정도의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던 말이었던 오타쿠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특정 취미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즐기는 사람 또는 단순 마니아를 넘어선 그 분야의 전문가’ 라는 긍정적 의미로 변하면서 대중적으로 넓게 통용되고 있습니다.
◇최영일: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용어가 있더라고요. 제가 아는 건 덕질을 하다. 덕을 쌓다. 정도인데요. 어떤 용어들이 있나요? 설명 해주시죠.
◆임희수: 덕력은 덕후들의 공력을 나타내는 신조어입니다. 덕질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고요.
입덕은 들어간다는 의미의 한자 ‘들입’자를 써서 덕후의 길로 입문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덕후생활을 끝낸다는 ‘탈덕'도 있습니다. 또한 입덕이 마치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시작하게 된다는 뜻의 ’덕통사고‘라는 말도 사용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덕질을 숨어서 하지 않고 스스로 덕후임을 드러낸다는 뜻의 ‘덕밍아웃’은 ‘덕후’와 자신의 정체성을 외부에 공개하는 ‘커밍아웃’이 합쳐져 탄생한 신조어입니다.
◇최영일: 그렇다면, 이른바 덕후 현상이 20대들 사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임희수: 20대를 중심으로 ‘성공한 덕후’, ‘떳떳한 덕후’ 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덕후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이유는 주변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자기 본업을 소홀히 한 채 취미에만 몰두하는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회부적응자라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0대를 중심으로 한 요즘 덕후들은 다릅니다. 직업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정성과 열정을 들여 덕질까지 하는 부지런함을 선보입니다. 이들을 성공한 덕후 라고 부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을 지칭해 ‘덕업일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이들은 홀로 숨어서 즐기지 않습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쌍방향적으로 소통하며 덕질을 하죠. 이른바 온라인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덕후들의 대동단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온라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던 ‘세계 덕후들의 대동단결’이라는 동영상은 이것의 좋은 예입니다. 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8개국의 덕후들이 모여 오프닝 곡을 각자의 악기로 연주한 동영상인데요. 여기서 이들은 자신의 덕력을 또 다른 덕후와 공유하며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20대 덕후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덕질의 대상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덕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것의 퀄리티가 상당하다는 것이 또한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최영일: 20대들이 주로 하는 이른바 덕질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임희수: 덕질의 대상과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떠한 덕질을 하느냐는 그 대상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텐데요. 예를 들어 아이돌 가수의 덕후라면 ‘대포직찍’을 찍습니다. ‘대포’는 망원렌즈를 장착한 전문가용 카메라인데요. 자신들이 좋아하는 오빠들 또는 누나들의 가장 멋지고 예쁜 모습을 찍기 위해서 사비를 들여 전문가용 카메라를 사들고 직찍을 찍는 덕후들이 있습니다.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서인지, 이들이 찍는 사진은 웬만한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는 것만큼이나 퀄리티가 높습니다. 때문에 요즘 아이돌 그룹의 팬 사인회에서는 대포부대를 위한 팬프레스석을 따로 마련해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덕질하는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해 2차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피규어를 제작하기도 하고 만화나 드라마의 장면을 이용해 예고편이나 덕후들만의 버전으로 각색하기도 합니다.
◇최영일: 그런데요. 무언가를 좋아한다거나 자신만의 취미와 취향 같은 개념은 예전부터 있지 않았나요. 좋아하는 것, 매니아. 빠순이. 이런 개념과 덕후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임희수: 맞습니다. 사실 말씀하신 매니아나 빠순이, 그리고 덕후 간에 분명한 경계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본질적으로 특정 취미,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광적으로 몰두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공통점이 있고요. 매니아나 빠순이와 구분되는 덕후의 차이가 있다면, 덕후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본래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사회 인식이나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유동적이고 생동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기존 단어들에 비해서 ‘덕’, ‘덕후’와 관련된 신조어가 유독 많은 것도 이 같은 생동성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즉 덕후는 긍정적인 시대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살아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영일: 오덕후라는 말이 일본 오타쿠에서 착안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오타쿠는 부정적인 개념이 있었는데요. 오덕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입니다. 우리사회에서 덕후에 대한 사회 인식은 어떤가요?
