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애틋한 사랑 영화 흥행몰이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 영화 흥행몰이

2014.12.14. 오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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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젊은이들처럼 곱게 커플룩을 차려입은 이 노부부가 요즘 극장가의 최고 스타가 됐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 두 주인공으로 98세, 89세의 실제 부부입니다.

이 영화가 연말 극장가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개봉 일주일째 다큐 영화의 천만 관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관객 1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 뒤로는 말 그대로 자고 나면 관객이 10만명씩 늘고 있습니다.

어제가 개봉 17째였는데요.

어제 기준으로 관객 수는 7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스크린 수가 시작할 때 186개가 조금 넘었는데 지금은 7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제작비는 1억여 원이 들었는데요.

제작비의 60배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흥행몰이가 정말 어렵다고 말하죠. 지난 2008년 할아버지와 소의 우정을 그린 워낭소리가 300만 관객 동원을 하면서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으로 남아 있고 또 2010년 아프리카 봉사활동에 생을 바친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 울지마 톤즈는 44만 명이 봤습니다.

워낭소리보다 관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그 기록을 깰 수 있을지 주목이 됩니다.

영화를 만든 진모영 감독 그리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이호선 교수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반갑습니다.

[앵커]

저희 부모님도 연세가 많으신데 며칠 전에 이 영화를 보셨어요.

그러니까 저희 부모님이 영화를 평소에 안 보시니까 보시는데 두 분이 보셨다니까 정말 많은 분들이 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런 흥행을 예상하셨는지요?

[인터뷰]

전혀 예상하지 못 했죠. 다큐멘터리가 통상 1, 2만 정도면 엄청난 흥행을 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 극장에 가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분들도 그렇게 없고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건강성이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안 되기 때문에 그런 예상을 사실 전혀 못했습니다.

[앵커]

저희가 앞서 잠깐 설명을 해 드렸지만 자고 나면 10만명씩 관객들이 늘고 있다고 해요.

진 감독님 어떤 영화인지 소개를 해 주시죠.

[인터뷰]

이 영화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늘 한복을 입고 사는 100세 가까운 두 노부부의 이야기죠.

이 부부가 76년을 부부로 살아왔고요.

그 모습이 정말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사랑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한 그런 해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 부분을 다룬 영화입니다.

[앵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그 부분을 다루셨다고 하는데 제가 뒤에서 여쭤보려고 했는데 먼저 여쭤보겠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인터뷰]

사랑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 부부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랑이라는 것들은 어쩌면 거대하고 혹은 굉장히 강한 이벤트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쌓이는 어떤 습관 같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그런 부분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랜 세월에 쌓인 습관이라고 정의를 해 주셨는데 교수님도 영화를 보셨죠?

[인터뷰]

네, 봤습니다.

[앵커]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고 보셨어요?

[인터뷰]

관심도 관심이지만 사실은 영화관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어요.

영화간에 들어가면 우리가 영화만 보지만 저 같은 사람은 주변에 뭐가 있나를 보는 사람이거든요.

딱 들어갔는데 제 앞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이, 제가 볼 때는 아무래도 계모임에서 오신 것 같아요.

그분들이 앉아계셨고 제 옆으로 좌우로는 20대 여성들이 앉아있었어요.

제 뒤로는 40대, 30대 아무리 제가 볼 때는 고등학생 같은, 수능을 끝마치고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것 같은 학생들,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했고요.

그러고 나서 처음에는 사랑에 다들 한꺼번에 웃고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 모두가 같이 우는데 저는 아마 제가 옛날 어렸을 때 봤던 감동적이었던 전설의 고향이라는 것 이외에 이렇게 사람들이 다 같이 깜짝 놀라고 다 같이 흥분하고 기뻐하는 것은 처음인데 특별히 제가 처음에 인상적인 장면이 뭐냐하면 이 부부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일상적이거나 너무 지겨울 수 밖에 없는 주제가 재미가 돼요.

그래서 처음에 장면을 보시면 낙엽을 쓸다가 할아버지가 낙엽을 휙 던지니까 왜그러냐면서 할머니도 같이 낙엽을 던지고, 또 98세 남자 어르신, 89세 여자 어르신에게는 힘들 수밖에 없는 눈, 두려운 이 눈도 이분들에게 즐거움이 되고 바가지 물이 있는데 물 한 바가지도 이분들에게는 너무나 재미있는 삶의 꽃과 같은 요소들이 작용을 해요.

