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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가을의 패셔니스타, 단풍의 비밀
Posted : 2019-10-29 15:00
[과학을 품은 뉴스] 가을의 패셔니스타, 단풍의 비밀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가을의 패셔니스타, 단풍의 비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단풍은 왜 빨갈까? 하늘은 왜 푸를까. 내 가슴은 왜 이렇게 쿵쾅쿵쾅 뛸까? 사소한 일에도, ‘왜’라는 질문을 붙이게 된 건데요. 아무래도, 이 시간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할게요.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이 기자, 얼마 전까지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져서 가을이 온 것 같다, 그러면서 이 기자가 유독 가을 탄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아니 어떻게 벌써 완연한 가을을 지나, 늦가을로 접어들었어요. ‘핑크 뮬리’도 못 봤는데 말이죠. 어느새 곳곳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었더라고요.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이하 이혜리) : 그렇습니다. 시간 참 빨라요. 올해도 벌써 두 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지난 주말이 단풍 구경하러 등산 다녀오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조현지 : 맞아요. 요즘 특히나 등산복 입고 산행 다시는 분들 많이 보이시더라고요. 여러모로 산에 가기 좋은 계절인데요. 그런데 참 신기해요. 말씀하신 대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녹음이 짙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옷을 갈아입었단 말이죠.

이혜리 : 맞아요. 해마다 이렇게 같은 시기에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는다는 거, 새삼 신기한데요. 그렇다면 나뭇잎이 가을이 되면 갑자기 이렇게 색소를 막 만들어내는 거냐, 결론적으로는 그런 건 아닙니다. 나뭇잎에는 녹색을 띠는 엽록소 외에도 황색을 띠는 카로틴과 노란색의 크산토필 등의 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조량이 풍부해서 광합성이 활발한 계절에는 엽록소가 꾸준히 생성되기 때문에 다른 색소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데요. 그런데 기온이 낮아지는 가을이 되면 월동을 준비하기 시작하죠. 식물 월동 준비의 핵심은 영양분과 수분이 나뭇잎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건데요. 그래서 본격적인 월동 준비가 시작되면 나뭇잎은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 세포층을 만듭니다. 이를 '떨켜'라고 하는데요. 이 '떨켜'가 양분과 수분이 잎으로 가지 않게 이동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부터 잎 안에 있는 엽록소는 파괴되기 시작하는데요.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녹색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소들이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하는 겁니다. 물론 엽록소 외에 다른 색소도 분해되기도 합니다만, 엽록소보다는 천천히 분해가 되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빛깔을 선보이게 되는 겁니다. 특히, 또 이때 일부 나무의 경우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를 새롭게 합성해서 붉은색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조현지 : 그러니깐 가을에 낮의 길이가 좀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엽록소 대신에 다른 색소가 나타나는 게 단풍이 물이 드는 원리이군요. 그럼 나무마다 단풍색이 다른 건, 나무가 가진 색소가 다르기 때문인가요?

이혜리 : 네, 맞습니다. 나무마다 색소들의 함량도 다르고요, 또 어떤 나무는 말씀드렸듯이 붉은색의 안토시아닌을 합성하기 때문에 붉은색을 보이는 겁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그런데 올해 특히 단풍이 예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어요. 특별한 그런 이유가 있나요?

이혜리 : 네, 보통 일교차가 크고, 청명한 날씨가 이어졌을 때 고운 단풍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단풍을 물들이는 색소가 일교차가 클수록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올해 일교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면서 이런 조건이 충족된 셈입니다. 구체적인 조건을 좀 따져보면, 우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안 되고요.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햇빛이 좋아야 합니다. 또 너무 건조할 날씨가 이어지면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타게 되어 맑은 단풍을 보기 어려운데요. 이 때문에 알맞은 습도가 유지돼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단풍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온도, 햇빛, 수분을 꼽는데요. 이 때문에 이맘때의 평균 기온과 일조시간, 그리고 가뭄 여부 등이 단풍의 품질이나 단풍이 드는 시기, 이런 것들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사실 가을이면 당연하게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 위해선 생각보다 조건들이 충족돼야 하는 거였군요. 그런데 어떻게 나무가 이런 기온이나 일조 시간 등의 변화를 알아채는지 새삼 놀랍네요.