◆임희수: 네. 말씀하신대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오타쿠가 덕후가 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또한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덕질의 범위가 확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과거 하위문화에 제한되어 수준 낮은 문화소비자 취급을 받았던 오타쿠들이 ‘덕후’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무언가를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예로 클래식에 푹 빠져 LP판을 사 모으는 사람은 클덕, 뮤지컬을 좋아해 특정 배우의 작품을 여러 번 재관람하는 사람은 뮤덕이라고 불립니다. 또한 과거에는 하위문화로 불렸던 만화, 게임 등의 장르가 더 이상 비주류 문화라고 규정짓기 어려워질 정도로 주류와 비주류 문화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과거에 비해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덕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미디어의 생산, 유통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개인이 자신의 취향을 찾고 드러내기가 쉬워진 만큼, 개인의 취향을 스스로 찾고 일구어 나가는 일에 대한 가치가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것이 ‘덕후’의 이름값 또한 함께 높이게 되었다고 봅니다.
◇최영일: 예를 들어 취업시장에서도 전문성이 강조되는 직무에서 덕후였던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면서요? 덕후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뭔가요?
◆임희수: 덕후가 가지고 있는 한 분야에 대해 치밀하게 파고드는 열정과 노력을 전문성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봅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덕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되면서 덕후를 오히려 자신의 취향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개성 있는 인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덕후질, 덕후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 본인이 덕후임을 떳떳하게 여기는 덕부심을 느끼는 덕후들을 가리켜 떳떳한 덕후, 즉 ’떳덕후’를 2015년도 20대 트렌드키워드라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최영일: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건, 비단 20대뿐만이 아닐 텐데요. 그런데 20대에 덕후 문화가 활발히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임희수: 사실 덕후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한 것이 20대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20대가 온라인 세상 안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본인이 직접 제작한 2차 가공물을 공유하면서 덕후 월드를 창조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일본판 만화를 구하려면 굳이 크고 작은 서점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일본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나 공유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세대에 비해 탁월한 뉴미디어 활용 능력이 20대의 덕질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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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 : 2015/08/07 (금)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예전에는 한 가지 우물만 깊게 파는 취미 활동은 혼자만 즐기는 것이었는데요. 요즘 20대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 엄청난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데 아낌이 없는데요. 이것을 일컬어 덕후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덕후 현상을 바라보는 사회시선도 긍정적인데요. 오늘 홍대 라디오에서는 20대 사이에서는 흔한 문화, 그렇지만 모르면 무슨 뜻인지 헤매게 되는 덕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임희수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하 임희수):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우선 오덕후 혹은 덕후라는 뜻부터 살펴보죠? 어떤 뜻인가요?
◆임희수: 오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글로 음차한 신조어로, 여기서 부르기 편하게 앞자를 떼고 ‘덕후’ 또는 ‘00덕’이라고 줄여서 부르게 되었습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주류가 아닌 서브컬쳐, 즉 애니메이션, 게임, SF영화 등 하위문화에 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에는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 정도의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던 말이었던 오타쿠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특정 취미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즐기는 사람 또는 단순 마니아를 넘어선 그 분야의 전문가’ 라는 긍정적 의미로 변하면서 대중적으로 넓게 통용되고 있습니다.
◇최영일: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용어가 있더라고요. 제가 아는 건 덕질을 하다. 덕을 쌓다. 정도인데요. 어떤 용어들이 있나요? 설명 해주시죠.
◆임희수: 덕력은 덕후들의 공력을 나타내는 신조어입니다. 덕질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고요.
입덕은 들어간다는 의미의 한자 ‘들입’자를 써서 덕후의 길로 입문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덕후생활을 끝낸다는 ‘탈덕'도 있습니다. 또한 입덕이 마치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시작하게 된다는 뜻의 ’덕통사고‘라는 말도 사용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덕질을 숨어서 하지 않고 스스로 덕후임을 드러낸다는 뜻의 ‘덕밍아웃’은 ‘덕후’와 자신의 정체성을 외부에 공개하는 ‘커밍아웃’이 합쳐져 탄생한 신조어입니다.