이거는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부분이자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도 기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앵커]

일상에서 습관처럼 쌓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이 말이 마음에 와닿는데요.

이 영화는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에 다큐멘터리로 방송에서 먼저 소개가 되지 않았습니까, 내용으로 본다면, 어떤 계기로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요?

[인터뷰]

저도 이 부분을 KBS 인간극장에서 보고 가장 인상이 깊게 남았어요.

그런데 대부분 방송이라는 게 TV에서 일단 한번 방송되고 또 한국에서 한 번 나가고 나면 대부분 사장이 되고 그러는데 제가 볼 때는 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위대함이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고요.

영화관에서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해 볼 여지들이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한번 해 보자고 생각을 하고 오래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그 다음날 가서 어른들을 뵙고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앵커]

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부부 옆에서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영화에 담겨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겠어요.

[인터뷰]

그렇죠, 저희가 2012년 9월부터 촬영을 해서 2013년 11월까지 15개월을 촬영했어요.

그런데 영화로는 1시간 반 정도 분량이 나왔지만 전체적으로는 400시간 정도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이 부부한테는 대단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이 부분들이 폭발적인 그런 내용들을 주는 게 아니라 잔잔한 내용들입니다.

편집할 때 아까웠던 장면들은 아주 섬세한 것이었어요.

늘 밖에 나갈 때는 신발을 돌려서 놔주고 높은 데서 내려올 때 손을 잡아주고 머리 안 보이는 부분 빗겨주고 이런 것들이 제일 아까운 장면이에요.

[앵커]

모든 장면이 아깝다, 눈시울이 뜨거워지시는 것 같은데요.

여러 장면이 명장면으로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감독님이 보시기에 이 장면 만큼은 정말 나한테 소중한 장면이다, 이렇게 꼽히는 장면이 있습니까?

[인터뷰]

저희가 촬영을 하면서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할아버지를 잃었죠. 영화에서 초상을 치른 것이고요.

엊그제가 첫 기일이었으니까요.

저희는 할머니와 두 분의 아름다운 사랑만 생각을 하고 갔는데 그 부분들이 생긴 것이죠.

그런데 할머니가 할아버지께서 가시게 됐을 때 할아버지의 헌옷들을 태우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가시고 나면 새 옷만 보내드리려고 미리 정리를 하시는데 그러면서 할머니께서 먼저 가서 좋은 데 자리잡고 그러면 데리러 와라. 그러면 손을 잡고 같이 갑시다라는 말씀을 할아버지 옷을 부엌에서 불에 태우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거는 이분이 생각을 하는 게 죽음이 단순한 인생의 끝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이기도 하고 또는 영원한 사랑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할머니께서 저희들에게 보여줬던 사랑의 과정을 우리가 생각해 볼 큰 지점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앵커]

영화를 본 관객들 지금 감독님 말씀에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교수님은 어느 장면이 가장 인상 깊으셨어요?

[인터뷰]

저는 지금 감독님 말씀하신 그 장면이 너무 저도 인상적이었는데 첫 번째 죽을 고비를 할아버지가 넘기실 때 한참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두고 한여름에 할머니가 군불을 때고 할아버지가 입었던 옷들을 가지고 나와서 작대기를 쓱쓱 넣어가면서 그 옷들을 태우는 거에요.

그러면서 거기에서 어떤 얘기가 나오냐 하면 죽은 사람은 나중에 이 옷을 태우면 이 옷을 다시 죽어서 입는다, 새 옷을 입는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주로 있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에게는 죽음이라는 게 어떤 거냐 하면 할아버지와 다시 만나는 곳, 회복되는 곳이고 또 아이가 12인데 그중에 6명을 잃게 돼요.

그런데 잃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는 곳, 이게 바로 죽음의 장소라서 그게 슬프고 안타깝고 마음이 저려서 눈물이 나긴 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나서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또 하나 장면은 아까 말씀을 드린 대로 눈싸움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이제 먹어보라고도 하고 그리고 나서 던지기도 하는데 지금 제가 40대인데요.

지금 눈싸움을 하라고 하면 짜증나거든요.

그런데 이분들한테는 이 일상적이고 위험하고 별 것 아닌 이런 것들이 다 서로에게 재미있는 장면, 즐거움의 장면이고 저도 들어가서 같이 싸우고 싶더라고요.