이혜리 : 사람도 밤이 되면 졸리고, 해가 뜨면 일어나서 활동하듯이, 나무에도 '생체 시계'가 존재합니다. 나무 역시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기온이랑 점차 커지는 일교차 등을 신호물질인 호르몬으로 감지하게 됩니다.

조현지 : 놀랍습니다. 그리고 보통 예보할 때, '설악산 첫 단풍이 관측됐다.' 혹은 '이번 주말 단풍이 절정이다.' 이렇게 알리곤 하는데요. 그럼 이런 예보는 어떤 기준이 있는 건가요?

이혜리 : 나무 한 그루를 놓고 봤을 때는 전체 잎의 10%가 물들었을 때 단풍이 시작했다고 보고요. 유명 산지를 대상으로 기상청에서 모니터링 할 때는 첫 단풍이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물들었을 때, 단풍이 시작됐다고 예고합니다. 첫 단풍이 관측된 이후 보통 2주 후 절정에 다다랐다고 보는데요. 현재는 설악산에서 전국의 단풍이 절정을 지난 상태입니다. 보통 산지를 기준으로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10일 내외, 도시 숲의 경우에는 11월 초순 내외로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현지 : 도시 숲은 11월 초순까지라고 하니까요. 멀리 가지 않고 도심 곳곳에 물든 단풍을 서둘러서 만끽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풍나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노란색이 참 곱고 예쁜 은행나무가 떠오르네요. 그러면서 그 ‘스멜’, 은행 열매 특유의 그 향도 같이 생각나는데요. 사실 길을 걷다가 요즘에도 은행이 많이 떨어져 있고, 자칫 밟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그 은행 냄새가 계속 따라다니잖아요. 예전에 저는 심지어 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은행을 왜 가로수로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거든요.

이혜리 : 네, 사실 우리나라 가로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은행나무입니다. 플라타너스 같은 기존 가로수가 있긴 한데, 씨앗 털 때문에 재채기를 유발해서 알레르기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로수에서 밀려나게 됐습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바로 은행나무인데요. 은행나무는 가로수가 지녀야 할 여러 가지 좋은 조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생장력이 강하고요, 병충해도 적고,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열매를 빼놓고 생각하면 가을에는 노랗게 잎이 물들어서 미관에도 참 좋은데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열매에서 악취가 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은행에서 나는 악취는 은행 열매껍질에 있는 특정 성분 때문인데요. 사실 이 성분은 적으로부터 종자를 지켜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악취 때문에 주변의 해충을 쫓아서 종자를 지킬 수 있는 겁니다.

조현지 : 우리는 그 냄새가 싫긴 하지만, 은행나무 입장에서는 종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어 기술 같은 거였군요. 그래도 열매 때문에 민원도 많이 들어오는 거로 아는데, 냄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혜리 : 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수나무만 골라서 심는 방법인데요. 은행나무 열매는 모두 암나무에서 열리는데, 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서 은행나무의 암수를 묘목 단계에서 구별해, 수나무만을 심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은행나무가 15년 이상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뒤에야 암수를 알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DNA 기술은 손톱 크기의 은행나무 잎만 있으면 수나무 특유의 DNA를 확인해 1년생 묘목도 성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을 적용해서 수나무만을 가로수로 심은 지역도 있다고 합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뭔가 사실 냄새는 싫기는 해도, 은행 열매는 구워 먹으면 참 맛있다는… 은행 냄새가 거리에서 나기 시작하면 이제 가을이 왔구나, 생각하면서도 너무 심할 때는 좀 싫기도 했는데, DNA 기술로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군요. 오늘 코너 시작하면서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얼마 남지 않은 가을, 그리고 2019년, 남은 기간이라도 조금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합니다.

조현지 :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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