◇최영일: 그렇다면, 이른바 덕후 현상이 20대들 사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임희수: 20대를 중심으로 ‘성공한 덕후’, ‘떳떳한 덕후’ 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덕후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이유는 주변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자기 본업을 소홀히 한 채 취미에만 몰두하는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회부적응자라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0대를 중심으로 한 요즘 덕후들은 다릅니다. 직업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정성과 열정을 들여 덕질까지 하는 부지런함을 선보입니다. 이들을 성공한 덕후 라고 부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을 지칭해 ‘덕업일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이들은 홀로 숨어서 즐기지 않습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쌍방향적으로 소통하며 덕질을 하죠. 이른바 온라인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덕후들의 대동단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온라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던 ‘세계 덕후들의 대동단결’이라는 동영상은 이것의 좋은 예입니다. 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8개국의 덕후들이 모여 오프닝 곡을 각자의 악기로 연주한 동영상인데요. 여기서 이들은 자신의 덕력을 또 다른 덕후와 공유하며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20대 덕후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덕질의 대상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덕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것의 퀄리티가 상당하다는 것이 또한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최영일: 20대들이 주로 하는 이른바 덕질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임희수: 덕질의 대상과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떠한 덕질을 하느냐는 그 대상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텐데요. 예를 들어 아이돌 가수의 덕후라면 ‘대포직찍’을 찍습니다. ‘대포’는 망원렌즈를 장착한 전문가용 카메라인데요. 자신들이 좋아하는 오빠들 또는 누나들의 가장 멋지고 예쁜 모습을 찍기 위해서 사비를 들여 전문가용 카메라를 사들고 직찍을 찍는 덕후들이 있습니다.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서인지, 이들이 찍는 사진은 웬만한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는 것만큼이나 퀄리티가 높습니다. 때문에 요즘 아이돌 그룹의 팬 사인회에서는 대포부대를 위한 팬프레스석을 따로 마련해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덕질하는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해 2차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피규어를 제작하기도 하고 만화나 드라마의 장면을 이용해 예고편이나 덕후들만의 버전으로 각색하기도 합니다.
◇최영일: 그런데요. 무언가를 좋아한다거나 자신만의 취미와 취향 같은 개념은 예전부터 있지 않았나요. 좋아하는 것, 매니아. 빠순이. 이런 개념과 덕후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임희수: 맞습니다. 사실 말씀하신 매니아나 빠순이, 그리고 덕후 간에 분명한 경계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본질적으로 특정 취미,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광적으로 몰두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공통점이 있고요. 매니아나 빠순이와 구분되는 덕후의 차이가 있다면, 덕후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본래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사회 인식이나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유동적이고 생동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기존 단어들에 비해서 ‘덕’, ‘덕후’와 관련된 신조어가 유독 많은 것도 이 같은 생동성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즉 덕후는 긍정적인 시대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살아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영일: 오덕후라는 말이 일본 오타쿠에서 착안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오타쿠는 부정적인 개념이 있었는데요. 오덕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입니다. 우리사회에서 덕후에 대한 사회 인식은 어떤가요?
◆임희수: 네. 말씀하신대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오타쿠가 덕후가 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또한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덕질의 범위가 확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과거 하위문화에 제한되어 수준 낮은 문화소비자 취급을 받았던 오타쿠들이 ‘덕후’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무언가를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예로 클래식에 푹 빠져 LP판을 사 모으는 사람은 클덕, 뮤지컬을 좋아해 특정 배우의 작품을 여러 번 재관람하는 사람은 뮤덕이라고 불립니다. 또한 과거에는 하위문화로 불렸던 만화, 게임 등의 장르가 더 이상 비주류 문화라고 규정짓기 어려워질 정도로 주류와 비주류 문화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과거에 비해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덕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미디어의 생산, 유통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개인이 자신의 취향을 찾고 드러내기가 쉬워진 만큼, 개인의 취향을 스스로 찾고 일구어 나가는 일에 대한 가치가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것이 ‘덕후’의 이름값 또한 함께 높이게 되었다고 봅니다.
◇최영일: 예를 들어 취업시장에서도 전문성이 강조되는 직무에서 덕후였던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면서요? 덕후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뭔가요?
◆임희수: 덕후가 가지고 있는 한 분야에 대해 치밀하게 파고드는 열정과 노력을 전문성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봅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덕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되면서 덕후를 오히려 자신의 취향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개성 있는 인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덕후질, 덕후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 본인이 덕후임을 떳떳하게 여기는 덕부심을 느끼는 덕후들을 가리켜 떳떳한 덕후, 즉 ’떳덕후’를 2015년도 20대 트렌드키워드라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최영일: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건, 비단 20대뿐만이 아닐 텐데요. 그런데 20대에 덕후 문화가 활발히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임희수: 사실 덕후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한 것이 20대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20대가 온라인 세상 안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본인이 직접 제작한 2차 가공물을 공유하면서 덕후 월드를 창조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일본판 만화를 구하려면 굳이 크고 작은 서점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일본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나 공유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세대에 비해 탁월한 뉴미디어 활용 능력이 20대의 덕질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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