참 재미있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앵커]

아이들 같은 모습이네요.

일상에서 즐거움을 누리고 죽음을 넘어서서 노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 정말 감동적인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독립영화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가 히트를 하기는 참 어렵지 않습니까?

어떤 요인이 큰 히트를 가지고 왔다고 보시는지요?

[인터뷰]

관객들이 이 영화에 관객들이 소망하는 바를 투영을 한다고 생각을 해요.

세상의 소식들은 조금 잔혹하고 세상은 춥고 그런 부분들이 있는데 늘 가까이 사는 부부, 연인들이 조금 더 사랑 속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장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요.

그러면 지금은 가족들 단위로도 많이 오시는데,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가족간에 사랑, 그러니까 굉장히 어려운 시대를 살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데 이 영화 안에는 인인들, 부부를 위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잘 담겨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각본이 있는 게 아니고 옆에서 관찰을 하면서 스토리를 만드는 거잖아요.

이번 영화 만드시면서 어떤 어려움 같은 건 없으셨나요?

[인터뷰]

모든 창작에는 쉬운 부분이 없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만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그렇게는 생각을 하지 않고요.

대신 아까 잠깐 말씀을 드렸습니다마는 그렇게 저희가 갔을 때 늘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를 해 주시고 또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는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그 조병만 할아버지께서 병석에 눕고 돌아가시는 그 장면을 저희들은 끝까지 촬영을 했어야 했으니까요.

그런 부분들은 되게 고통스러웠어요.

[앵커]

76년을 노부부가 함께 했는데 마치 신혼부부처럼 금실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부부의 경우에는 신혼 때는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말 관계가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뭐랄까요, 부부 사이에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인터뷰]

이 부부처럼 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싸우고 지지고 볶고 잘겠지만 이 영화가 참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아주 좋은 모델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좋은 모델이 있으면 그 지향점을 가진 그 모델을 따라하려고 하는 게 있잖아요.

이 부부가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그러면 아마 세 가지 주제 정도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가장 첫 번째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벽지 같은 일상이 이분들에게는 재미로 나타난다는 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재미의 창조자들이시고요.

두 번째는 뭐냐하면 우리 아까 감독님이 말씀을 하신 대로 이 부부에게는 정말 처음 만남부터 76년을 살아온 부부한테 한결같은 배려가 있어요.

그 배려에는 어떤 게 있냐면 처음에 결혼했을 때 14살인 그 소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간절한 마음이 있었지만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보호하세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눈치가 있으셔서 17살이 돼서 내가 그 품에 안겼다, 그런 얘기를 하시는데 이거야말로 배려의 시작이자 그 배려가 끝까지 가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이 부부에는 고백이 있습니다.

보면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누워 있을 때 얼굴을 만지는 장면이나 또 할머지가 할아버지에게 계속 그래요.

당신은 아주 잘생겼다고 아주 예쁘다고 서로 할머니에게도 얘기를 하고 할아버지에게도 얘기를 하는데 사랑한다는 말보다 이게 바로 일상의 고백이거든요.

이런 재미요소, 배려 그리고 일상의 고백이 연출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 특히 이가 다 빠진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백이라는 게 아마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자 동시에 관객들이 마음을 나누고 동시에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앵커]

영화 제목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공무도하가에서 따오신 것 같은데 이렇게 지으신 이유가 있습니까?

[인터뷰]

맞아요, 거기에서 따왔습니다.

이 집 앞에 흐르는 작은 강은 잔잔하게 흐르기도 하고 비가 오면 큰소리를 내면서 흐르기도 하죠.

그런데 이 부부는 강가에 있는 큰 바위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서 수시로 가서 앉아서 그냥 바라보기도 하고 조개 같은 걸 잡아서 둘이 맛있게 드시기도 하셨는데 할아버지께서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할머니 혼자서 강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이렇게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식들 다 키워서 시집, 장가를 보내고 저 강을 건너서 다들 떠나보내고 늘 그리워하면서 사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도 저 강을 건너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할머니 마음이 어쩌면 그 강을 건너지 마라는 그런 마음이 있을 것 같아서 할머니의 말투, 하오체 같은 걸 쓰고 싶었어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고 한문으로 쓰지 않고 한글로 이렇게 써봤습니다.

[앵커]

말씀을 더 듣고 싶은데 시간이 아쉽습니다.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를 만든 진모영 감독님, 그리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이호선 교수였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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