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맛이 당기는 이유?!

[과학을 품은 뉴스]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맛이 당기는 이유?!

2019.09.17.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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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맛이 당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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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맛이 당기는 이유?!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엽기적으로 매운 떡볶이에 매운 닭발과 오돌뼈를 추가하고요. 거기다 매운 낙지, 매운 돈까스, 매운 황태찜까지! 매운맛을 제대로 봐줘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사람들 제 주변에 많습니다. 물론, 내가 이기냐, 변기가 이기냐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런데 정말 이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 맞나요? 기분상, 그런 거 아니었나요? 안 되겠어요. 이분한테 좀 물어봐야겠습니다.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할게요.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이혜리 기자 어서 오세요. 추석 연휴 잘 보내고 왔어요? 결혼 후 맞은 첫 명절이라 지난 방송 때 무척 해맑게 설렜던 모습이 기억나는데, 어떤가요? 정말... 좋기만 하던가요?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이하 이혜리) : 아, 물론이죠. 이 방송은 제 남편을 비롯한 저희 시부모님께서도 들으시기 때문에 저는 진정성 있는 방송, 하고 있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음식도 만들고요.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정감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현지 : 이 기자 혼자 살겠다고, 지금 명절증후군으로 고생한 수많은 며느리들은 외면하시는 건가요?

이혜리 : 아니 근데 정말 저희 시댁은 음식을 많이 하지 않으셔서 초보 며느리도 거뜬히 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주변 이야기 들어보니까, 여전히 명절이 되면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많더라고요. 왜 명절 직후에 이혼율이 올라간다는 그런 통계도 본 기억이 있고요. 요즘은 가정에서도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남성들이 많긴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여성들의 부담이 큰 것 같긴 합니다.

조현지 : 그렇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혼기는 찼는데 결혼을 아직 안 한 분들, 혹은 취업 준비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 가운데 몇몇 분들은 아마도 결혼 언제 하니, 취업 준비는 잘 돼가니, 이런 곤란한 질문 받으셨을 거예요. 참, 명절 분위기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긴 한데 아직 안 바뀌는 부분도 없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명절에 평소보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이혜리 : 스트레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현지 아나운서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

조현지 : 음. 저는 맛있는 것을 먹습니다. 때로는 오락실도 가고요.

이혜리 : 저 같은 경우에는 매운 음식을 먹어요. 매운 걸 원래 좋아하고, 잘 먹거든요. 스트레스 많은 날에는 진짜 신기하게 매운 음식이 당겨요.

조현지 : 맞아요. 혜리 기자처럼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 푸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매운 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건가요?

이혜리 기자 : 실제로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습니다. 매운맛이 사실 엄밀히 말하면 ‘맛’이 아니라 ‘통증’이거든요. 우리가 ‘매운맛’이라고 표현하기는 하지만요. 많이 아시겠지만, 우리 혀는 다섯 가지 맛만을 느낄 수 있어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입니다. 물론 감칠맛을 여기에 포함해야 하냐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논쟁이 있긴 했지만,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게 맞고요. 하여튼, 여기에 매운맛은 포함되지 않아요. 그럼 매운맛은 어떻게 느끼는 건가? 매운맛은 미각, 그러니까 맛을 느끼는 감각에 의해 매운맛을 느끼는 게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감각에 의해 느껴지는 거죠. 그런데 매운맛으로 인해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수용체가 계속해서 자극을 받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소위 자연산 진통제라고 불리는, 많이 들어보셨을 '엔도르핀'이 방출되는데요. 이 엔도르핀에 의해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겁니다.

조현지 : 그러니까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게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는 거군요.

이혜리 : 심지어는 이 매운맛에 중독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매운맛이 입안에서 느껴질 때 특유의 느낌 때문에 '중독'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고요. 일부 심리학자들은 매운맛 중독은 니코틴 중독과 원리가 흡사하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조현지 : 매운데 자꾸 먹고 싶은, 그런 걸 봐서는 진짜 중독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매운 음식의 시각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빨간색이 뭔가 음식을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한다고 할까요?

이혜리 : 네, 그 부분도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입증이 된 내용입니다. 잘 익은 사과를 한 번 떠올려 보시죠?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그런 모습이 떠오르죠? 과일이든 채소든 잘 익었을 땐 보통 붉은색을 띠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빨간 식품에 끌리게 된다는 거죠. 왜냐면 그때가 가장 영양소가 풍부한 상태이니까요. 그렇게 내제돼 온 본능이 현대 사회에서 빨간 음식으로 발현되는 겁니다. 왜 예전에 다이어트하시는 분들이 식욕을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파랗게 색을 바꿔놓은 음식 사진이 인터넷에 돌기도 했잖아요. 이와 반대로 빨간 음식은 식욕을 돋우기도 하고요. 이 빨간 맛의 매력이 대단한 것 같죠?

조현지 : 저, 점심 먹었는데도 방송 끝나고 빨간 떡볶이 한 접시가 또 먹고 싶네요. 그런데 매운 음식, 다 좋은데 매운 걸 많이 먹고 나면 속이 쓰리고 괴로워요. 스트레스 풀겠다고 자칫 속 버릴 수 있겠어요.

이혜리 : 네, 뭐든지 과식하면 건강에 좋지 않겠죠. 매운 음식도 마찬가지로 많이 먹게 되면 위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매운 걸 먹다가 정말 ‘너무 괴롭다, 매워서 못 살겠다!’ 하신다면, ‘이 음식’과 함께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조현지 : 뭔가요? 이건 개인마다 노하우가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저는 매울 때는 역시, 물! 물을 마십니다.

이혜리 : 아, 물보다는 우유가 가장 좋겠습니다. 매운 음식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 기름에 녹기 때문이거든요. 우유가 없다면 마요네즈 같은 것도 좋고요. 또 혀에 붙은 캡사이신을 탄수화물로 분해할 수도 있어요. 밥이나 빵을 잠시 입에 물고 있다 씹어 삼키는 방법, 써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조현지 : 아 참, 저는 매운 걸 좋아하지만 잘 못 먹어서 이런 방법이 꼭 필요했는데, 잘됐네요. 이 기자는 아까 매운 거 잘 먹는다고 했는데 그럼 매운 거 먹을 때 우유, 마요네즈 이런 거 필요 없겠네요.

이혜리 : 아, 그럼요. 매운 거 좀 먹는다고 하면 당당하게 맨입으로 매운 음식을 오롯이 맞이해야죠.

조현지 : 그런데 신기해요. 진짜 매운 거 잘 먹는 사람이 있고, 못 먹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건 왜 그런 거예요?

이혜리 : 네, 아까 매운맛이 통증이라고 했잖아요. 통증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매운맛을 어떤 사람은 잘 먹고 또 어떤 사람은 잘 못 먹는 경우가 당연히 생기는 거예요. 심지어는 체내에서 매운맛을 감지하는 작용과 뜨거움을 감지하는 작용이 같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그래서 뜨거운 것을 잘 먹는 사람이 '매운 것도 잘 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어로 뜨거운 것과 매운 것이 둘 다 hot이잖아요.

조현지 : 어머, 저 매운 것도 잘 못 먹는데 뜨거운 것도 잘 못 먹어요. 듣고 보니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데요. 매운맛에도 재밌는 과학 이야기가 참 많군요. 음식 이야기 나온 김에 이번 명절에 어떻게 요리 솜씨 좀 발휘하셨어요?

이혜리 : 음, 저는 음식 만드는 거 되게 좋아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좋아한다’는 거예요.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고요. 명절 때도 그랬지만 사실 제가 요리 경력이 짧다 보니 집에서 음식 만들 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기에 뭘 넣어야 맛있을까, 진짜 고민도 많이 하거든요. 다행히 요즘에는 ‘너튜브’와 같은 곳에서 요리 관련 영상들이 엄청 많이 올라오잖아요. 그거 보면서 하긴 하는데, 그래도 아직은 매우 서툴러요.

조현지 : 요리도 기술이니까, 하다 보면 늘 거예요. 저는 요리해주는 로봇, 이런 거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혜리 : 아, 얼마 전에 실제로 제가 음식 재료 조합 추천해주는 인공지능을 취재했어요. 요리할 때 고민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이 재료랑 어떤 재료가 잘 어울릴까, 어떤 걸 넣어야 맛있을까, 이런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조합을 추천해주는 그런 인공지능이고요. 이 인공지능이 100만 개의 조리법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자재 조합을 학습해서 잘 어울리는 재료를 추천해주는 겁니다. 주된 요리 재료, 예를 들어 ‘돼지 목살’로 요리를 해보겠다고 하면 그 인공지능 프로그램 검색창에 돼지 목살을 치면, 잘 어울리는 재료 50가지가 1위부터 50위까지 순위별로 나열됩니다.

조현지 : 신통하네요. 당장 써보고 싶은데요?

이혜리 : 여기서 또 재밌는 건, 이 인공지능이 과거에 한 번도 같이 쓰인 적이 없는 재료까지 추천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주로 음식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B와 C도 자주 함께 사용되더라, 그럼 A와 C도 잘 어울릴 수 있다, 이렇게 추론 하는 거죠. 이렇게 색다른 재료를 추천함으로써 과거에는 만들어진 적이 없는 창의적인 요리도 탄생할 수 있는 겁니다.

조현지 : 정말 똑똑한 인공지능이에요. 놀랍네요.

이혜리 : 그렇죠, 다만 아쉽게도 말씀드린 검색어 입력이나 순위 나열이 다 영어로 돼 있어요. 서양 음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거든요. 나중에 양식 만들 때 한 번 써보세요.

조현지 : 아, 그래요? 양식도 만들기 어려운데 음식 솜씨 좀 뽐내 보겠다 싶을 때 진짜 활용해봐야겠어요. 한식 재료 추천해주는 인공지능도 개발됐으면 좋겠어요.

이혜리 : 연구팀이 한식으로도 확장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조현지 : 이야기를 들으니까 진짜 궁금해져서 들어가 보고 싶은데요.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 건가요?

이혜리 : 맞습니다. 연구팀이 온라인에 공개했어요.
[사이트 주소] http://kitchenette.korea.ac.kr/

조현지 : 아,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이 기자, 오늘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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